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통합논술 세미나 [난이도 수준 중2~고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1. 자유시장과 정부의 규제
2. 복지정책과 국가의 역할
3. 자유무역과 초국적 기업
4. 정보통신혁명과 탈산업사회 ■ 책 소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부키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나머지 5%는 아주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숨은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설명 가능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시중에 경제학 서적은 널려 있다. 한데 대부분 수험서다. 나머지 약간은 전문가용이다. 이에 비해 <…23가지>는 쉽다. 일반인들도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례와 이론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수준은 상당하다. 마르크스의 계획경제 논리가 어디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신자유주의자들이 왜 인플레이션 억제에 목을 매는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살펴본다. 이 책은 복잡해 보이는 경제 문제가 고난도의 경제학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평범한 상식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 풀무질
A국 10년 전까지 공산품 관세가 평균 30%를 넘었다. 지금은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무역 규제가 심하다. 국가가 금융권을 통제하며 외국인의 금융 자산 보유도 제한한다. 이 나라는 선거도 없고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지적재산권 보호는 형편없어 전 세계 해적판 본거지다. 적자 상태인 많은 국영기업이 정부 보조금과 독점권으로 버틴다.
B국 과거 수십년간 공산품 평균 관세가 40~55%였다. 국민 대부분은 선거권이 없고 매표 행위와 선거 부정이 횡행한다. 공공 재정은 위태롭다. 이 나라는 외국인 투자자 차별로 악명 높다. 특히 은행업의 경우 외국인은 이사가 될 수 없고, 이 나라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은 주주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다. 외국인 저작권은 아예 보호 대상도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학에 따르면 두 나라는 경제발전 저해 요소로 가득하다. 과연 어느 나라일까? A는 현재의 중국이고, B는 현재 중국보다 가난했던 1880년께 미국이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경제대국으로 변했고, 1880년대 당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로 곧 경제 강국이 됐다.
10달러 지폐에는 미국 경제시스템을 설계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그는 자국의 유치산업들이 제 발로 설 힘을 기를 때까지 정부가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취임식 때 질이 훨씬 좋았던 영국제 옷감이 아니라 미국제로 만든 의복을 입겠다고 고집했다.
5달러 지폐의 에이브러햄 링컨은 남북전쟁 때 관세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린 유명한 보호무역주의자였고, 50달러 지폐에 나오는 율리시스 그랜트는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영국에 “한 200년 정도 보호무역을 해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다 취한 뒤 미국도 자유무역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7대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1836년 미국 정부 지분이 20%였던 준공영 미합중국은행의 허가를 취소했는데 그 이유는 “외국인 지분이 30%로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와 반대로 한 나라가 성공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보호무역 때문이 아니라 보호무역에도 불구하고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진국 대부분은 미국과 같은 방법으로 부자가 됐다.
해밀턴 정책의 원조는 1721~1742년 영국을 다스렸던 로버트 월폴 총리다. 18세기 중반 영국은 관세와 보조금으로 모직물 산업을 키워 번 돈으로 산업혁명에 필요한 식량과 원자재를 샀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산업적 우위를 확보한 1860년대에 이르러서야 영국은 비로소 자유무역을 시작했다. 1830~1940년대 경제 도약기의 미국, 1720~1850년대 경제 성장기의 영국은 모두 보호무역 국가였다. 일본·핀란드·한국·프랑스·오스트리아·싱가포르·타이완(대만) 등도 비슷했다. 예외는 네덜란드, 1차 대전 전까지의 스위스·홍콩 정도다.
개발도상국들이 보호주의와 정부 개입 정책을 썼던 ‘어두운 과거’, 즉 1960~197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은 매년 3%씩 늘었으나 되레 자유시장 개혁을 진행한 1980~2000년에는 1.7%로 떨어졌다. 2000년대 들어와 회복세를 타, 1980~2009년 평균 성장률은 2.6%인데 이는 인도와 중국의 경제 성장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나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지 않았다. 자유무역·자유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자유무역 뒤 아프리카 성장률 떨어져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라고 한다. 기후도 나쁘고 항구도 없는 내륙국가가 많다. 천연자원이 풍부해 사람들이 게으르다(자원의 저주). 여러 민족으로 갈려 갈등이 잦고 합리적 제도와 협동하려는 좋은 문화도 없다.
그러나 만약 기후 탓이라면 추위가 혹독한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왜 ‘자원의 저주’를 받지 않았을까? 20세기 초반까지도 미국과 호주인들은 일본인들이 너무 게으르다고 말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영국인들은 독일인들을 가리켜 너무 바보 같고 개인주의적이며 감정적이어서 경제 발전은 글렀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 하는 말과 비슷하다.
알려진 것과 달리 1960~1970년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1인당 소득성장률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매년 평균 1.6% 정도로 같은 기간 5~6%였던 동아시아나 3%였던 라틴아메리카보다는 못했지만, 오늘날 부자나라들이 산업혁명기(1820~1913년)에 기록했던 1~15%보다는 낫다.
지난 30년간 아프리카가 정체된 진짜 원인은 자유시장 경제정책이다. 1980년대 이후 세네갈을 필두로 사하라 이남 나라들이 세계은행과 IMF가 제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따라 자유시장·자유무역 정책을 추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경쟁력이 미약한 산업이 국제 경쟁에 갑자기 노출됐고 1960~1970년대 키워놓은 제조업이 붕괴됐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코코아·커피·동과 같은 1차 산품 수출에만 의존하게 됐다. 각국이 비슷한 제품을 수출하면서 공급이 늘어 가격 폭락이 잦았다. 그 결과 아프리카의 국민소득은 1980~2009년 연평균 증가율이 0.2%에 불과해 결국 1980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 마치질 1960~80년대 한국은 ○○무역국가다 “1960년대의 관세정책은 단순가공 경공업 중심인 국내산업 보호에 치중하였으며, 수입대체산업 육성을 위한 고율의 보호관세(40% 내외)를 책정하였다. … 1970년 초반 관세정책은 경제개발계획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조달과 국내산업 보호에 중점을 뒀다. … 1976년의 관세정책은 1977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관세율을 조정한 결과 평균 관세율이 31.3%에서 35.7%로 인상되었다. 이 밖에 종래 무관세 또는 20% 미만의 저세율 품목 중에서 34개 품목을 선정해 연차적으로 관세율이 자동 인상되도록 했다.”
어느 나라 얘기일까? 한국이다. 출처는? 국가기록원(www.archives.go.kr) ‘시기별 관세제도’ 항목에 들어 있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는 1962년부터 1996년까지 5년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해당 기간 동안 집중 육성할 산업 분야를 설정한 뒤 자원과 인력을 최우선적으로 배치했다. 관세정책도 유치산업 보호, 수입대체 산업 육성이 최대 목표인 경제개발계획에 철저하게 맞췄다.
예를 들어 제2차 경제개발계획(1967~1971년)은 철강·기계 및 화학 공업에 중점을 둔 공업 구조의 고도화라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에 따라 1968년 국영기업인 포항제철(현재 포스코)을 만들었다.
무역 필수품인 외환은 정부가 철저하게 통제했다. 외환 사용의 우선순위 목록을 정했고, 어렵게 벌어들인 달러가 기계설비류와 원자재 수입에 우선 쓰이도록 했다. 외환관리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경우에는 최고 사형에 처해질 정도였다. 일반 국민은 정부의 허가 없이 해외여행도 할 수 없었다.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1983년에야 비로소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됐는데 조건은 ‘50살 이상 국민에 한하여 200만원을 1년간 예치하는 조건으로 연 1회 유효한 관광여권 발급’이었다. 이런 제한이 없어진 건 1989년이었다.
외국인 투자도 제한했다. 경제개발계획에 따라 필요한 부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환영했지만, 은행 및 금융업 등 특정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1961년에는 외국인토지소유금지법을 만들어 사실상 화교들의 부동산을 몰수했다. 이 제한이 완전하게 없어진 건 1997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였다. 지금 중국이 ‘짝퉁 대국’이지만 20~30년 전에는 한국이 ‘짝퉁 왕국’이었다. 정부는 특허 상품의 위조품 제조를 노골적으로 눈감아 줬다.
■ 담금질 민영화 실패작 후쿠시마 원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원자력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후쿠시마 원전(사진)은 세계 최대의 민간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이 운영해왔다. 원전은 원래 국영이었는데, 30년 전 민영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설비가 고장 났다. 당시 도쿄전력은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1기당 3조5000억원이나 하는 원자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도쿄전력은 2007년 이후 자사 연구진의 보고를 포함해 잇단 대지진 경고를 반복적으로 무시해왔다.
2007년 당시 도쿄전력 지진해일(쓰나미) 연구진은 “쓰나미는 본래 불확실한 자연현상으로, 원전의 설계기준 높이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후쿠시마 원전이 위치한 곳은 과거 400년 동안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총 4차례 일어났던 곳이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이 경고를 무시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인 마크 1에 대해서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안전 설계가 변경돼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도쿄전력은 개의치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는 40년이나 사용해 설계수명을 넘었다. 그러나 이익 극대화에 골몰했던 도쿄전력은 당장 운영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원전을 보강하는 데 그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도쿄전력이 물어야 할 배상금만 1300억달러(1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도쿄전력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국유화를 하거나 공적자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영기업이나 공기업은 비효율적이므로 모두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제 많은 나라에서 기간산업 국유화가 유행처럼 번졌다. 민영화된 기업이 효율적으로 변한 사례도 있지만, 정반대인 경우도 많다.
■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마치질’을 읽고 1960~80년대 고도성장기에 한국이 보호무역 국가였는지 아니면 자유무역 국가였는지 써 보시오. 단, 일부 학자들은 “당시 한국 정부의 경제 개입은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한 조치였다”며 “기본적으로 시장을 인정한 상태에서 민간기업의 활동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정책을 폈기 때문에 1960~80년대 한국 경제는 자유무역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오. (600자) 2. 전기·철도·도로·상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 민영화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써 보시오. 글에 민영화가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반드시 2가지 이상 드시오. (1200자)
■ 나의 생각 논제 ‘풀무질’의 질문 1을 약간 바꿔보자.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시속 100㎞로 질주 중인데 저 앞에는 5명의 인부가 작업 중이고, 오른쪽 비상 철로에는 인부 1명이 아니라 어린 아기가 1명 놀고 있다. 당신은 그대로 달릴 것인가 아니면 비상 철로로 방향을 바꿀 것인가? 만약 원래 질문 1에 대한 답변과 여기서 수정된 질문 1에 대한 답변이 달라졌다면 그 이유를 반드시 밝히시오. (400자) <통합논술 세미나> 2011년 3월7일치 답 원래 질문 1에 대한 답변과 같이 오른쪽 비상 철로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인부 1명이나 아기 1명이나 1명이고 다른 철로에는 5명이 있다. 공리주의적인 생각이지만 5명보다는 1명이 죽는 것이 낫다. 아기가 죽으면 아기의 부모는 정말 고통스럽겠지만 5명은 산다. 만약 5명이 죽는다면 아기는 살겠지만 그 다섯 명의 인부가 책임지는 가정은 가족의 죽음뿐 아니라 경제적 생활고도 겪게 될 것이다. 아기의 부모는 둘이지만 다섯 명이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의 수는 둘 이상이다. 이 의견이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과 합치된다고 반박한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쾌락의 우위를 정할 수 없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수보다 소수가 고통받는 것이 낫다. 논제 A대학은 모두가 선망하는 명문 대학이다. 이 대학의 한 해 입학 정원은 2000명이다. 등록금은 1년에 1000만원이다. 당신은 2011학년도 입학시험을 치러 A대학에 정식 합격한 상태다. 한데 A대학은 2012학년도부터 정원 외 100명을 기여입학제로 뽑는다. 이 제도를 통해 들어오려는 학생은 1인당 10억원을 내야 한다. A대학은 교칙에 ‘기여입학제로 발생한 수익은 장학금 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당신은 A대학의 기여입학제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1000자) <통합논술 세미나> 2011년 3월7일치 답 반대한다. 등록금이 1년에 1000만원이나 되는 현실에서 대학이 기여입학제로 벌어들인 수익을 장학금으로 내준다면 분명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나만 거액을 내는 것도 아니고 A대학은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A대학에 합격한 학생들, 그리고 불합격한 학생들도 그곳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에 반해 기여입학제로 들어올 학생들은 별 노력 없이 부모의 재력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기여입학제로 뽑을 정원이 2000명의 정원 외에서 뽑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수성가를 꿈꾸며 A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기여입학제는 부의 대물림으로 보일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허구가 되어 간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혼자 공부한 학생보다 각종 사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부잣집 아이들이 더욱 성적이 좋다. 성적이 아닌 잠재적인 재능을 발견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조차 다양한 경험은 재력이 있는 아이들이 더 많이 쌓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돈을 대가로 대학에 진학하는 부자들은 서민들 입장에선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학 안에서 공리주의적인 관점으로 볼 때 A대 학생들에게는 조금 아니꼬워도 장학금을 많이 준다면 이의가 없을 것이다. 기여입학제로 들어온 학생들도, 장학금을 더 많이 받게 된 학생들도 만족할 것이다. 그러나 A대학이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이라는 전제하에 공리주의적으로 생각하면 A대 학생들이 얻을 행복보다 온 나라의 서민들이 부익부 빈익빈이란 말을 떠올리며 느낄 좌절감, 불쾌함이 더욱 클 것이다. 글쓴이: rfjy7754
2. 복지정책과 국가의 역할
3. 자유무역과 초국적 기업
4. 정보통신혁명과 탈산업사회 ■ 책 소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부키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나머지 5%는 아주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숨은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설명 가능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시중에 경제학 서적은 널려 있다. 한데 대부분 수험서다. 나머지 약간은 전문가용이다. 이에 비해 <…23가지>는 쉽다. 일반인들도 조금만 생각하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례와 이론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수준은 상당하다. 마르크스의 계획경제 논리가 어디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신자유주의자들이 왜 인플레이션 억제에 목을 매는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살펴본다. 이 책은 복잡해 보이는 경제 문제가 고난도의 경제학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평범한 상식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 풀무질
지난 2002년 2월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시내에서 열린 자유무역 반대 시위.
■ 마치질 1960~80년대 한국은 ○○무역국가다 “1960년대의 관세정책은 단순가공 경공업 중심인 국내산업 보호에 치중하였으며, 수입대체산업 육성을 위한 고율의 보호관세(40% 내외)를 책정하였다. … 1970년 초반 관세정책은 경제개발계획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조달과 국내산업 보호에 중점을 뒀다. … 1976년의 관세정책은 1977년부터 시작되는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관세율을 조정한 결과 평균 관세율이 31.3%에서 35.7%로 인상되었다. 이 밖에 종래 무관세 또는 20% 미만의 저세율 품목 중에서 34개 품목을 선정해 연차적으로 관세율이 자동 인상되도록 했다.”
1988년에 벌어진 양담배 불매운동.
■ 담금질 민영화 실패작 후쿠시마 원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원자력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후쿠시마 원전(사진)은 세계 최대의 민간 전력회사인 도쿄전력이 운영해왔다. 원전은 원래 국영이었는데, 30년 전 민영으로 바뀌었다. 이번에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설비가 고장 났다. 당시 도쿄전력은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1기당 3조5000억원이나 하는 원자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도쿄전력은 2007년 이후 자사 연구진의 보고를 포함해 잇단 대지진 경고를 반복적으로 무시해왔다.
후쿠시마 원전
■ 벼리기 아래 논제를 읽고 글을 쓴 뒤, <아하! 한겨레> 누리집(www.ahahan.co.kr)에 올려 주세요. 잘 쓴 글을 선택해 ‘통합논술 세미나’에 실어 줍니다. 1. ‘마치질’을 읽고 1960~80년대 고도성장기에 한국이 보호무역 국가였는지 아니면 자유무역 국가였는지 써 보시오. 단, 일부 학자들은 “당시 한국 정부의 경제 개입은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한 조치였다”며 “기본적으로 시장을 인정한 상태에서 민간기업의 활동을 도와주는 차원에서 정책을 폈기 때문에 1960~80년대 한국 경제는 자유무역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오. (600자) 2. 전기·철도·도로·상하수도 등 사회기반시설 민영화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써 보시오. 글에 민영화가 성공한 사례와 실패한 사례를 반드시 2가지 이상 드시오. (1200자)
■ 나의 생각 논제 ‘풀무질’의 질문 1을 약간 바꿔보자.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시속 100㎞로 질주 중인데 저 앞에는 5명의 인부가 작업 중이고, 오른쪽 비상 철로에는 인부 1명이 아니라 어린 아기가 1명 놀고 있다. 당신은 그대로 달릴 것인가 아니면 비상 철로로 방향을 바꿀 것인가? 만약 원래 질문 1에 대한 답변과 여기서 수정된 질문 1에 대한 답변이 달라졌다면 그 이유를 반드시 밝히시오. (400자) <통합논술 세미나> 2011년 3월7일치 답 원래 질문 1에 대한 답변과 같이 오른쪽 비상 철로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인부 1명이나 아기 1명이나 1명이고 다른 철로에는 5명이 있다. 공리주의적인 생각이지만 5명보다는 1명이 죽는 것이 낫다. 아기가 죽으면 아기의 부모는 정말 고통스럽겠지만 5명은 산다. 만약 5명이 죽는다면 아기는 살겠지만 그 다섯 명의 인부가 책임지는 가정은 가족의 죽음뿐 아니라 경제적 생활고도 겪게 될 것이다. 아기의 부모는 둘이지만 다섯 명이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의 수는 둘 이상이다. 이 의견이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과 합치된다고 반박한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쾌락의 우위를 정할 수 없고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수보다 소수가 고통받는 것이 낫다. 논제 A대학은 모두가 선망하는 명문 대학이다. 이 대학의 한 해 입학 정원은 2000명이다. 등록금은 1년에 1000만원이다. 당신은 2011학년도 입학시험을 치러 A대학에 정식 합격한 상태다. 한데 A대학은 2012학년도부터 정원 외 100명을 기여입학제로 뽑는다. 이 제도를 통해 들어오려는 학생은 1인당 10억원을 내야 한다. A대학은 교칙에 ‘기여입학제로 발생한 수익은 장학금 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당신은 A대학의 기여입학제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1000자) <통합논술 세미나> 2011년 3월7일치 답 반대한다. 등록금이 1년에 1000만원이나 되는 현실에서 대학이 기여입학제로 벌어들인 수익을 장학금으로 내준다면 분명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나만 거액을 내는 것도 아니고 A대학은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A대학에 합격한 학생들, 그리고 불합격한 학생들도 그곳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에 반해 기여입학제로 들어올 학생들은 별 노력 없이 부모의 재력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기여입학제로 뽑을 정원이 2000명의 정원 외에서 뽑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수성가를 꿈꾸며 A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기여입학제는 부의 대물림으로 보일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허구가 되어 간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집에서 혼자 공부한 학생보다 각종 사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부잣집 아이들이 더욱 성적이 좋다. 성적이 아닌 잠재적인 재능을 발견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조차 다양한 경험은 재력이 있는 아이들이 더 많이 쌓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돈을 대가로 대학에 진학하는 부자들은 서민들 입장에선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중학생의 공부하는 힘 1318클래스(1318class.com)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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