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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감성교육에서 학교교육의 대안을 찾다

등록 2011-07-11 10:40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선 ‘감성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 학교에서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인천 신현고 제공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선 ‘감성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 학교에서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인천 신현고 제공
감성교육 왜 중요한가
경쟁과 선발을 위한 학교교육…문화적 감수성 부족
감성은 ‘창의적 사고’의 기반, 감정적 교류도 넓혀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은 <나의 소원>에서 위와 같이 문화대국론을 주장한 바 있다. 최근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의 문화산업은 문화가 이제 국가의 부력, 강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학교는 문화대국을 위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가? 학교 안에서 문화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과들은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굳이 수업 시수와 평가 체제, 학교 시설을 언급하지 않아도, 경쟁과 선발을 위한 학교교육에서 문화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학습 경험이 턱없이 부족함은 쉽게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위해 예술적 경험과 신체활동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이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할애하는 데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인간의 정신활동에서 감성의 중요성을 놀라울 정도로 경시해 온 근대 교육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성, 예술, 문화는 먹고살 수 있을 때, 그때 가서 생각해 볼 일이 아니다. 이는 잘 살기 위한, 삶에서 행복과 의미를 찾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의 균형을 되찾고 가치 중심의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있어 ‘감성’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감성이 교육의 핵심 가치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감성과 사고는 상호의존적 관계에 있다.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정신과 마음, 이성과 감성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교육이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의 획득에 강조점을 두면서 점차 학습은 효율적, 과학적, 합리적 방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배움은 나와 무관한 객관적 지식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의미있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데 감성은 감각, 지식, 감정, 기억이 통합된 자신만의 사고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감성적인 경험은 자발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도전하는 데 감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성 못지않게 크다. 따라서 하나의 정서적 경험으로서 학습이 이루어질 때 학교교육이 반복적인 지식 암기와 재생 수준에서 탈피할 수 있다. 행복을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로 제안한 미국의 교육학자 넬 나딩스는 지식과 기쁨이 통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 소설, 음악, 미술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예술은 지식을 ‘앎’으로, 학습을 심미적 경험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

둘째, 감성은 창의적 사고의 기반이 되는 내적 동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은 개인의 내적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창의성 연구에서 몰입은 과업을 성취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주목받고 있다. 몰입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히 집중하는 가운데 생각과 행동이 혼연일체가 되는 절정의 순간을 말한다. 몰입의 개념은 많은 지식 축적과 기계적 훈련만으로 자유롭게 상상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창의성 교육은 자신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일에 외적 보상과 상관없이 몰입할 수 있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자기 동기부여 능력,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유연성, 상황판단을 기초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감각 등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로부터 가능하다. 반면에 의기소침하거나 불안한 상태에서는 유연한 사고와 몰입의 상태를 경험하기 어렵다.

한정된 과목에서의 성공만을 성취로 인정하는 경직된 학교교육의 구조 안에서 창의적 인재 양성은 구호에 그치기 쉽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학습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가능한 한 많은 아이들이 성공의 경험을 갖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감성은 타인과의 관계를 전제로 한다. 감성교육을 통한 자기 인식은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고 수용하는 감정이입의 토대가 된다. 또한 이와 같은 사회적 기술은 삶의 많은 영역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신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데에도 능숙하며, 문제 상황에서 서로의 감정 이입을 통한 조율 능력을 갖게 된다.

통제와 관리에 익숙해진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의 감정적 교류는 최대한 억제된다. 자신의 학업에만 열중할 뿐, 함께 감성적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만남이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부재한 것이다. 하지만 몸짓, 소리, 이미지 등의 비언어적 표현들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를 모방하고 자신의 내부에서 비슷한 감정을 재창출하도록 하는 미묘한 힘이 있다. 감성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감성의 수용과 전달 능력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할 수 있는 힘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자녀들이 창의적인 리더로 성공하길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쳤던 아이들의 마음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 안에 미래를 창조하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완전한 성숙을 측정하는 두 가지 기준이 ‘사랑하는 것과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숙한 인간을 위한 학교는 사랑하며 배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한다.

김선아 한양대 응용미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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