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만 좋아한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활동적인 걸 좋아한다면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사진은 농구 경기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자기주도학습 첫단추로 학습심리 알아볼 수 있어
점쟁이식 정답은 아냐…기계적 대입은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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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학습심리유형으로 공부방법 찾기
올해 중학교 2학년인 김현지양은 스포츠광이다. 직접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축구팀 경기가 있으면 늦게까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성격은 명랑하다. 친구가 많다. 늘 김양을 중심으로 친구들이 모인다. 낯을 안 가려 새로 알게 된 사람과도 금세 친해진다. 초등학교 때는 이런 성격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체육대회나 체험학습 등 활동이 많은 시간에 빛을 봤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공부가 힘들어졌다. 공부할 양도 늘고, 깊이 있게 공부할 것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제 등을 자주 빼먹어 “덜렁댄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엄마는 “나는 문제의식을 느끼는데 아이는 못 느끼는 것 같아 속이 뒤집히는 순간들이 많다”고 했다. 김양이 제일 싫어하는 건 노트필기다. 하지만 어머니는 “필기를 꼼꼼히 잘하는 아이치고 공부 못하는 아이가 없다”며 노트검사를 한다.
성격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키어시와 학습 행동에 관한 다이앤 히콕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학습심리유형별 행동특성을 보면 김양은 행동형, 규범형, 탐구형, 이상형 가운데 ‘행동형’에 가깝다. 이런 학생들은 혼자 공부할 때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기 쉽다. 학습법전문가 이지은씨는 “밖에서 직접 축구를 하지 않더라도 축구 등 활동적인 것들을 좋아하는 거 보면 혼자 방에서 공부하기보다는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학생한테는 적절한 선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학습분위기도 필요하다. 대놓고 “일등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경쟁이 아니다. 수행평가 빨리 하기, 퀴즈 맞히기 등 여럿이서 게임하듯 공부하는 방법들을 찾아보라는 의미다. 행동형 학생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서론’을 지루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학습목표’나 ‘개념정리’를 들으면 졸음이 밀려온다. 이럴 때 머리에 안 들어오는 개념만 계속 접할 게 아니라 실전 문제를 먼저 풀어보고, 거꾸로 개념을 만나는 식으로 공부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행동형은 공부를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앉아서 이루어지는 방식의 학교수업이 부담스럽다. 앉아서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만 공부가 안되는 유형도 있다. 탐구형이다. 탐구형은 행동형과는 반대로 가만히 앉아 공부도 잘하고, 집중력도 좋지만 성적은 잘 오르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다. 독서량이 엄청나다. 최근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에 빠졌다. 방에서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성적은 잘 오르지 않는다. 중학교 1학년 손지영양은 “중학교에 올라오니까 과목수도 너무 많은 것 같고, 공부할 양도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손양은 ‘탐구형’ 가운데서도 ‘탐구이상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씨는 “탐구라는 말 뒤에 ‘규범’이라는 말이 붙은 ‘탐구규범형’이면 계획 등을 잘 챙겨서 공부가 밀리지 않게 조절했을 텐데 그게 어려웠던 걸 보면 이상적인 면이 강한 학생인 것 같다”고 했다. “비유를 하자면 굉장히 조용한 이미지의 숲에 서 있는 아주 고귀한 야생의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데 사람들이 자꾸 와서 구경을 하니까 불편하고 귀찮은 거죠. 이런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재미있는 놀이, 프로그램을 하자고 해도 관심을 잘 안 보입니다.” 탐구형은 자아가 강한 편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이 뚜렷하고, 그것을 어떻게 시도할 것인지 자기만의 방법들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른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밤을 새워 몰입한다. 반면 특별한 동기가 없는 과목에 대해 누군가 공부하라고 지시하면 흥미를 잃는다. 이런 학생이라면 성적이 낮은 과목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이씨는 “이런 학생들은 국어 서술형 등 언어감각이 필요한 부분이나 맥락적 사고가 필요한 과목에 몰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중학생이라면 일단 잘하는 부분에서 성취감을 얻는 게 좋다”고 했다. 가능하다면 인문학 등 좋아하는 분야에서 대안적인 학습공간 등을 찾아서 토론, 글쓰기 공부 등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탐구형이 두드러지는 학생들한테는 또래보다는 나이 차이가 있는 멘토가 곁에 있으면 좋다.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등 비슷한 기질이 있는 선배가 제도권 교육 안에서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 성공한 사례를 접하면서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이 강조되는 때 여러 기관에서 이렇게 아이의 학습심리유형 검사를 실시한다. 성격을 알면 아이가 스스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 즉 자기주도학습의 단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방법의 단초를 찾을 때 유의할 점도 있다. 이런 검사 자체를 학습법을 점찍어주는 점쟁이로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런 검사를 하면 아이가 어떤 유형이라고 점을 찍어주는 식의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고 여러 유형 가운데서 이 유형에 좀더 가깝다는 걸 말해주는 결과가 나온다”며 “마치 이 결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부법이 나올 거라고 오해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못 쓰는 건 아니잖아요. 오른손, 왼손 다 쓸 줄 알지만 그 가운데서 오른손이 상대적으로 편하니까 쓰는 거죠. 어떤 성향이 강하다고 다른 성향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한 성향만 있다면 그건 어디가 아픈 거죠. 예를 들어, 행동형이 강하면서도 전혀 다른 성격처럼 보이는 규범형의 면모를 보여주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리더스에듀 황영선 교육개발팀장은 “성격별 학습방법도 수많은 유형을 몇 가지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여기에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내 아이는 이 방법이 무조건 맞고, 이 방법은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네 가지 공부 방법 안에서 하나를 골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들을 넘나들며 공부를 해보다가 비로소 자기한테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거죠.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아직 어려서 자기 성향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상 아이의 성향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부모다. 그래서 이런 검사와 함께 평소 아이와 생활하는 부모의 관찰도 아이한테 적절한 공부방법을 찾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황 팀장은 “부모가 주의 깊게,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자기한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으려면 긴 시간을 들여야 하고 시행착오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손양은 ‘탐구형’ 가운데서도 ‘탐구이상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씨는 “탐구라는 말 뒤에 ‘규범’이라는 말이 붙은 ‘탐구규범형’이면 계획 등을 잘 챙겨서 공부가 밀리지 않게 조절했을 텐데 그게 어려웠던 걸 보면 이상적인 면이 강한 학생인 것 같다”고 했다. “비유를 하자면 굉장히 조용한 이미지의 숲에 서 있는 아주 고귀한 야생의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데 사람들이 자꾸 와서 구경을 하니까 불편하고 귀찮은 거죠. 이런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재미있는 놀이, 프로그램을 하자고 해도 관심을 잘 안 보입니다.” 탐구형은 자아가 강한 편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이 뚜렷하고, 그것을 어떻게 시도할 것인지 자기만의 방법들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른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밤을 새워 몰입한다. 반면 특별한 동기가 없는 과목에 대해 누군가 공부하라고 지시하면 흥미를 잃는다. 이런 학생이라면 성적이 낮은 과목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이씨는 “이런 학생들은 국어 서술형 등 언어감각이 필요한 부분이나 맥락적 사고가 필요한 과목에 몰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중학생이라면 일단 잘하는 부분에서 성취감을 얻는 게 좋다”고 했다. 가능하다면 인문학 등 좋아하는 분야에서 대안적인 학습공간 등을 찾아서 토론, 글쓰기 공부 등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탐구형이 두드러지는 학생들한테는 또래보다는 나이 차이가 있는 멘토가 곁에 있으면 좋다. 혼자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등 비슷한 기질이 있는 선배가 제도권 교육 안에서 자기만의 공부 방법을 찾아 성공한 사례를 접하면서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이 강조되는 때 여러 기관에서 이렇게 아이의 학습심리유형 검사를 실시한다. 성격을 알면 아이가 스스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 즉 자기주도학습의 단초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 방법의 단초를 찾을 때 유의할 점도 있다. 이런 검사 자체를 학습법을 점찍어주는 점쟁이로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런 검사를 하면 아이가 어떤 유형이라고 점을 찍어주는 식의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고 여러 유형 가운데서 이 유형에 좀더 가깝다는 걸 말해주는 결과가 나온다”며 “마치 이 결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공부법이 나올 거라고 오해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못 쓰는 건 아니잖아요. 오른손, 왼손 다 쓸 줄 알지만 그 가운데서 오른손이 상대적으로 편하니까 쓰는 거죠. 어떤 성향이 강하다고 다른 성향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한 성향만 있다면 그건 어디가 아픈 거죠. 예를 들어, 행동형이 강하면서도 전혀 다른 성격처럼 보이는 규범형의 면모를 보여주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리더스에듀 황영선 교육개발팀장은 “성격별 학습방법도 수많은 유형을 몇 가지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여기에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내 아이는 이 방법이 무조건 맞고, 이 방법은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네 가지 공부 방법 안에서 하나를 골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들을 넘나들며 공부를 해보다가 비로소 자기한테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거죠.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아직 어려서 자기 성향이 제대로 안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상 아이의 성향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건 부모다. 그래서 이런 검사와 함께 평소 아이와 생활하는 부모의 관찰도 아이한테 적절한 공부방법을 찾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황 팀장은 “부모가 주의 깊게,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가 자기한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으려면 긴 시간을 들여야 하고 시행착오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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