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 대회에 참가한 다양한 학생들의 모습. 이들이 한국 디베이트의 귀한 씨앗이 될 것이다. 투게더 디베이트클럽 제공
150명의 코치와 심판 양성, 디베이트 클래스 계속 늘어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토론문화 확산 전망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을 중심으로 토론문화 확산 전망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23. 연재를 마치며(마지막회)
기억을 되짚어보니 디베이트 확산을 위해 한국에 온 날이 지난해 12월2일이다. <한겨레>에 처음으로 디베이트 연재를 시작한 것이 올해 1월3일인데, 지금 쓰는 글이 실리는 날은 6월13일. 그러니까 5개월 이상 매주 연재를 했다. 오늘은 그 마지막이다. 그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그러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자연스레 드러날 것 같다.
가장 큰 성과라면 그사이 한국에 104명의 디베이트 코치가 탄생한 것이다. 미국의 디베이트 코치는 약 5000명으로 추정된다. 인구 대비로 보면 산술적으로 한국에는 약 1000명의 디베이트 코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두배 가중치를 둔다. 어떤 일이든 정열적으로 하는 한국 사람의 속성 때문에 2000명가량이 필요할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런데 그동안 코치를 양성해보니, 약 10~15%의 사람들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렇다면 2000명의 활발한 디베이트 코치를 위해서라면 1만5000명~2만명의 디베이트 코치가 양성되어야 한다. 이제 겨우 5% 정도 양성된 것이다. 갈 길이 멀다. 좀더 다양한 형태의 코치 양성과정이 마련되어야 이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나는 한국에 약 40명의 디베이트 심판을 양성했다. 축구나 야구도 그 스포츠를 잘 아는 사람이 심판을 봐야 하듯, 특히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디베이트의 심판은 훈련된 사람들이 봐야 한다. 5월29일 열렸던 제1회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를 위해 심판 40여명은 모두 8시간의 워크숍과 3번의 디베이트 심판 실습을 거쳐야 했다. 내 생각에 이동 거리를 생각하자면 한국의 각 도에 디베이트 심판이 50명 정도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도 단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디베이트 대회를 다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모두 10개의 도가 있다고 치면 필요한 인원은 500명. 역시 갈 길이 멀다. 아직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기간 중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함께 두차례 디베이트 캠프를 열었다. 2월과 5월. 다행히 두차례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2월 캠프의 경우 2박3일 동안 4번의 디베이트와 5차례의 워크숍을 끝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음에도 참가 학생들은 모두 밝은 얼굴빛으로 돌아갔다. 5월의 무박2일 캠프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다른 프로그램을 이런 빡빡한 일정으로 치러냈으면 중간에 힘들다는 학생들도 여럿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참가할수록 재미를 느끼는 디베이트의 마술이 여기에서도 통했다.
이 기간 중 5월29일 제1회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를 서울교육대학에서 열었다. 역시 성공적으로 치렀다. 한국에서는 처음 여는 대회라 참가팀을 96팀으로 제한했는데, 나중에 보니 60여팀이 대기자 명단에 있었다. 또 신청한 팀 모두가 일요일 아침 일찍 대회 현장에 도착해 열의를 보여줬다. 여기에서도 디베이트의 마술이 통했다. 모든 참가자들이 하루 4번의 디베이트를 치러야 했는데, 그런데도 끝나고 돌아가면서 “다음 대회는 언제 해요?”라고 묻는 학생들이 많았다. 쉽지 않았지만 재미있었던 것이다.
맨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5개월 동안 <한겨레>에 디베이트에 대해 연재한 것도 중요한 활동이었다. 독자들의 격려가 기억난다. 제주대학교의 한 교수님은 따로 이메일을 보내 격려해주셨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대회를 참관하셨다. 여러 학부모님들이 “내용에 공감한다”며 “어디서 디베이트를 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해오셨다. 미국 부모나 한국 부모나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자식들에게 좀더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실제 디베이트 클래스를 진행해본 것도 성과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오면서 한국의 지인에게 “샘플 디베이트 클래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모아달라”고 했다. 그 팀이 아직도 나랑 디베이트를 같이 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말하는 품새, 논리적 감각들이 아주 좋아졌다. 이외에도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보라매동, 마포, 대치동, 목동 등지에서 디베이트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디베이트 코치 양성과정을 거친 분들이 독자적으로 개설한 클래스까지 치면 지금 한국에 약 50개 정도의 디베이트 클래스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게 1000개, 1만개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매주 모여 디베이트하는 그날까지!’가 이뤄진다. 이러저러한 성과를 모아 올 2월에는 ‘한겨레에듀’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약 34권 정도의 책을 펴냈다. 그런데 제목에 거창하게도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집어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절실했다고 할까. 다행히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한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여주셨다. 좋은 일도 하나 했다. 해외 지역 한국어 확산을 위한 노력에 디베이트를 무료로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그 첫번째 성과물로 인도네시아 반둥지역 한글학교 여러분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어리둥절해하는 분도 있을까봐 조금 설명한다. 내 소신 중의 하나는 ‘언어교육에서 제일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디베이트’라는 것이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의 4가지 영역을 동시에 해내기 때문이다. 현재 약 700만의 동포들이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고,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이후 ‘살아가는 방편’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정규학교와는 별도로 한글학교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참석하는 것을 자녀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디베이트를 통해서 한글을 읽히면 훨씬 재미있고,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현재 투게더 디베이트클럽이 무료로 공급하는 디베이트 프로그램에 따라 인도네시아 반둥 지역에서 디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올여름쯤에는 미국에도 시작해보려고 한다. 결국 지난 6개월 동안의 활동으로 두가지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디베이트 확산의 발판을 확보한 것, 또 하나는 디베이트가 한국 사회에 먹힌다는 것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제 확인 작업이 끝난 셈이니 더 밀어붙여도 되겠다. 실은 여기서부터 본론이다. 이런 모든 변화와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 한겨레신문사와 한겨레교육 관계자들, <한겨레> 애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를 통해 많은 한국 최초의 디베이트 코치들이 양성됐다. 또 <한겨레>를 통해 5개월 동안 디베이트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 디베이트 클래스를 개설해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살펴보니 지금 가장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어른들인 듯하다.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좀더 재미있고 효과있는 교육방법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디베이트 형식을 제대로 모르는 학생도 디베이트를 즐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교육계 최상의 리더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보면 실은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모든 방안이 이미 제시돼 있다. 그 중간에 있는 우리 어른들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 자녀들에게 좀더 행복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자.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인 듯싶다. 그동안 관심을 써주신 애독자분들께 감사한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실제 디베이트 클래스를 진행해본 것도 성과다. 지난해 12월 한국에 오면서 한국의 지인에게 “샘플 디베이트 클래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모아달라”고 했다. 그 팀이 아직도 나랑 디베이트를 같이 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말하는 품새, 논리적 감각들이 아주 좋아졌다. 이외에도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보라매동, 마포, 대치동, 목동 등지에서 디베이트 클래스가 진행되고 있다. 디베이트 코치 양성과정을 거친 분들이 독자적으로 개설한 클래스까지 치면 지금 한국에 약 50개 정도의 디베이트 클래스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게 1000개, 1만개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매주 모여 디베이트하는 그날까지!’가 이뤄진다. 이러저러한 성과를 모아 올 2월에는 ‘한겨레에듀’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약 34권 정도의 책을 펴냈다. 그런데 제목에 거창하게도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집어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절실했다고 할까. 다행히 많은 독자분들이 ‘공감한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여주셨다. 좋은 일도 하나 했다. 해외 지역 한국어 확산을 위한 노력에 디베이트를 무료로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그 첫번째 성과물로 인도네시아 반둥지역 한글학교 여러분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어리둥절해하는 분도 있을까봐 조금 설명한다. 내 소신 중의 하나는 ‘언어교육에서 제일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디베이트’라는 것이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의 4가지 영역을 동시에 해내기 때문이다. 현재 약 700만의 동포들이 외국에 나가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자녀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고,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이후 ‘살아가는 방편’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정규학교와는 별도로 한글학교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참석하는 것을 자녀들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디베이트를 통해서 한글을 읽히면 훨씬 재미있고,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현재 투게더 디베이트클럽이 무료로 공급하는 디베이트 프로그램에 따라 인도네시아 반둥 지역에서 디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올여름쯤에는 미국에도 시작해보려고 한다. 결국 지난 6개월 동안의 활동으로 두가지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디베이트 확산의 발판을 확보한 것, 또 하나는 디베이트가 한국 사회에 먹힌다는 것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제 확인 작업이 끝난 셈이니 더 밀어붙여도 되겠다. 실은 여기서부터 본론이다. 이런 모든 변화와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 한겨레신문사와 한겨레교육 관계자들, <한겨레> 애독자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를 통해 많은 한국 최초의 디베이트 코치들이 양성됐다. 또 <한겨레>를 통해 5개월 동안 디베이트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 디베이트 클래스를 개설해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살펴보니 지금 가장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어른들인 듯하다.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좀더 재미있고 효과있는 교육방법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디베이트 형식을 제대로 모르는 학생도 디베이트를 즐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교육계 최상의 리더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을 보면 실은 한국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모든 방안이 이미 제시돼 있다. 그 중간에 있는 우리 어른들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 자녀들에게 좀더 행복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주자.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인 듯싶다. 그동안 관심을 써주신 애독자분들께 감사한다. Help@TogetherDebate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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