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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나’를 알면 ‘즐거운 독서’가 보여!

등록 2011-06-20 11:13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씨(<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 저자·사진 가운데)와 김영준군(경기 손곡중 2), 김한나양(서울 영남중 2)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씨(<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 저자·사진 가운데)와 김영준군(경기 손곡중 2), 김한나양(서울 영남중 2)
성격유형별로 독서법 찾기

읽기가 곧 생존인 시대에 독서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은 불안하다. 하지만 ‘나’를 잘 알면 효율적으로 재미있게 책을 읽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성격에 맞는 독서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지난 6월13일 저녁,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씨(<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 저자·사진 가운데)와 두 명의 중학생이 만나 성격유형별 독서법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편집자

너는 너를 얼마나 알고 있니?

“맞는 부분이 많아요.” 경기 손곡중 2학년 김영준군과 서울 영남중 2학년 김한나양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40분여 동안 실시한 엠비티아이(MBTI) 성격유형검사의 결과지를 살펴보면서 한 이야기다.

두 학생의 간단한 프로필은 이렇다. 평소 침착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시간이나 규칙을 잘 지킨다. 장차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꾼다. 책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짬짬이 읽는 편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소설을 많이 읽는 게 살짝 걱정이다. 김군은 참 ‘반듯한’ 학생이었다.

밝고 명랑하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한다.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장차 아나운서를 꿈꾼다. 최근 토론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토론하는 재미에 빠졌다. 토론을 통해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독서에는 특별한 흥미가 없다. 김양한테서는 여중생 특유의 ‘발랄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영준이는 내향이 강할 것 같고, 한나는 외향이 강할 것 같은데요.” 임씨의 인상평대로 성격유형검사에서 두 학생은 각각 내향과 외향이 두드러졌다. 내향·외향이란, 성격유형을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물론 사람의 성격이 이렇게 두 갈래로만 나뉘는 건 아니다. 내향과 외향,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인식 등 네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다시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임씨는 “이렇게 성격유형을 깊게 들여다보면 공부를 할 때, 진로를 정할 때, 책을 읽을 때 좀더 효율적인 방법론들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김군은 아이에스티제이(ISTJ)형이다. ‘세상의 소금형’이라고 부르는 이 성격은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낸다. 계획적으로 일처리를 하며 꼼꼼하다. 숲보다는 나무를 본다고 할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임씨는 “우리 사회에서 제일 신용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믿음직스러운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군은 꼼꼼하고 계획적이었다. “준비물이요? 학교 가기 전날 미리 준비하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이 성격유형이 상대적으로 어려워하는 것도 있다.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리드해야 할 때, 즉 ‘인간관계’를 맺을 때 자칫 ‘냉정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혼자서 사고하는 건 잘하지만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며 사고를 넓혀야 할 때는 한계가 보이기 쉽다.

외향이 뚜렷한 김양의 성격유형은 이엔티피(ENTP) 유형이다. ‘발명가형’이라고 불리는 이 성격은 상상력이 풍부해 새로운 것에 잘 도전한다. 임씨는 “엔(N)은 ‘직관’을 말하는데 대개 직관형은 <어린왕자>와 같이 상징이 있는 책들을 좋아한다”며 “나무보다는 숲을 보기 때문에 책의 상세한 내용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이나 주제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이엔티피의 경우는 흔히 ‘오대양 육대주가 좁다’고들 해요. 행동반경이 넓고, 예술적이면서 총명한 기질이 있죠. 영준이처럼 에스(S)가 들어간 감각형들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그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하지만 한나처럼 직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니까 결론은 교통정책이 잘못되어서 그런 거야!’라고 전체적인 정리를 해주죠.(웃음) 직관형은 기질적으로 책을 좋아하죠. 그리고 엉뚱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어요. 현실적이지 않은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막 쏟아내거든. 또 반복적인 걸 싫어하지.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읽고,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척하는 것도 좋아하는 유형입니다.”

내향과 외향, 어떻게 책 읽을까?

어딜 봐도 계획적으로 독서 습관을 세워둘 것 같은 김군과 지적 호기심이 많아 여러 권의 책을 읽었을 것 같은 김양한테 읽기 장애가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책에 푹 빠질 정도로 흥미요소를 발견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유가 뭘까?

중요한 힌트는 두 친구가 생각하는 ‘독서의 동기’에 있었다. 독서 동기를 보는 설문에서 김군은 “책을 읽으면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를 선택했다. 책의 오락적 기능에 주목한 것이다. 김양은 “책을 읽으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가치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를 골랐다. 책의 철학적 기능에 주목한 것이다. 임씨는 “두 친구 독서 동기를 보니까 성격과도 맥이 닿아 있다”며 “영준이는 현실형, 한나는 철학형인 것 같다”고 했다. “영준이는 현실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당장 학교에서 시키거나 시험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계획을 세워서 규칙적으로 할 생각을 안 하는 거죠. 현실주의자들은 숲이 아니라 나무를 보니까 당장 필요한 것들부터 처리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영준이한테는 한나가 가진 숲을 보는 능력이 필요하겠죠. 독서의 비전, 인생의 비전 등을 멀리 내다보고 설계하는 겁니다. 내향이 강한 영준이는 ‘안철수 유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혼자,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많이 읽죠.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거나,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의 시각을 만나보도록 노력해보세요.”


성격유형별 독서법 찾기
성격유형별 독서법 찾기
김양한테는 전략적인 독서 훈련이 필요했다. “책을 읽긴 하는데 매일, 꾸준히 읽는 습관이 안 들여진 것 같아요.” 김양의 고민이다. 임씨는 “본래 직관이 강한 한나의 경우는 호기심이 많고 지적인 욕구도 강해 책과 궁합이 잘 맞는다”며 “아무래도 어릴 때 책이 주는 재미를 충분히 못 느낀 것 같은데 맛을 한번 들이면 푹 빠져들 스타일”이라고 했다. 특히 ‘외향’이 두드러지는 김양은 혼자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모여 토론하며 읽기 등을 해보면 좋다. 임씨는 “소설, 수필, 역사, 논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을 섭렵하는 마오쩌둥 스타일”이라며 “책을 읽을 때 말로 설명하면서 읽어보면 효과가 높을 거고 재미도 생길 거다”라고 했다. “사실 이런 성격은 대학에 가서 빛을 볼 때가 많아요. 자기 좋아하는 게 아니면 그냥 놔버리기 쉬운데 자기 물을 만나면 정말 깊게 빠져들죠.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이지만 노교수한테 당당하게 ‘그건 왜 그러죠?’라고 물을 수 있는 스타일입니다. 보통 대학교수가 이런 유형이죠. 한나한테 지금 중요한 건 어릴 때 충분히 느끼지 못했던 책맛을 느껴보는 겁니다. 친구들과 클럽을 만들거나 멘토를 사귀어서 대화를 나누면서 책을 읽으세요. 분량이 부담스러우면 짧은 책부터 시작하구요.”

성격 맞춤형 독서, 정답은 없어!

나를 알고, 책을 만날 방법을 찾아본 두 학생은 “성격유형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고, 독서의 방법도 이렇게 여러가지가 있을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은 “적성검사 등은 많이 해봤는데 나를 더 깊게 알게 된 것 같다”며 “방학 동안에 친구들과 독서클럽 등을 해볼까 싶다”고 했다. 김군은 “나랑 성향이 다른 마오쩌둥 유형에도 관심이 가더라”며 “판타지 위주로 독서 편식을 하는 게 걱정이었는데 앞으로는 멀리 내다보고 독서에 대한 목표를 세워봐야겠다”고 했다.

서로 다른 두 학생한테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할 독서 방법도 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읽는 것이다. 임씨는 “영준이는 내향이 강하니까 외향을 기르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읽어야 하고, 반대로 한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읽는 게 잘 맞고 효율적인 성격이니까 그렇게 해야 할 거다”라고 했다. 이렇게 자기 성격과 관련해 공부법이나 독서법을 찾을 때 중요한 건 성격유형 자체를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씨는 “아이마다 자기 성격을 긍정하고, 나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는 생각을 품고 그것에 맞게 독서를 시도해 보자는 것이지 성격의 모난 곳을 보자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성격의 장점을 알아보는 겁니다. 차분한 게 장점인 아이는 느리다는 이야기도 듣죠. 반대로 판단이 빠른 게 장점인 아이는 경솔하다는 이야기도 듣잖아요. 성격에는 장단점이 있죠. 무조건 성공담대로 하는 것도 답은 아닙니다. 고전적으로 혼자서 읽기만 해볼 게 아니라 책을 읽고, 특별한 방식의 토론 해보기, 관련 영화와 함께 보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세요.”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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