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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쓸데없는 글꼬리, 이제 안녕~

등록 2011-06-27 11:22수정 2011-06-27 13:39

군더더기 없애면 쓸 공간 늘어
‘의문형’을 ‘확신형’으로 바꿔야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

1. 짧은 문장이 강하다

① 긴 문장을 끊어라
② 글꼬리를 짧게 하라
③ 삽입절, 삽입구를 줄여라

“연예인들을 어떻게 보아야 합리적일지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중학생이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린 글이다. 고민이라는 건지, 고민이 아니란 건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천천히 다시 읽고 나서야 ‘고민이구나’란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을 어떻게 보아야 합리적일지 고민이다”로 써도 충분하다.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의 글에서 ‘글꼬리 늘이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쓰기는 흥미 없고, 숙제는 내야 하는 학생들은 분량만 맞추느라 급급하다. 학년이 올라가도 이런 모습은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글에서도 이런 문제를 종종 발견한다. 습관으로 굳어진 탓도 있지만 ‘글꼬리 늘이기’가 문제란 인식조차 없기 때문이다.

글꼬리가 길어지면 독해 속도는 느려진다. 개별 문장에 집중하다 보니 전체 흐름을 놓친다. 그 결과 글쓴이는 자신의 의도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그 친구는 숙제를 하지 않았다”에 비해 “그 친구는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란 문장은 볼품없고, 긴장감도 떨어진다. 당연히 설득과 공감의 힘도 약하다. 글쓰기가 직업인 기자들도 이런 실수를 곧잘 한다.

다음은 신문사의 얼굴 격인 사설에서 추린 문장이다.


예시글 1

(가) 같은 일이 또 일어난 것은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그런 의미에서 원 원장의 언급은 부적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 경협 자체를 별것 아니라거나 또 실패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려는 시각은 단견 또는 편견의 소산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장황하게 글꼬리를 늘여 쓴 경우다. 다음과 같이 고쳐 보자.

(가-1) 같은 일이 또 일어난 것은 감독당국의 직무유기다.

(나-1) 그런 의미에서 원 원장의 언급은 부적절했다.

(다-1) 경협 자체를 별것 아니라거나 또 실패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려는 시각은 단견 또는 편견의 소산이다.

글자 수가 각각 10자가량 줄었다. 신문 칼럼이나 논술 시험 답안이 대략 1600자 안팎, 40~50문장 정도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불필요한 글꼬리를 줄였을 때 최소한 200자 이상의 글 쓸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간단한 사례나 ‘주장과 근거’를 추가하기에 충분하므로 같은 1600자라도 훨씬 돋보이게 쓸 수 있다.

글꼬리를 짧게 쓰면 뜻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다음 문장에 눈이 쉽게 가기 때문에 생각의 흐름도 끊기지 않는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글꼬리를 간결하게 쓰는 건 글쓰기의 미덕이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숨길 목적이 아니라면 글꼬리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

‘생각을 하다’, ‘맛이 있다’, ‘준비를 하다’처럼 한 단어를 둘로 나눠 글꼬리를 늘이는 것도 문제다. ‘생각하다’, ‘맛있다’, ‘준비하다’로 고쳐야 간결하고 부드럽다. 고치는 요령은 간단하다. ‘하다’와 ‘있다’를 찾아라. 그리고 그 앞에 목적어가 있으면 대개 한 단어를 둘로 나눈 경우이므로 목적격 조사 ‘을/를’을 떼고 ‘하다’, ‘있다’와 붙여 써라.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2

(라) 나는 한국사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다시 필수과목으로 선정을 한 것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과의 독도문제, 동북공정 등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가 지혜롭게 해결을 해야 한다.

‘생각을 한다’는 ‘생각한다’로, ‘선정을 한’은 ‘선정한’으로, ‘해결을 해야’는 ‘해결해야’로 고친다.

(라-1) 나는 한국사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필수과목으로 선정한 것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과의 독도문제, 동북공정 등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가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나는 ~ 생각한다’와 ‘~일이다’는 불필요하므로 빼고, ‘선정한 것도’는 ‘선정돼’로 바꿔 20자를 더 줄인다.

(라-2) 한국사 교육은 꼭 필요하다. 다시 필수과목으로 선정돼 매우 다행스럽다. 일본과의 독도문제, 동북공정 등과 같은 문제들은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고치고 나니 훨씬 매끄럽고 부드럽다. 고치기도 쉽다. 그리고 고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굳어져 의식하지 않아도 단어를 나눠 쓰지 않게 된다. 글을 쓴 뒤 한번만 다시 읽어라. 그리고 줄일 수 있는 건 줄여라.

한 가지만 더 주의하자. ‘~가 아닐까?’ ‘~하는 것이 마땅한가?’처럼 의문형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별로 좋은 습관이 아니다. 결론을 의문형으로 쓰면 독자가 알아서 판단하란 뜻이다. 무책임하다. 스스로 묻고 답변하는 형식도 피해야 한다. 특히 논술 시험 답안에 의문형을 남발하면 채점자에게 판단을 떠넘기거나, 채점자를 훈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우리나라 문법에는 ‘설의법’(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의문형식으로 써 독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리게 하는 표현법)이 있다. 하지만 의문형은 평서문보다 감정적으로 읽힌다는 점을 고려해 꼭 필요할 때만 주의해서 써야 한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에 올라온 글이다. 의문형을 평서문으로 바꿨더니 글쓴이의 주장이 선명해지고, 설득력이 커졌다.

예시글 3

(마) 9·11테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아프간을 침공한 미군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2개의 전쟁에 몰입했고, 미군 6000여명과 50만가량의 무슬림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전쟁 과정을 겪으면서 오사마를 제거한 것을 정의의 실현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 (…) 이런 전쟁 과정을 겪으면서 오사마를 제거한 것은 정의를 실현한 것이 아니다.

(바) 우리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잘 알고 있어야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위와 같이 매우 중요한 한국사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우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교육을 해야 한다.

→ (…) 위와 같이 매우 중요한 한국사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교육해야 한다.

이번엔 자신이 쓴 글을 직접 고쳐보자. 지금 당장 ‘맛집’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 보자. 다 썼으면 (가)~(바)의 예처럼 글꼬리가 길게 늘어진 문장은 없는지 살펴보자.

예시글 4

(사)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으로 보인다. 그 집들은 모두 “최고”이며 “상상도 못한” 맛을 끌어내며 “무뚝뚝하지만 인심은 좋은” 사장님들이 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보다 더 뻔한 맛집 방송의 공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글의 ‘공화국으로 보인다’, ‘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에서 글꼬리가 쓸데없이 길어졌다. ‘~로 보인다’는 남들의 시각을 대변하는 표현으로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없을 때 많이 쓴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므로 단정적으로 바꿔 쓰는 것이 좋다. 의문형도 평서문으로 바꿔야 한다. 바꾼 뒤엔 30자가 줄었다.

(사-1) 대한민국은 맛집 공화국이다. 그 집들은 모두 “최고”이며 “상상도 못한” 맛을 끌어내며 “무뚝뚝하지만 인심은 좋은” 사장님들이 운영한다. 드라마보다 더 뻔한 맛집 방송의 공식이다.


■ 연습 문제

다음 문장의 글꼬리를 짧게 줄여 뜻을 분명히 하시오.

1. 어쩌다 무대에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혼자 분장실에서 울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 듯 바를 잡는 게 발레리나의 운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종교의 폐해로부터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광신도들의 진정한 참회와 회개가 필요할 것이다. 생명과 이웃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 더는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을 약탈하는 구조를 강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사이비 종교가 가득한 세상에 정답이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 국사교육을 어떻게 강화할까? 국사교육은 국민적 합의에 의한 교육철학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근거로 국사를 도구과목의 범주에서 국민기본교과목으로 자리매김하는 철학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4.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실은 몸이 고삐 풀린 시장의 속도에 휘말려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연달아 터지는 재난 뉴스, 날로 바빠지는 일정과 그간에 쌓인 집회의 피로감이 일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6월11일을 살아 있는 날의 시작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6월11일: 후쿠시마 원전 재해 발생 3개월이 되는 날)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교과서 ‘옥에 티’

① 법이 올바로 제정되어야 한다. 민주 사회에서의 법은 통치자의 일방적 명령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의 약속이다. 법을 통해 국민은 주권을 행사하며, 법을 통해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대의정치(代議政治)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 제정의 실질적 주체는 입법부가 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법과 사회>(ㄱ 출판사)

→ (…) 대의정치(代議政治)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법 제정의 실질적 주체는 입법부다.

② 전자 건강 카드가 도입되면 건강보험 가입자는 진료를 받고 처방전 없이 약을 탈 수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의 전산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진료 차트를 가지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닐 필요도 없어진다. 그러나 모든 생활이 카드 하나로 해결되는 세상, 과연 유토피아일까? 이 카드 하나로 모든 생활이 감시당할 수 있다. 중학교 <사회3>(ㄱ 출판사)

→ (…) 그러나 모든 생활이 카드 하나로 해결되는 세상, 유토피아가 아니다. 이 카드 하나로 모든 생활이 감시당할 수 있다.

③ 창문을 닫고 실내에 있어야 하며, 가능한 한 왕래를 하지 않는다. 중학교 <환경>(ㄱ 출판사)

→ 창문을 닫고 실내에 있어야 하며, 가능한 한 왕래하지 않는다.

④ 물론 이 학생이 내세운 성인 남자의 수라든가 이발 비용, 한 달에 이발소에 가는 숫자 등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생각한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서 이발소의 수효를 추론해 내는 과정은 훌륭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고등학교 <논술>(ㄷ 출판사)

→ (…) 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생각한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서 이발소의 수효를 추론하는 과정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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