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힘빠진 대학평의회’ 사학비리 감시 구멍

등록 2011-04-08 21:11

총장·재단, 설립취지 외면 평의원에 보직교수 앉히고
자문결정 무시도 다반사…도입 6년만에 ‘유명무실화’
일부 사립대가 사학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설치된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평의원을 보직 교수로 채우는 등 평의원회를 무력화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는 지난해 ‘2009학년도 학교회계 결산안’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하면서 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았다. 올해 평의원회 의장을 맡은 김중렬 경제학과 교수는 “평의원회가 결산안 자문을 위해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는데 대학 본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산 보고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라, 모든 사립대는 교수·학생·직원·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교과부에 결산안을 보고할 때 반드시 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

최근 교과부의 정기 회계감사에서 박철 외대 총장이 홍보비 유용 등의 이유로 경징계 요청을 받은 것도 평의원회를 무시하는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총장이 평의원회의 자문 기능을 존중했다면 홍보비 유용 등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학 재정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평의원회의 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5년 법제화한 지 6년이 지났지만 평의원회가 제대로 기능하는 사학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김상희 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4년제 사립대 145곳 가운데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11곳은 평의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평의원회를 설치한 134곳 가운데 68곳(50.7%)은 평의원회에 보직 교수가 1명 이상 참여하고 있었다.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총장이 교무처장이나 산학협력단장 등 보직 교수를 교수 평의원으로 위촉했는데, 보직 교수들은 사실상 총장 거수기 노릇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평의원회 구성과 평의원 선출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3명의 교수 평의원 가운데 1명이 보직 교수인 성신여대의 경우, 교수회, 직원회, 학생회에서 2배수 후보를 추천하고 총장이 최종적으로 평의원을 위촉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총장이 선임권을 행사한다.

성신여대의 한 교수는 “사립학교법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했어야 하는데 모든 걸 정관에 위임하다 보니 총장과 재단이 평의원회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평의원회는 대학 구성원이 재단이나 총장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구이므로, 무력화하게 되면 사실상 사학은 비리의 무풍지대에 놓인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지난해 펴낸 ‘2009 사립대학 감사백서’를 보면, 2007년 종합감사를 받은 7개 대학에서 평균 20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된 데 견줘, 2009년 종합감사 때는 4개 대학에서 평균 23건이 적발되는 등 사학의 불투명한 운영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