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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소크라테스는 법질서를 위해 죽었을까?

등록 2005-07-03 15:35수정 2005-07-03 15:35

 <소크라테스의 죽음> 자크 루이 다비드, 1787년, 캔버스에 유채, 129.5㎝×196.2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 출처: <명화로 읽는 서양 미술사>(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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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죽음> 자크 루이 다비드, 1787년, 캔버스에 유채, 129.5㎝×196.2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사진 출처: <명화로 읽는 서양 미술사>(북하우스) \\

플라톤의 ‘크리톤’

소크라테스는 법질서를 위해 죽었을까? -플라톤의 <크리톤>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연관하여 세상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그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당당히 사약을 마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어디에 있는지는 미스터리다. 또한 이와 연관해 오랫동안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소크라테스의 문제’가 존재한다. 스승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문자로 기록한 플라톤의 작품 가운데 <크리톤>은 이와 연관하여 항상 언급된다.

그러나 <크리톤>에는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없을 뿐 아니라, 악법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입장이라고 유추할 만한 것도 없다. 다만 ‘법’에 대한 언급과 입장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문제’를 법의 차원에서 해석하지만, 그런 시도는 그가 남긴 정신적 실천적 유산을 엄청 축소하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소크라테스의 생애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읽어야 하고, 플라톤의 다른 작품들을 연계해서 보아야 한다. 그러나 <크리톤>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크리톤>에 나오는 ‘법률과 나라의 의인화’는 유명하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자신에게 망명을 권유하는 크리톤을 역으로 설득하기 위해 사용한다. 소크라테스는 도망치는 자신 앞에 법률과 시민공동체가 나타나 ‘아테네의 법을 나무랄 일이 있냐’고 묻는 가상 시나리오를 들려준다. 소크라테스는 가족법에서부터 어떤 법이든 다 좋고 다 잘 되어 있다고 답한다. 즉 아테네의 법은 모두 좋은 법이라는 것이다. 이 말에 법률(의인화된)은 단언한다. “그것 보게, 그대는 이 나라가 마음에 들었고, 법률인 우리 또한 마음에 들었음이 명백하지.”

그런데 이렇게 좋은 법들이 있는 나라에서 무고한 사람이 사형 집행으로 죽게 된 것이다. 이 역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이것은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대부분의 해석은 이 점을 놓쳤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그것만으로는 이 세상을 좋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법은 세상사에서 필요조건일 뿐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좋은 법 외에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소크라테스는 의연히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잘못된 법을 반성하게 한 것이 아니라, 진리 앞에서 세상을 반성하게 한 것이다. 그에게는 법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게 중요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올바른 삶을 위한 진리를 위해 죽었다. 법질서의 안정성은 그 결과로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법의 차원을 넘어서야 지난 2천여 년 동안 이어져 온 ‘소크라테스의 문제’를 이해하고 그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당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뿌리부터 재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고 그렇게 행동했다. 그래서 그는 젊은이들의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두었던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훌륭한 삶을 위해서는 훌륭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이는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그가 자신을 고발한 자에게 “내가 묻고 있는 것은 법률이 아닐세, 사람일세”라고 한 반박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시 그 좋은 법에 의해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죽었던 것이다. 영산대 교수 anemoski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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