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드라이브’라는 표현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고등학생 우리말 지킴이 초아가 지난해 한글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모습이다. 초아 제공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청소년의 사회문화참여 현실은?
양로원 방문해 어르신과 놀아드리기, 어르신과 장애인의 목욕 돕기, 고아원 찾아가 아이들한테 책 읽어주기…. 과거 청소년들이 했던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사회참여다. 이런 사회참여 활동은 ‘봉사’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남아 있되 요즘엔 ‘기획력’이 가미된 본격적인 청소년 사회문화참여활동이 대세다. 이런 활동의 특징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고, 지역사회와 소통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에서 공모한 ‘청소년참여 지역사회변화 프로그램’ 공모사업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갈마청소년문화의집의 ‘우리는 빛이에요’ 팀은 청소년들과 큰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불법주차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번화가 및 학교 통학로 주변에 세워둔 불법주차 차량에 불법주차금지 문구가 새겨진 풍선을 달아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한 이유는 이 문제가 어른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학생들한테도 큰 불편을 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인천서구청소년수련관의 ‘고은말 욕심쟁이’는 초아처럼 우리말 관련 활동을 했다. 관내 학교에서 설문조사를 해 언어실태 통계 자료를 뽑고, 잘못된 언어를 쓰는 학생들한테는 관련 교육을 했다. 언어사용 서약서 받기, 언행이 불건전한 학생 100여명을 모아 바른 언어 사용 글짓기 대회 열기 등의 아이디어는 담당 교사나 멘토의 생각이 아니라 청소년들 스스로 기획한 것이다.
인천 가정고 2년 장성은양은 “만약 봉사점수를 따기 위해서라면 지역아동센터, 양로원 등에서 봉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회에 참여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면서는 단순 봉사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주제를 놓고 어떤 식으로 이 주제를 효과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을지를 논리적으로 판단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저한테도 도움이 됐죠.”
아이들이 내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대단할까 싶지만 실제 학생들 옆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실현되는 것을 본 담당자들은 청소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계획을 실현하는 능력에 적잖이 놀란다. 인천서구청소년수련관 정기환 지도사는 “최근 학생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보면 일회성보다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회의를 해서 퍼포먼스는 어떻게 하는지, 캠페인은 어떻게 하는지를 준비합니다. 저야 큰 틀에서 도움말을 주거나 문서 작성법 등을 알려주는 정도로 개입을 하죠.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고은말 욕심쟁이’의 경우는 파급력이 컸습니다. 관내만이 아니라 다른 곳 청소년들도 문의해서 찾아오더라구요.” 아름다운재단 장경원 간사는 “사업을 하다 보면 요즘 청소년들이 참 야무지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예산안도 꼼꼼히 짜서 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아이들이니까 그냥 뭉뚱그려 ‘진행비’라고 적을 것 같은데 ‘문구’ ‘시디’ 등으로 각 항목을 계산해서 꼼꼼하게 정리하더라구요.”
하지만 학생들 처지에서 이런 사회문화참여활동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현실이다. 초아 이재연양은 고3 올라와서 초아 활동을 잠시 중단했다. “정책적으로는 다양한 활동을 독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시간도 부족하고, 환경도 잘 구축돼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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