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5일 수업제 전면 실시
2006년 격주 도입 대책 ‘재탕’ 수요충당 힘들고 전문성 낮아
2006년 격주 도입 대책 ‘재탕’ 수요충당 힘들고 전문성 낮아
정부가 14일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주 5일 수업제’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 한부모 가정 자녀 등 토요일에 홀로 방치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2006년 격주 주 5일 수업제를 도입할 때 내놓은 대책의 ‘재탕’에 불과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토요일에 보육의 사각지대에 놓일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을 위해 전국 초등학교 5620곳(전체의 96.1%)에서 운영하고 있는 ‘초등 돌봄교실’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학교들 가운데 토요일에도 돌봄교실을 여는 학교는 지난 4월 현재 1050곳(18%)으로, 수용 가능한 인원은 2만여명에 불과하다. 올해 기준으로 초등 1~2학년 전체 학생(94만여명) 가운데 교육비 지원 대상인 차상위 계층까지의 학생 수가 11.9%인 11만2000명에 이르는데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 학생들은 이 수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돌봄교실 규모로는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대변인은 “2006년 격주로 ‘놀토’(노는 토요일)를 도입할 때도 희망자에 한해 토요일에 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했지만 계획성이나 전문성이 없어 신청자가 갈수록 줄었다”며 “이번 정책도 2006년의 수준에서 나아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방과후학교팀 관계자는 “당장은 보건복지부 산하 지역아동센터 3260곳을 활용하고, 2013년까지 토요 돌봄교실 운영 학교를 3000곳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 노동법 개정으로 2012년에 주 5일 근무제 전면 도입이 예고됐음에도 지난 7년 동안 지역사회의 교육여건은 개선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토요일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자녀를 돌볼 책임을 고스란히 학부모가 떠안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주영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가정이야 가족 나들이나 체험학습을 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수련관 등의 지역사회 공공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주 5일 수업제를 전면 도입하면서 수업일수만 줄이고 수업시수(주당 수업시간)는 그대로 둬, 방학이 줄거나 평일 수업시간이 1~2시간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초등학교 5·6학년의 경우 총 수업시수가 1088시간인데 이를 190일(시험 등 학교 행사를 위한 재량수업일 빼면 170일)에 다 하려면 일주일에 2번은 7교시를 해야 하고 5교시를 하는 수요일에도 6교시를 해야 한다”며 “교육과정 축소 등이 뒤따라야 수업일수를 줄이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산출해 보면 평일로 넘어가는 수업부담은 주당 2시간 정도인데, 이는 방학을 8일 정도 줄이면 소화할 수 있다”며 “현재도 학교의 방학과 수업일수는 학교장이 정하도록 돼 있는데 평일에 수업을 더 할지, 아니면 방학을 줄일지는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진명선 이재훈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