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초등학교의 변화
경기교육청 ‘교사 업무 줄이기’ 시범학교 가보니
실험 2년째…학생들 만족
공문·대면결재 크게 줄어
교감 업무↑…“행정직 확충을” 경기도 부천시 상동초등학교의 곽병미(45) 교사는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가 보낸 기분 좋은 카드 한 통을 받았다. 제자는 “두 달 동안 가르쳐 주신 거 정말 감사하다”며 “그동안 제 담임 선생님 중에서 가장 열심히 가르쳐 주신 것 같다”고 썼다. 지난 13일 학교에서 만난 곽 교사는 “교직에 있었던 22년 동안 늘 수업과 업무에 55 대 45 정도로 열정을 나눠 썼지만, 때로는 45 대 55로 역전되기도 했다”며 “올해만큼 내 열정을 100% 수업에 쏟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2009년 11월 ‘교원 업무 경감 추진 종합계획’을 시행하며 추진한 교원 행정업무 줄이기 실험이 2년째에 접어들며 성과를 내고 있다. ‘교원 행정업무 경감 시범학교’ 90곳을 선정해 교무실과 행정실이 통합된 ‘교육지원실’을 만들어 행정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행정업무를 맡을 교무행정 보조인력 1명까지 지원하면서 업무처리 효율과 교사들의 수업 집중도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 불필요한 공문도 대폭 줄였다. 상동초교도 시범학교 가운데 하나다. 곽 교사를 비롯한 6학년 담임들은 교무행정 보조인력에게 행정업무를 맡기고 수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교무행정 보조인력을 전체 초·중·고에 지원할 계획이다. 박상길 상동초 교장은 “해마다 3월2일에는 전·입학생이 50명을 넘는데, 그동안 이 업무를 맡은 교사는 사실상 수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보조인력이 이 일을 대신해 교사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학교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구조개선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시범학교에서 교장실-행정실-교무실을 통합한 교육지원실을 만들어 운영하도록 했다. 상동초도 기존의 행정실을 확대개편해 만든 교실 2개 규모의 ‘교육지원실’을 교장실과 나란히 배치해놓았고, 교감은 사실상 교육지원실의 책임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 김향임 교감은 “교사들은 ‘학년연구실’을 쓰고, 교감은 교육지원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처리한다”며 “큰 행사가 아니면 교사들이 모를 정도로 업무의 상당부분은 교감과 직원들에게 넘어왔다”고 했다. 공문도 크게 줄었다. 15일 도교육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본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이 생산하는 공문이 2008년 46만2475건에서 지난해엔 23만2875건으로 50.3%나 줄어들었다. 시범학교에선 교사들이 부장교사-교감-교장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결재를 받는 번거로움도 사라지고 있다. 상동초 이영준(47) 교무부장은 “교장·교감이 늘 자리에 있지는 않기 때문에 결재 하나를 받으려고 수시로 교무실과 교장실을 들락거려야 했고, 결국 수업 결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학교에선 대면결재를 폐지했고, 전자결재 시스템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교원 업무 경감 및 전문성 제고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선 대면결재 위주의 업무 관행이 여전하다. 성남시 불곡고등학교의 신동하 교사는 “전자결재를 종이로 출력하는 이중 결재를 요구하는 교장들이 많다”며 “종이 출력 금지 지침 등을 시행하는 경기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공문·대면결재 크게 줄어
교감 업무↑…“행정직 확충을” 경기도 부천시 상동초등학교의 곽병미(45) 교사는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가 보낸 기분 좋은 카드 한 통을 받았다. 제자는 “두 달 동안 가르쳐 주신 거 정말 감사하다”며 “그동안 제 담임 선생님 중에서 가장 열심히 가르쳐 주신 것 같다”고 썼다. 지난 13일 학교에서 만난 곽 교사는 “교직에 있었던 22년 동안 늘 수업과 업무에 55 대 45 정도로 열정을 나눠 썼지만, 때로는 45 대 55로 역전되기도 했다”며 “올해만큼 내 열정을 100% 수업에 쏟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이 2009년 11월 ‘교원 업무 경감 추진 종합계획’을 시행하며 추진한 교원 행정업무 줄이기 실험이 2년째에 접어들며 성과를 내고 있다. ‘교원 행정업무 경감 시범학교’ 90곳을 선정해 교무실과 행정실이 통합된 ‘교육지원실’을 만들어 행정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행정업무를 맡을 교무행정 보조인력 1명까지 지원하면서 업무처리 효율과 교사들의 수업 집중도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 불필요한 공문도 대폭 줄였다. 상동초교도 시범학교 가운데 하나다. 곽 교사를 비롯한 6학년 담임들은 교무행정 보조인력에게 행정업무를 맡기고 수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교무행정 보조인력을 전체 초·중·고에 지원할 계획이다. 박상길 상동초 교장은 “해마다 3월2일에는 전·입학생이 50명을 넘는데, 그동안 이 업무를 맡은 교사는 사실상 수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보조인력이 이 일을 대신해 교사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학교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구조개선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시범학교에서 교장실-행정실-교무실을 통합한 교육지원실을 만들어 운영하도록 했다. 상동초도 기존의 행정실을 확대개편해 만든 교실 2개 규모의 ‘교육지원실’을 교장실과 나란히 배치해놓았고, 교감은 사실상 교육지원실의 책임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 김향임 교감은 “교사들은 ‘학년연구실’을 쓰고, 교감은 교육지원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처리한다”며 “큰 행사가 아니면 교사들이 모를 정도로 업무의 상당부분은 교감과 직원들에게 넘어왔다”고 했다. 공문도 크게 줄었다. 15일 도교육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본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이 생산하는 공문이 2008년 46만2475건에서 지난해엔 23만2875건으로 50.3%나 줄어들었다. 시범학교에선 교사들이 부장교사-교감-교장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결재를 받는 번거로움도 사라지고 있다. 상동초 이영준(47) 교무부장은 “교장·교감이 늘 자리에 있지는 않기 때문에 결재 하나를 받으려고 수시로 교무실과 교장실을 들락거려야 했고, 결국 수업 결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 학교에선 대면결재를 폐지했고, 전자결재 시스템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교원 업무 경감 및 전문성 제고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선 대면결재 위주의 업무 관행이 여전하다. 성남시 불곡고등학교의 신동하 교사는 “전자결재를 종이로 출력하는 이중 결재를 요구하는 교장들이 많다”며 “종이 출력 금지 지침 등을 시행하는 경기도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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