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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 형식

등록 2011-03-14 09:42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캐린 리. 디베이트 교육 전문가
[함께하는 교육]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
1년짜리 주제인 만큼 꼼꼼한 사전 조사가 필수
정책의 역사·장단점·폐해·타당성 두루 연구해야
9. 디베이트 직전에야 주제를 공개하는 의회식 디베이트

10. 주제가 1년에 한가지씩 소개되는 폴리시 디베이트

11. 저학년 학생들에게 좋은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

폴리시 디베이트(Policy Debate)의 역사는 1800년대 중반 미국 대학가에서 디베이트가 시작된 것에서 비롯한다. 이때는 대학 중심이었고, 포맷도 지금과는 달랐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고등학교에까지 퍼진 것은 1970년대. 하지만 여전히 디베이트를 조직하는 단체별로 형식은 조금씩 다르다.

폴리시 디베이트는 미국 연방정부의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누어 토론하는 것을 상정한다. 해서 디베이트의 주제도 “미국 연방 정부는…”이라고 시작한다. 영어로는 “The United States federal government…”라고 한다.

찬성팀은 주로 과거 정책의 폐해, 새로운 정책의 필요성, 새로 제안한 정책의 타당성, 새로운 정책의 장점 등을 제시해야 한다. 반대 쪽은 새로운 정책이 과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거나,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결국 최종 판단은 제안된 새로운 정책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지에 대한 것이다.

찬성팀은 설득력 있는 주장을 위해 5가지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 컴퓨터 게임 중독에 대해 어떤 정책을 세운다고 하자.

첫째는 중대성. 이 사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입증한다. 예를 들어 통계를 근거로 청소년의 80%가 하루 5시간 이상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음을 보인다. 그리고 주로 피시(PC)방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입증한다.

둘째는 내재성. 사안이 중대하고 지속되는 문제점이 있는데도 현재 취해지고 있는 조처는 없다는 사실을 보인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피시방을 드나들고 있다는 점을 정리한다.

셋째는 해결책.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 컴퓨터 게임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 피시방 출입 금지 조처가 필요함을 보인다.

넷째는 이점. 제시된 해결책의 이점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 피시방 출입 금지 조처를 내리면 컴퓨터 게임 중독 문제도 사라지고, 학업 성적도 올라갈 수 있음을 보인다.

다섯째는 의제성. 발의된 의안이 원래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밝힌다. 예를 들어 청소년 피시방 출입 금지 조처가 컴퓨터 게임 중독 문제의 해법으로 적절함을 밝힌다.

미국의 비영리교육신문 글로벌 에듀뉴스(대표 케빈 리)가 연 디베이트 경시대회가 지난 3월5일 미국 사학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열렸다. 사진은 대회에서 열띤 논리 대결을 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사진 케빈 리 제공
미국의 비영리교육신문 글로벌 에듀뉴스(대표 케빈 리)가 연 디베이트 경시대회가 지난 3월5일 미국 사학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열렸다. 사진은 대회에서 열띤 논리 대결을 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사진 케빈 리 제공

반대팀의 반대 논리는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첫째, 문제가 되는 사안 자체가 실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문제라고 해도 일시적인 문제 또는 국부적인 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 중독은 서울지역 초등학교 고학년 일부에만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할 수 있다. 둘째, 제시된 해결책이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 피시방 출입을 금지시킬 경우 학생들이 대거 이웃 나라로 몰려가 게임을 하게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셋째, 제시된 해결책이 실은 원래 문제와 상관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장소는 집이 대부분인데, 이와 상관없는 피시방 출입 금지를 추진한다고 공격할 수 있다.

폴리시 디베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년에 주제가 한 가지 제시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이전엔 한 학기에 주제를 하나씩 제시했으나, 1년으로 바뀌었다. 참가 학생들은 1년 동안 이 주제를 조사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나간다. 시간이 이렇게 길게 주어지느니만큼 심도 깊은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제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의 경우라면 1년 동안의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한 가지 주제에 천착해 리서치하고 공부하는 것이 의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디베이트에 참가하는 학생이거나 나이가 어린 학생들에게 폴리시 디베이트는 어려운 디베이트 형식이 될 수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1년에 한 가지씩 주제를 주어 조사를 하라고 하면 힘들어할 것이다. 처음 디베이트를 접한 학생에게 1년 뒤에 준비해서 대회에 나오라고 하면 역시 어려워할 것이다.

결국 내 생각에는 폴리시 디베이트는 디베이트 경시대회용으로 좋다. 또 대학생이나 디베이트 경험이 많은 고교생들에게 어울린다. 매주 다양한 주제를 섭렵하면서 디베이트 경험을 쌓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적당하지 않다고 본다. 디베이트 심판의 자질도 문제가 된다. 참가자들 자체가 방대한 조사를 통한 전문지식을 교환하기 때문에 심판도 역시 이 사안을 사전에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다음은 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폴리시 디베이트의 형식이다.

⊙ 첫번째 찬성 멤버의 입안(First Affirmative Constructive) - 8 분

⊙ 두번째 반대 멤버에 의한 첫번째 찬성 멤버에 대한 교차조사(Cross-examination of First Affirmative by Second Negative) - 3분

⊙ 첫번째 반대 멤버의 입안(First Negative Constructive) - 8분

⊙ 첫번째 찬성 멤버에 의한 첫번째 반대 멤버에 대한 교차조사(Cross-examination of First Negative by First Affirmative) - 3분

⊙ 두번째 찬성 멤버의 입안(Second Affirmative Constructive) - 8분

⊙ 첫번째 반대 멤버에 의한 두번째 찬성 멤버에 대한 교차조사(Cross-examination of Second Affirmative by First Negative) - 3분

⊙ 두번째 반대 멤버의 입안(Second Negative Constructive) - 8분

⊙ 두번째 찬성 멤버에 의한 두번째 반대 멤버에 대한 교차조사(Cross-examination of Second Negative by Second Affirmative) - 3분

⊙ 첫번째 반대 멤버의 반박(First Negative Rebuttal) - 5분

⊙ 첫번째 찬성 멤버의 반박(First Affirmative Rebuttal) - 5분

⊙ 두번째 반대 멤버의 반박(Second Negative Rebuttal) - 5분

⊙ 두번째 찬성 멤버의 반박(Second Affirmative Rebuttal) - 5분

이상의 디베이트 순서에 나와 있는 시간을 합산해보자. 모두 64분이다. 대학생들에게는 90분간 시간을 주기도 한다. 상당히 긴 시간을 디베이트한다. 이는 어린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실제 대회에서는 그 시간을 조금씩 조절하기도 한다. 또 이외 준비시간을 추가할 수 있어 대회에 따라 중간중간 5~10분까지 준비시간을 준다. 앞서 설명했듯이 디베이트는 짧은 시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40분 디베이트를 하고 나서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들에게 64분을 소화하라고 하면 쉽지 않다. 특히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시간이 된다.

이상의 순서에서 보듯 이 디베이트 형식은 각 순서 다음에 교차조사(Cross-examination)가 붙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교차조사 디베이트(Cross-examination Debate)라고도 부른다. 교차조사는 상대방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을 통해 상대방 논리의 허점이 부각되도록 한다. 이 질문이 이뤄지는 동안 직전의 발언자는 단상에 계속 대기하면서 대답해야 한다.

한국에서 ‘시이디에이’(CEDA: Cross-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로 알려진 디베이트의 원류가 이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포맷에 대해 “가장 확산되어 있는 대학간 정책토론(Policy Debate)”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어떤 한국의 자료에는 단지 “미국에서 가장 확산되어 있는 토론 형식”으로 나타나 있다. 이 부분이 혼선을 일으킨 것 같다. 또 어떤 한국의 폴리시 디베이트에서는 임의로 참가 인원과 토론 형식을 바꾸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주의를 요한다. 평상시에 교육용으로 하는 디베이트는 조금 변형해서 진행해도 되지만, 정식 대회를 열 때는 정식 규정에 맞춰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참고로 그동안 제시된 폴리시 디베이트 주제를 보자. 폴리시 디베이트의 주제는 ‘리졸브드’(Resolved)라고 부른다.

⊙ 미국 연방정부는 핵무기를 점차 줄여가야 한다. 그리고 핵무기의 역할과 임무도 줄이거나 제한해야 한다.

⊙ 미국 연방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점차 늘려가야 한다.

⊙ 미국 연방정부는 다음의 나라에서 군사력과 경찰력을 줄여나가야 한다: 한국, 일본, 아프가니스탄, 쿠웨이트, 이라크, 터키

⊙ 미국 연방정부는 다음 형태의 비자를 점차 늘려가야 한다: 고용에 기반한 이민 비자, 비이민 한시노동자 비자, 가족 기반 비자, 난민 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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