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투게더 디베이트클럽 제공
활동을 통해 스스로 배우는 교육이 되어야
둥근 테이블은 자발적 참여 이끌기에 적당
둥근 테이블은 자발적 참여 이끌기에 적당
[함께하는 교육]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21. 한국과 미국에서 디베이트의 위상
22. 참여, 그룹, 경쟁이라는 마술
23. 연재를 마치며 운동에는 골프나 테니스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 있고, 야구나 축구처럼 단체로 하는 운동이 있다. 둘 다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를까? 운동의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은 ‘단체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단체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팀워크를 다지는 법, 다른 사람과 협력해 공동의 목적을 이뤄내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팀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을 때 어떻게 끌어올릴지, 팀원이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게 된다. 혼자 하는 운동은 단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일 뿐이다. 미국의 중산층이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권하는 게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같은 단체 운동이다. 주말마다 공원에 나가 보면 형형색색의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공을 쫓아다닌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단체 운동을 하면 몇 년만 지나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수준차’가 대단하게 난다. ‘운동 실력’의 차이는 물론이고, ‘팀 생활을 해나가는 능력’에도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학년이 되어서야 단체 운동을 하려는 학생들은 실력에서도, 팀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이런 학생들 중에는 ‘개인 운동’으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인 학생들 중에 이런 학생들이 꽤 있다. 만약 이런 차이가 공부에 적용된다면 어떨까? 혼자 하는 공부와 단체 공부의 차이 말이다. 한국의 교육 문화에는 혼자 하는 공부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다. 토론이나 연극, 모의재판 같은 ‘단체 공부 프로그램’보다는 개인 성적에 강한 관심을 보인다. 경시대회를 보더라도 미국의 경시대회는 팀별·학교별 경쟁이 많은데, 한인 커뮤니티의 경시대회는 개인별로 1위, 2위, 3위를 뽑고 등수별로 상금도 다르게 준다.
하지만 운동도 개인 운동과 단체 운동의 교육적 효과가 다르듯, 공부도 개인 공부와 단체 공부는 효과가 다르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를테면 혼자 하는 공부와 디베이트로 공부하는 것은 ‘공부’라는 효과에서도, 부가적인 효과에서도 다르다. 디베이트를 통해서는 비판적 사고는 물론 팀워크, 리더십 등이 골고루 길러진다. ‘개인 공부’에만 골몰했던 학생과 ‘단체 공부’에 익숙한 학생이 대학의 토론식 수업에서 서로 마주하게 됐을 때 어떻게 다를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내가 미국에서 교육신문을 발행하면서 지녔던 문제의식은 ‘과연 한국인들의 교육문화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문제의식의 배후에는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에 비해 교육효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내용으로 우선 답해보자면, ‘참여’와 ‘그룹’, ‘경쟁’이 키워드가 될 듯하다. 참여라는 말은 학생들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 나선다는 뜻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의견을 내며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자기주도학습론이다. 그룹이란 공부를 여럿이서 한다는 뜻이다. 디베이트, 연극, 모의재판 같은 공부나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위한 팀 활동이 그것이다. 경쟁이란 공부 프로그램에 경쟁 요소를 집어넣어 학생들의 집중력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공부를 축구경기처럼 하자는 것이다. 축구에서 경기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선수가 된다. 코치는 코치석에서 주문만 할 뿐이다. 축구는 여럿이서 힘을 합해 한다. 스타플레이어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는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축구 경기는 두 팀이 경쟁하기 때문에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흥미가 높아진다. 공부도 이렇게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룹으로 모여서 하고, 경쟁적인 요소를 집어넣자는 것이다. 그럼 공부 효과가 좋아지는 것 같다. 디베이트는 가장 적절한 사례다. 디베이트에서 학생들은 공부의 주체가 된다. 코치는 옆에서 조언할 뿐이다. 디베이트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한다. 팀워크 훈련이 저절로 된다. 게다가 찬반으로 나눠 경쟁하는 묘미도 있다. 이렇게 하니 공부가 재미있는 것이다. 며칠 밤을 같이 지내는 디베이트 캠프, 하루에 몇차례씩 경쟁하는 고된 디베이트 대회를 끝내고도 학생들이 “재미있다,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한국의 교육종사자들은 아이들이 교육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교육,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하는 교육, 배려하는 교육문화 등을 추구할 수 있는 모델을 함께 찾았으면 좋겠다. 포인트는 ‘가르치기’(Teaching)에서 ‘교육활동 공급자’(Education Activity Provider)로 변화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인 교육 모델은 칠판과 선생님, 그리고 줄지어 늘어선 학생들이었다. 선생님은 과목에 따른 수업을 진행하고, 이를 칠판에 판서하면, 학생들은 이를 받아 적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교육 모델은 명백한 단점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교육이 날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변해가는데, 아직도 강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이라는 점이다. 이런 모델 속에서는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힘들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교육기관 운영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활동을 통해 저절로 배울 수 있는 교육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디베이트는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 참가 학생들은 스스로 디베이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배운다. 그것도 훨씬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배운다. 수학도, 과학도, 역사도 이렇게 공부 방법을 바꿔보자. 참고로, 참여·그룹·경쟁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책상 배치는 하크니스 테이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하크니스 테이블이란 에드워드 하크니스(Edward Harkness)라는 사람이 1930년대 확산시킨 교육 방법론이다. 그에 따르면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아 토론하면서 공부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원래 하크니스는 세인트 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을 졸업했다. 사회에 나와서는 석유왕으로 성공했는데, 자선사업가로서 수많은 학교, 병원들을 도왔다. 그가 고안한 하크니스 테이블 방법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해서 세인트 폴, 로런스빌 학교, 킹스우드-옥스퍼드 학교 등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이 방법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 방법을 제일 먼저 시작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자신의 학교를 자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우리는 하크니스 테이블 방법에 따라 공부한다”고 한다. 둥그런 탁자에서 공부하는 방법이 왜 그리 큰 차이를 낳을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면 학생들은 좀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편다고 한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학생들은 받아 적는 방법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디베이트 코치를 양성할 때도, 또 코치로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하크니스 테이블로 한다. 이 방법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은 강사와 수강생이, 수강생과 수강생이 서로 평등한 관계로 의견을 나누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처음에 디베이트 코치 양성 과정에서 테이블을 다시 놓자, 센터 관계자도, 수강생들도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의도를 설명하고 수업을 진행했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수업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 세번째 수업이 되자 수강생들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해서 수업의 약 20%가 수강생 발언으로 채워졌다. 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마다 “대중을 신뢰하자”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에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성인이라서’, ‘아직 이런 데 익숙하지 않아서’, ‘뭐가 크게 다르다고 이렇게 책상까지 바꿔가며’ 등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나 평등하게 존중받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모두들 마음을 열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하크니스 테이블로 했는데, 세번이 지나자 수강생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업이 풍성해지고, 열기가 달아오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분들도, 또 자신의 자료를 내놓겠다는 분들도 나타난다. 강사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수업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나는 거꾸로 수강생분들의 조언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디베이트에 뭐가 있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학생이 그룹으로 참여하며, 경쟁하는, 그리고 하크니스 테이블로 진행되는 수업이 한국에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22. 참여, 그룹, 경쟁이라는 마술
23. 연재를 마치며 운동에는 골프나 테니스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 있고, 야구나 축구처럼 단체로 하는 운동이 있다. 둘 다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를까? 운동의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사람은 ‘단체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단체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팀워크를 다지는 법, 다른 사람과 협력해 공동의 목적을 이뤄내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팀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을 때 어떻게 끌어올릴지, 팀원이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어떻게 도와줄지 고민하게 된다. 혼자 하는 운동은 단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일 뿐이다. 미국의 중산층이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권하는 게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같은 단체 운동이다. 주말마다 공원에 나가 보면 형형색색의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공을 쫓아다닌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단체 운동을 하면 몇 년만 지나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수준차’가 대단하게 난다. ‘운동 실력’의 차이는 물론이고, ‘팀 생활을 해나가는 능력’에도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학년이 되어서야 단체 운동을 하려는 학생들은 실력에서도, 팀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이런 학생들 중에는 ‘개인 운동’으로 방향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인 학생들 중에 이런 학생들이 꽤 있다. 만약 이런 차이가 공부에 적용된다면 어떨까? 혼자 하는 공부와 단체 공부의 차이 말이다. 한국의 교육 문화에는 혼자 하는 공부에 집착하는 경향이 많다. 토론이나 연극, 모의재판 같은 ‘단체 공부 프로그램’보다는 개인 성적에 강한 관심을 보인다. 경시대회를 보더라도 미국의 경시대회는 팀별·학교별 경쟁이 많은데, 한인 커뮤니티의 경시대회는 개인별로 1위, 2위, 3위를 뽑고 등수별로 상금도 다르게 준다.
하지만 운동도 개인 운동과 단체 운동의 교육적 효과가 다르듯, 공부도 개인 공부와 단체 공부는 효과가 다르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를테면 혼자 하는 공부와 디베이트로 공부하는 것은 ‘공부’라는 효과에서도, 부가적인 효과에서도 다르다. 디베이트를 통해서는 비판적 사고는 물론 팀워크, 리더십 등이 골고루 길러진다. ‘개인 공부’에만 골몰했던 학생과 ‘단체 공부’에 익숙한 학생이 대학의 토론식 수업에서 서로 마주하게 됐을 때 어떻게 다를지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내가 미국에서 교육신문을 발행하면서 지녔던 문제의식은 ‘과연 한국인들의 교육문화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문제의식의 배후에는 한국인의 높은 교육열에 비해 교육효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발견한 내용으로 우선 답해보자면, ‘참여’와 ‘그룹’, ‘경쟁’이 키워드가 될 듯하다. 참여라는 말은 학생들이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 나선다는 뜻이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 의견을 내며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자기주도학습론이다. 그룹이란 공부를 여럿이서 한다는 뜻이다. 디베이트, 연극, 모의재판 같은 공부나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위한 팀 활동이 그것이다. 경쟁이란 공부 프로그램에 경쟁 요소를 집어넣어 학생들의 집중력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공부를 축구경기처럼 하자는 것이다. 축구에서 경기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선수가 된다. 코치는 코치석에서 주문만 할 뿐이다. 축구는 여럿이서 힘을 합해 한다. 스타플레이어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는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축구 경기는 두 팀이 경쟁하기 때문에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흥미가 높아진다. 공부도 이렇게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그룹으로 모여서 하고, 경쟁적인 요소를 집어넣자는 것이다. 그럼 공부 효과가 좋아지는 것 같다. 디베이트는 가장 적절한 사례다. 디베이트에서 학생들은 공부의 주체가 된다. 코치는 옆에서 조언할 뿐이다. 디베이트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한다. 팀워크 훈련이 저절로 된다. 게다가 찬반으로 나눠 경쟁하는 묘미도 있다. 이렇게 하니 공부가 재미있는 것이다. 며칠 밤을 같이 지내는 디베이트 캠프, 하루에 몇차례씩 경쟁하는 고된 디베이트 대회를 끝내고도 학생들이 “재미있다,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한국의 교육종사자들은 아이들이 교육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교육,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서 하는 교육, 배려하는 교육문화 등을 추구할 수 있는 모델을 함께 찾았으면 좋겠다. 포인트는 ‘가르치기’(Teaching)에서 ‘교육활동 공급자’(Education Activity Provider)로 변화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인 교육 모델은 칠판과 선생님, 그리고 줄지어 늘어선 학생들이었다. 선생님은 과목에 따른 수업을 진행하고, 이를 칠판에 판서하면, 학생들은 이를 받아 적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교육 모델은 명백한 단점이 있음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교육이 날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변해가는데, 아직도 강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이라는 점이다. 이런 모델 속에서는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힘들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교육기관 운영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활동을 통해 저절로 배울 수 있는 교육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디베이트는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게 아니다. 참가 학생들은 스스로 디베이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배운다. 그것도 훨씬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배운다. 수학도, 과학도, 역사도 이렇게 공부 방법을 바꿔보자. 참고로, 참여·그룹·경쟁을 염두에 둔다면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책상 배치는 하크니스 테이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하크니스 테이블이란 에드워드 하크니스(Edward Harkness)라는 사람이 1930년대 확산시킨 교육 방법론이다. 그에 따르면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아 토론하면서 공부할 때 가장 효과가 좋다. 원래 하크니스는 세인트 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을 졸업했다. 사회에 나와서는 석유왕으로 성공했는데, 자선사업가로서 수많은 학교, 병원들을 도왔다. 그가 고안한 하크니스 테이블 방법은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해서 세인트 폴, 로런스빌 학교, 킹스우드-옥스퍼드 학교 등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이 방법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 방법을 제일 먼저 시작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자신의 학교를 자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우리는 하크니스 테이블 방법에 따라 공부한다”고 한다. 둥그런 탁자에서 공부하는 방법이 왜 그리 큰 차이를 낳을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면 학생들은 좀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편다고 한다.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말하고 학생들은 받아 적는 방법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디베이트 코치를 양성할 때도, 또 코치로서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하크니스 테이블로 한다. 이 방법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은 강사와 수강생이, 수강생과 수강생이 서로 평등한 관계로 의견을 나누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처음에 디베이트 코치 양성 과정에서 테이블을 다시 놓자, 센터 관계자도, 수강생들도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의도를 설명하고 수업을 진행했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수업은 그저 그랬다. 그런데 세번째 수업이 되자 수강생들의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해서 수업의 약 20%가 수강생 발언으로 채워졌다. 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마다 “대중을 신뢰하자”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에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성인이라서’, ‘아직 이런 데 익숙하지 않아서’, ‘뭐가 크게 다르다고 이렇게 책상까지 바꿔가며’ 등의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누구나 평등하게 존중받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모두들 마음을 열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하크니스 테이블로 했는데, 세번이 지나자 수강생의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업이 풍성해지고, 열기가 달아오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분들도, 또 자신의 자료를 내놓겠다는 분들도 나타난다. 강사 혼자서 하는 것보다 훨씬 수업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나는 거꾸로 수강생분들의 조언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디베이트에 뭐가 있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학생이 그룹으로 참여하며, 경쟁하는, 그리고 하크니스 테이블로 진행되는 수업이 한국에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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