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고교 교육과정 개정 시안 ‘기업논리 치중’
시장 한계·노동가치 삭제…주식·금융상품 신설
시장 한계·노동가치 삭제…주식·금융상품 신설
“시장의 한계나 노동의 가치를 다루는 내용은 빼버리고, 개인 소비나 자산 관리는 자세히 설명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연구용역사업단(연구책임자 이진석 부산대 교수)이 작성해 지난 9일 서울대에서 발표한 ‘2011 사회(일반사회/지리)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시안’은 이렇게 요약된다.
시안은 고등학교 ‘경제’ 교육과정의 경우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 하나의 대단원이었던 ‘시장 기능의 한계와 정부 개입’이 통째로 빠졌다. 대신 개인의 자산 및 부채를 관리하는 방법과 재무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4개 소단원을 포함한 ‘경제생활과 금융’이라는 대단원을 신설했다.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노동자를 설명한 내용도 사라졌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대단원 ‘경제 주체의 역할과 의사 결정’의 소단원 7개 가운데 1개를 ‘노동의 사회적 중요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지만, 이번 시안에서는 같은 대단원이 3개의 소단원으로 줄면서 이 부분이 사라졌다. 중학교 일반사회에서도 노동자의 경제적 역할과 책임을 설명하는 소단원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기존의 교과서가 반기업적으로 서술됐다고 비판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의 요구를 사업단이 반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신성호(전국사회교사모임 부회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 정책국장은 “그동안 노동시장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전통적인 시장과 다르다고 서술했는데, 이번 시안에서는 전경련이 주장해온 대로 수요-공급의 원리를 노동시장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금융위기는 개인이 자산 관리를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시장의 한계가 드러난 일인데 교육과정의 내용이 현실을 호도할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시안 연구에서 고등학교 경제 교육과정 개발을 맡은 김진영 강원대 교수(사회교육과)는 2008년 12월 전경련이 발간한 인정교과서인 ‘중학교 경제’를 집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시장 기능의 한계를 설명하는 내용이 대단원으로까지 포함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개인 금융 및 자산 관리에 대한 내용은 유엔에서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도록 권고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전교조는 지난 11일 “시장경제 원리 중심의 이론적 교육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며 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교과부에 전달했다. 사업단의 모경환 서울대 교수(사회교육과)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일 뿐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한 일이 아니다”라며 “전교조의 문제제기를 최대한 수렴해 8월 말 최종안을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한편 전교조는 지난 11일 “시장경제 원리 중심의 이론적 교육이 아니라 국민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며 시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교과부에 전달했다. 사업단의 모경환 서울대 교수(사회교육과)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일 뿐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한 일이 아니다”라며 “전교조의 문제제기를 최대한 수렴해 8월 말 최종안을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