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 상명대 교수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 공동대표 주진오 상명대 교수
현 정부가 구성한 검정위원이 한국사 교과서 검정
북한 관련 서술 ‘역사 교육과정’ 충실히 따랐을 뿐
현 정부가 구성한 검정위원이 한국사 교과서 검정
북한 관련 서술 ‘역사 교육과정’ 충실히 따랐을 뿐
지난해 7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한국사 교과서는 6종이다. 이전에 국사는 국정 교과서 하나뿐이었다. 13종의 교과서가 검정 대상에 올랐지만 천재교육, 미래엔컬처그룹(옛 대한교과서), 비상교육, 지학사, 범문사, 삼화출판사가 낸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해 학교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일부 보수 언론과 보수 단체들은 올 초부터 교과서 내용과 집필진 구성을 문제 삼으며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한국사’를 집필한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주진오(사진) 교수를 만나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번 새 한국사 교과서가 이념논란을 불러온 이유는 뭐라고 보나?
“교과서 이념 논란 과정이나 비판하는 내용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 자신의 처지에서 본 역사를 쓰라고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한국사가 ‘좌편향’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특정한 이념과 입장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교과서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정에 통과하기 위해선 교육과정에 충실해야 하고 한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된다.
게다가 이번 한국사 교과서는 지난 정부가 아닌 현 정부에서 구성한 검정위원이 검정을 본 것이다. 근현대사 비중이 많다고 문제 삼는데, 애초 교과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번 교과서는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쓰게 되어 있었다.”
북한 관련 서술이 너그럽다는 지적도 있는데?
“북한 내용은 오히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때보다 줄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은 빼려고 했고 북한 체제의 문제점도 많이 언급되어 있다. 가치판단을 하기보단 최대한 사실을 통해 판단할 수 있게끔 했다. 교육과정을 반영해서 쓴 것이지 필자들이 자의적으로 북한 내용을 쓴 게 아니다.
좌편향으로 모는 그림인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을 교과서에 실은 이유가 있다. 국가권력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학살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다. 이 그림을 피카소에게 요청한 프랑스 공산당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선전 도구로 활용하지 않았다. 그림 설명도 ‘6·25 전쟁의 비극을 그린 작품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전쟁을 비판하고 있다’고 써놓았다.”
집필진에 교사가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문제 삼는 것 같다. “그동안은 교수가 한 명이라도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엔 교사만 참여해서 만든 교과서가 있다. 교수들이 글을 아무리 쉽게 써도 학생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교수들만 교과서를 집필해서는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들도 많고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과서는 교사도 쓸 수 있다. 교수와 교사가 각자 잘할 수 있는 걸 담당하면 된다. 그리고 전교조는 합법적 노조인데, 왜 전교조 교사는 교과서를 집필해선 안 된다는 건가.” 초중고 역사교육 과정을 전면 손질한다고 한다. 교육과정 개편을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될지는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의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정치사, 문화사, 사회경제사 등의 분류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대학생도 분류사 중심의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초중고 학생들이 어떻게 역사 흐름을 이해하겠는가. 역사 전공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방식의 역사교육이다. 지나친 자민족 중심주의로 가서도 안 된다고 본다. 역사학계의 오랜 논의를 담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제대로 시행됐으면 지금은 체계적인 역사교육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걸 뒤집어놓은 게 현 정부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새 교과서를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국가적 낭비다. 왜 정부가 나서서 혼란을 자처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역사교육을 정치화, 이념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육을 혼란에 빠뜨리면 피해는 학생과 교사들이 보게 된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편향’됐다고 하면 학부모도 불안하지 않겠나.” 올바른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정부 발표에는 실질적으로 역사교육을 강화한 내용이 없다. 필수로 바꿨지만 수업 시수는 늘리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한국사는 이미 모든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사회과의 반발만 초래했다. 역사교육이 중요하다면 ‘역사’를 사회과에서 분리해 독립 교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학교 역사는 전공자가 가르치지 않는다. 일반사회나 지리 전공자가 가르치기도 한다. 비전문성이 존재하다 보니 역사가 암기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목적을 아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역사교육의 중요성 때문에 꾸준히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은 고등학교가 거의 마지막이다. 대학에 가도 한국사 과목은 수강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교과서 집필은 역사학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실천이다. 좋은 역사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녔으면 한다.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 실패, 배신의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지금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고 있다. 이런 걸 많이 아는 게 중요하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인생의 실패자가 역사의 실패자가 되지는 않는다. 다산 정약용이 지금은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당시에는 권력자인 영의정이 더 성공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왜 사극이나 역사소설은 재미있는데 역사라는 과목은 재미가 없을까. 교과서가 마냥 재미만 추구해선 안 되지만 좀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교과서를 썼으면 한다. 스토리가 있고 풍부한 그림 자료를 넣어 학생들이 역사에 흥미를 느꼈으면 한다. 지금처럼 일주일에 6시간을 몰아서 역사를 배우는 건 고문이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집필진에 교사가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문제 삼는 것 같다. “그동안은 교수가 한 명이라도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엔 교사만 참여해서 만든 교과서가 있다. 교수들이 글을 아무리 쉽게 써도 학생들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교수들만 교과서를 집필해서는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들 수 없다.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들도 많고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과서는 교사도 쓸 수 있다. 교수와 교사가 각자 잘할 수 있는 걸 담당하면 된다. 그리고 전교조는 합법적 노조인데, 왜 전교조 교사는 교과서를 집필해선 안 된다는 건가.” 초중고 역사교육 과정을 전면 손질한다고 한다. 교육과정 개편을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될지는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의 발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정치사, 문화사, 사회경제사 등의 분류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대학생도 분류사 중심의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초중고 학생들이 어떻게 역사 흐름을 이해하겠는가. 역사 전공자들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방식의 역사교육이다. 지나친 자민족 중심주의로 가서도 안 된다고 본다. 역사학계의 오랜 논의를 담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제대로 시행됐으면 지금은 체계적인 역사교육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걸 뒤집어놓은 게 현 정부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새 교과서를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국가적 낭비다. 왜 정부가 나서서 혼란을 자처하는지 모르겠다. 정부의 입맛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역사교육을 정치화, 이념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교육을 혼란에 빠뜨리면 피해는 학생과 교사들이 보게 된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편향’됐다고 하면 학부모도 불안하지 않겠나.” 올바른 역사교육 강화 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정부 발표에는 실질적으로 역사교육을 강화한 내용이 없다. 필수로 바꿨지만 수업 시수는 늘리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한국사는 이미 모든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사회과의 반발만 초래했다. 역사교육이 중요하다면 ‘역사’를 사회과에서 분리해 독립 교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학교 역사는 전공자가 가르치지 않는다. 일반사회나 지리 전공자가 가르치기도 한다. 비전문성이 존재하다 보니 역사가 암기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목적을 아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역사교육의 중요성 때문에 꾸준히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다.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은 고등학교가 거의 마지막이다. 대학에 가도 한국사 과목은 수강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교과서 집필은 역사학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실천이다. 좋은 역사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지녔으면 한다.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 실패, 배신의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지금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고 있다. 이런 걸 많이 아는 게 중요하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다. 인생의 실패자가 역사의 실패자가 되지는 않는다. 다산 정약용이 지금은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당시에는 권력자인 영의정이 더 성공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왜 사극이나 역사소설은 재미있는데 역사라는 과목은 재미가 없을까. 교과서가 마냥 재미만 추구해선 안 되지만 좀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교과서를 썼으면 한다. 스토리가 있고 풍부한 그림 자료를 넣어 학생들이 역사에 흥미를 느꼈으면 한다. 지금처럼 일주일에 6시간을 몰아서 역사를 배우는 건 고문이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