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한 중학교 선생님들이 제자들을 안아주는 프리허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성적보다는 취미·일상 물어보는 면담 자주 해줘야
학부모-교사, 문자·이메일로 일상 소식 주고받기
성적보다는 취미·일상 물어보는 면담 자주 해줘야
학부모-교사, 문자·이메일로 일상 소식 주고받기
교사-학생 관계 맺기, 교사와 학부모가 알아둘 것들
“학교를 자주 빠지고, 늘 까칠하던 아이인데 개인적으로 면담을 해보면 엉엉 웁니다. 누군가 보듬어줘야 할 상처가 있는 거죠.” 경기도의 한 중학교 이아무개 교사는 “학기 초, 첫인상이 안 좋거나 교사와 관계맺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열에 열 힘든 사정을 안고 있다”며 “학생도 노력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교사나 부모가 먼저 나서서 소통을 시도하고 자존감을 길러줘야 한다”고 했다. 교사와 학생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한테는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
모든 학생한테 기회를 주자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부모의 관계맺기가 어려운 이유는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학생의 자존감을 누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낮은 학생은 수업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비딱한 시선으로 교사를 바라보거나 지나치게 기가 죽어 있다.
“이 학급 주인은 너희니까 너희들이 직접 해 보자.” 서울 창동중 손지선 교사가 학생들한테 자주 하는 말이다. 손 교사는 이렇게 운을 뗀 다음, 학생들마다 하나씩 자기 역할을 준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게 ‘1인 1역’이다. “보통 학급임원들이 담임 일을 많이 돕는데 저희 반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담임이 해야 할 일을 쪼개서 맡고 있습니다. 수업에 쓰는 자료도 학생들이 참여해 만들구요.” 1인 1역을 통해서는 공부 잘하고 특기가 두드러진 학생들 속에서 소외받던 학생들이 어느새 자신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자기 진로를 찾는 학생도 있다. 손 교사는 “인터넷에 빠져 있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수업 자료를 주고 이걸 동영상으로 만들어보라고 했더니 정말 잘 만들어 왔다”며 “덕분에 수업에 활용도 하고, 이 학생은 학급에서 인정을 제대로 받았다”고 했다. “이 친구는 결국 관련 분야 고교에 진학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 줄은 알지만 그걸 인정해주는 사람을 못 만납니다. 이렇게 자기 역할을 주고, 성취를 느끼게 하고, 칭찬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온라인으로 소통하자 소통을 위해선 공간도 중요하다. 손 교사는 ‘온라인 카페’가 있는 담임이다. ‘안티카페’가 아니다. 손 교사의 교육철학과 학급경영 방식 그리고 수업 자료 등을 총망라한 카페다. 이 카페의 주인공은 손 교사가 아니다. 올해로 교직 경력 3년차로 접어든 손 교사한테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과 현재 제자들이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학생들은 이 카페를 통해 수업 자료도 얻고, 교사 그리고 친구, 선배들과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손 교사는 “나와 함께 수업한 학생들이 나를 비롯해서 서로 인연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수를 이어가면서 카페를 운영한다”며 “소통이 어려운 시대, 학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온라인 공간을 바탕으로 소통도 하고, 서로를 케어도 한다”고 했다. 취미 묻는 토막면담부터 해보자 학생들은 성적 위주의 면담에 주눅이 든다. 면목고 송형호 교사는 학기 초에 성적 얘기가 없는 토막면담을 한다. 아침 자율학습 시간 30분을 이용해 한 학생과 약 1분 정도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면담 내용은 아주 일상적이다. “너는 취미가 뭐니?”로 시작한 질문은 “태권도 4품이면 나중에 도장도 차릴 수 있겠구나!”로 끝난다. 송 교사는 이런 식으로 학생의 취미나 특기를 물어봐주는 면담을 한다. 어떤 학생은 ‘비보이’가 특기고, 어떤 학생은 ‘축구’가 특기다. 송 교사는 “교사의 궁극적 역할은 학생의 평생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학기 초에는 일상적인 토막면담을 통해 학생의 재주나 관심을 알아주는 게 진로찾기의 단초가 된다”고 했다. 이렇게 특기를 알아둔 다음에는 손 교사의 학급처럼 학생이 학급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역할을 준다. 이렇게 학생의 자존감을 찾아주고 진로탐색까지 돕는 면담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가정의 구실도 중요하다. 보인중 변중희 교사는 “요즘 부모님들 가운데에는 공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분들이 많다”며 “학교에서 진로지도를 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집에 가서는 다시 공부, 공부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부모·교사 ‘문자’로 칭찬 나누자 소통 수단은 많지만 부모, 학생, 교사 모두 이 수단을 잘 활용하는 데는 많이 서툴다. 교사들은 학부모한테 이메일과 문자를 자주 보낸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글이 말보다 더 유용한 수단이다. 송 교사는 “어려운 상담은 이메일로 많이 한다”며 “말로 하면 감정이 노출되지만 글은 감정노출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상담이 편안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사는 학생이 칭찬받을 일을 한 날, 부모한테 문자를 보낸다. “오늘만 해도 어떤 아이가 축구하다가 제가 지나가는 걸 보고 달려와서 인사를 하더라구요. 칭찬스티커도 주고, 부모님한테 문자도 보내려고 합니다. 의외로 부모님들이 아이들 학교생활을 잘 모르세요. 중학교면 사춘기가 와서 부모님한테 말도 잘 안 하니까 더 모르시죠. 이런저런 좋은 일들을 말씀드리면 가정에서도 아이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해주실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학생은 학교 와서 기분 좋게 다시 생활합니다.” ‘칭찬·격려문자’는 교사한테도 필요하다. 손 교사는 “칭찬에 굶주린 시대여서인지 교사들도 부모님들의 작은 칭찬과 격려에 힘을 얻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학기 초라 저도 낯선데 선생님이 먼저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답문을 주시면 힘이 납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온라인으로 소통하자 소통을 위해선 공간도 중요하다. 손 교사는 ‘온라인 카페’가 있는 담임이다. ‘안티카페’가 아니다. 손 교사의 교육철학과 학급경영 방식 그리고 수업 자료 등을 총망라한 카페다. 이 카페의 주인공은 손 교사가 아니다. 올해로 교직 경력 3년차로 접어든 손 교사한테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과 현재 제자들이다.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학생들은 이 카페를 통해 수업 자료도 얻고, 교사 그리고 친구, 선배들과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손 교사는 “나와 함께 수업한 학생들이 나를 비롯해서 서로 인연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수를 이어가면서 카페를 운영한다”며 “소통이 어려운 시대, 학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온라인 공간을 바탕으로 소통도 하고, 서로를 케어도 한다”고 했다. 취미 묻는 토막면담부터 해보자 학생들은 성적 위주의 면담에 주눅이 든다. 면목고 송형호 교사는 학기 초에 성적 얘기가 없는 토막면담을 한다. 아침 자율학습 시간 30분을 이용해 한 학생과 약 1분 정도 짧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면담 내용은 아주 일상적이다. “너는 취미가 뭐니?”로 시작한 질문은 “태권도 4품이면 나중에 도장도 차릴 수 있겠구나!”로 끝난다. 송 교사는 이런 식으로 학생의 취미나 특기를 물어봐주는 면담을 한다. 어떤 학생은 ‘비보이’가 특기고, 어떤 학생은 ‘축구’가 특기다. 송 교사는 “교사의 궁극적 역할은 학생의 평생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학기 초에는 일상적인 토막면담을 통해 학생의 재주나 관심을 알아주는 게 진로찾기의 단초가 된다”고 했다. 이렇게 특기를 알아둔 다음에는 손 교사의 학급처럼 학생이 학급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역할을 준다. 이렇게 학생의 자존감을 찾아주고 진로탐색까지 돕는 면담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가정의 구실도 중요하다. 보인중 변중희 교사는 “요즘 부모님들 가운데에는 공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분들이 많다”며 “학교에서 진로지도를 한다고 해도 학생들은 집에 가서는 다시 공부, 공부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부모·교사 ‘문자’로 칭찬 나누자 소통 수단은 많지만 부모, 학생, 교사 모두 이 수단을 잘 활용하는 데는 많이 서툴다. 교사들은 학부모한테 이메일과 문자를 자주 보낸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글이 말보다 더 유용한 수단이다. 송 교사는 “어려운 상담은 이메일로 많이 한다”며 “말로 하면 감정이 노출되지만 글은 감정노출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상담이 편안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손 교사는 학생이 칭찬받을 일을 한 날, 부모한테 문자를 보낸다. “오늘만 해도 어떤 아이가 축구하다가 제가 지나가는 걸 보고 달려와서 인사를 하더라구요. 칭찬스티커도 주고, 부모님한테 문자도 보내려고 합니다. 의외로 부모님들이 아이들 학교생활을 잘 모르세요. 중학교면 사춘기가 와서 부모님한테 말도 잘 안 하니까 더 모르시죠. 이런저런 좋은 일들을 말씀드리면 가정에서도 아이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해주실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학생은 학교 와서 기분 좋게 다시 생활합니다.” ‘칭찬·격려문자’는 교사한테도 필요하다. 손 교사는 “칭찬에 굶주린 시대여서인지 교사들도 부모님들의 작은 칭찬과 격려에 힘을 얻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학기 초라 저도 낯선데 선생님이 먼저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답문을 주시면 힘이 납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