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지식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학을 경험해야 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수학 수업 어떻게 하나
실생활 관련 사례로 수학적 감수성 자극
문제를 일상언어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
실생활 관련 사례로 수학적 감수성 자극
문제를 일상언어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
교단에 서다 보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에게 수학 시간은 지루한 시간이거나 공포스러운 시간이다. 수학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반복, 선행학습으로 인해 수학의 매력을 알기도 전에 아이들이 ‘수학 불안’이나 ‘수학 공포증’을 경험한 탓이다.
실제로 수학교과는 학습부진아가 다른 어떤 과목보다 많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그 수가 더욱 급증한다. 지능이 떨어지거나 읽기, 쓰기, 셈하기 등에 문제가 있어 학습 곤란을 겪는 경우보다, 특정한 계기로 수학에 관심을 잃고 학습성취도가 떨어지면서 생겨난 경우다. 즉 ‘기본학습 부진아’가 대부분인데, 이는 수업에서 수학의 효용성과 재미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학 학습부진아 양산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학생들에게 수학 자체의 매력과 도구교과로서의 중요성을 느낄 기회를 빈번히 제공하면 된다. 이를 위해 필자는 ‘생활 속에서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습관’과 ‘수학사 학습’을 두 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예컨대 ‘함수’ 단원이라면, 실생활에서 함수관계인 것을 찾아보고 이를 식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지도함으로써 함수와 실생활의 관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함수의 활용 및 발견에 관련된 수학사 학습을 통해 수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교과서를 벗어나 좀더 폭넓은 수학적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수학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수업,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는 수업으로 수학적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제 생활 속에서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실험의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보통 첫 수업 때 그림과 같은 과녁을 그려놓고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시한다.
많은 학생들이 고민도 해보지 않은 채 아무거나 찍는다. 그들의 삶 속에 수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학 무관심파’다. 또 한 부류는 과녁에 있는 다섯 가지 수 가운데 무작위로 일곱 번을 더해서 보기 중의 답이 있는지 시도한다. 이런 학생이라면 일단은 수학적 심성이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실 한구석에서 누군가가 “④번이에요!”라고 외친다. 설명은 이렇다. “일곱 번 다 맞혔으니까 점수는 최소한 7점 이상이겠죠. 또 9점만 다 맞혀도 63점밖에 안 되니까 ①과 ②는 답이 될 수 없어요. 과녁엔 홀수만 있는데, 홀수를 일곱 번 더하면 홀수가 나오니까 짝수는 답이 될 수 없잖아요.”
세 부류의 답변에 어떤 차이가 보이는가? 수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고습관의 차이다. 이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능력은 단지 수학 점수에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교과학습 능력은 물론, 새로운 지식 습득력이나 상황판단력을 길러준다. 먼 옛날부터 수학이 도구교과로서 중시되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엔 활동 수학의 예를 들어보자. 등굣길에 게시판에서 아래과 같은 안내문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이들은 스스로 교과서를 찾아 읽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팽이 돌리기 대회가 열리는 교실로 몰려든다.
흥미로운 건 참여 학생과 그들의 성취도 사이에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찾아온,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과 교사의 대화는 당연히 매끄럽다.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대한 개념은 쉽게 소화되고, 바로 그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팽이 돌리기 체험은 특별한 기억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먼저 수학문제를 생활언어로 이해하는 노력을 해보자. 예컨대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인기 절정일 때, 집합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수학시간에 아래와 같은 문제를 만나면 어떨까? 수학문제를 일상언어로 표현하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줄어들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활용’ 문제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면서 생각한다면 금상첨화다. <변형 전> 전체집합 ∪={1, 2, 3,…, 8, 9, 10}의 부분집합 Α={ⅹ|ⅹ는 10의 약수}, Β={1, 3, 5, 7}에 대하여 (Α∪Β)c의 원소의 개수를 구하여라. <변형 후> 1학년 8반 35명 중에서 현빈을 좋아하는 사람이 19명, 윤상현을 좋아하는 사람이 14명,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 7명이라면 현빈과 윤상현 둘 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몇 명일까? 수학을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진정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풍부한 독서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습지를 일찍 시작해 단순 반복적인 문제를 잘 푼다고 해서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 지나친 선행과 반복학습은 도리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기 쉽다. 끝으로 수학은 하루 반짝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앞부분을 학습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를 따라갈 수 없는 특성, 다시 말해 ‘위계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갖고 우직하게 공부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는데, 이것을 ‘아하! 체험’(Aha! experience)이라고 한다. 이때 부모의 태도와 철학이 중요하다. 자녀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 주겠다는 생각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무턱대고 학원에 보내지 말고 다음 학기 문제집을 함께 골라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독려해줄 것을 권한다.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예습을 통해 혼자 터득해 가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 바라보는 부모는 답답하겠지만 ‘아하! 체험’은 이렇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의 축적 위에서 가능하다. 이 경험을 한번 하고 나면 수학의 매력에 스스로 푹 빠지게 된다. 수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바로 이 ‘아하! 체험’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서울사대부설여중 장홍월 교사
한겨레 교육
많은 학생들이 고민도 해보지 않은 채 아무거나 찍는다. 그들의 삶 속에 수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학 무관심파’다. 또 한 부류는 과녁에 있는 다섯 가지 수 가운데 무작위로 일곱 번을 더해서 보기 중의 답이 있는지 시도한다. 이런 학생이라면 일단은 수학적 심성이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실 한구석에서 누군가가 “④번이에요!”라고 외친다. 설명은 이렇다. “일곱 번 다 맞혔으니까 점수는 최소한 7점 이상이겠죠. 또 9점만 다 맞혀도 63점밖에 안 되니까 ①과 ②는 답이 될 수 없어요. 과녁엔 홀수만 있는데, 홀수를 일곱 번 더하면 홀수가 나오니까 짝수는 답이 될 수 없잖아요.”
세 부류의 답변에 어떤 차이가 보이는가? 수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고습관의 차이다. 이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능력은 단지 수학 점수에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교과학습 능력은 물론, 새로운 지식 습득력이나 상황판단력을 길러준다. 먼 옛날부터 수학이 도구교과로서 중시되어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엔 활동 수학의 예를 들어보자. 등굣길에 게시판에서 아래과 같은 안내문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이들은 스스로 교과서를 찾아 읽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팽이 돌리기 대회가 열리는 교실로 몰려든다.
한겨레 교육
흥미로운 건 참여 학생과 그들의 성취도 사이에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찾아온,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과 교사의 대화는 당연히 매끄럽다.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대한 개념은 쉽게 소화되고, 바로 그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팽이 돌리기 체험은 특별한 기억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먼저 수학문제를 생활언어로 이해하는 노력을 해보자. 예컨대 드라마 ‘시크릿가든’이 인기 절정일 때, 집합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수학시간에 아래와 같은 문제를 만나면 어떨까? 수학문제를 일상언어로 표현하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줄어들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활용’ 문제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면서 생각한다면 금상첨화다. <변형 전> 전체집합 ∪={1, 2, 3,…, 8, 9, 10}의 부분집합 Α={ⅹ|ⅹ는 10의 약수}, Β={1, 3, 5, 7}에 대하여 (Α∪Β)c의 원소의 개수를 구하여라. <변형 후> 1학년 8반 35명 중에서 현빈을 좋아하는 사람이 19명, 윤상현을 좋아하는 사람이 14명,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 7명이라면 현빈과 윤상현 둘 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몇 명일까? 수학을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진정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은 풍부한 독서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습지를 일찍 시작해 단순 반복적인 문제를 잘 푼다고 해서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 지나친 선행과 반복학습은 도리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기 쉽다. 끝으로 수학은 하루 반짝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앞부분을 학습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를 따라갈 수 없는 특성, 다시 말해 ‘위계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내심을 갖고 우직하게 공부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는데, 이것을 ‘아하! 체험’(Aha! experience)이라고 한다. 이때 부모의 태도와 철학이 중요하다. 자녀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 주겠다는 생각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무턱대고 학원에 보내지 말고 다음 학기 문제집을 함께 골라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갖도록 독려해줄 것을 권한다. 누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스스로 예습을 통해 혼자 터득해 가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 바라보는 부모는 답답하겠지만 ‘아하! 체험’은 이렇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의 축적 위에서 가능하다. 이 경험을 한번 하고 나면 수학의 매력에 스스로 푹 빠지게 된다. 수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바로 이 ‘아하! 체험’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서울사대부설여중 장홍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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