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동덕여대·안용중 등 사립대학 정이사 선임 결정 등을 위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회의실에서 사분위원들이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상화 원칙’ 비판 도마위에
“종전이사에 과반 추천권” 지침
대법원 판결 자의적 해석…옛재단 학교 재장악 도와 “종전이사+구성원 의견 존중” 지침
동덕여대에는 적용 안해…옛재단에 불리하면 무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와 세종대에 이어 14일 밤 동덕여대도 옛 비리재단 쪽 인사들에게 넘겨주자, 사분위 존립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학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는 위원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사분위가 정이사를 선임할 때 적용하는 이른바 ‘정상화 대원칙’이 문제의 뿌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원칙은 2009년 8월 사분위 법률특별소위원회 간사를 맡은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만든 것으로, 상지대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한 것에 대해 상지대 옛 재단 쪽이 낸 무효확인 소송에서 “옛 재단 쪽도 이해관계 당사자”라고 인정한 대법원의 2007년 5월 판결을 참고한 것이다. 강 판사는 이 판결을 참고해 종전이사에게 7명 중 4명, 9명 중 5명 등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주는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2007년 상지대 판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는 “상지대 판결은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것과 종전이사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을 뿐 어디에도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대법원 판결문의 ‘보충의견’에 종전이사가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되어 있지만 보충의견이 해석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강 판사가 주요하게 참고한 ‘보충의견’을 낸 김황식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종전이사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라는 것을 명백히 한 판결이 아니라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후에 정이사 선임 방법에 대해 법원은 의견 제시를 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충의견을 근거로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부여한 것은 당시 판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상지대 판결은 개별 사건에 대한 무효 확인 판결로 다른 사례에는 적용이 어렵다”며 “이런 특성을 알면서 현직 부장판사가 이걸 기준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기”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정상화 대원칙마저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사분위는 ‘종전이사 과반수의 찬성과 구성원의 3분의 2가 찬성할 경우에는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또다른 원칙을 갖고 있는데, 이 원칙에 따라 2009년 6월 영남대는 구성원이 종전이사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제출한 후보들 가운데 정이사 선임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원칙은 지난 14일 동덕여대 정이사 선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날 사분위는 2003년 교육부 감사로 8억6100만원의 교비 횡령 사실이 적발돼 이사에서 해임된 조원영씨를 비롯한 종전이사 3명에게 정이사 9명 가운데 5명의 추천권을 부여했다. 유극렬 동덕여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종전이사 9명 가운데 6명과 구성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정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이 가운데 2명만 선임됐다”며 “사분위가 대외적으로 발표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사분위원은 “종전이사가 설립자의 건학이념과 사학의 자주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정이사 추천권을 줘야 한다는 게 사분위 논리”라며 “그러나 세종대의 경우 설립자와 종전이사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도 추천권을 줬고, 조선대는 실제 설립자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사람을 종전이사로 인정하는 등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대법원 판결 자의적 해석…옛재단 학교 재장악 도와 “종전이사+구성원 의견 존중” 지침
동덕여대에는 적용 안해…옛재단에 불리하면 무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와 세종대에 이어 14일 밤 동덕여대도 옛 비리재단 쪽 인사들에게 넘겨주자, 사분위 존립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학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는 위원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사분위가 정이사를 선임할 때 적용하는 이른바 ‘정상화 대원칙’이 문제의 뿌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원칙은 2009년 8월 사분위 법률특별소위원회 간사를 맡은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만든 것으로, 상지대 임시이사들이 정이사를 선임한 것에 대해 상지대 옛 재단 쪽이 낸 무효확인 소송에서 “옛 재단 쪽도 이해관계 당사자”라고 인정한 대법원의 2007년 5월 판결을 참고한 것이다. 강 판사는 이 판결을 참고해 종전이사에게 7명 중 4명, 9명 중 5명 등 과반수의 정이사 추천권을 주는 ‘지침’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2007년 상지대 판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석이 분분하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는 “상지대 판결은 임시이사가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것과 종전이사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을 뿐 어디에도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다”며 “대법원 판결문의 ‘보충의견’에 종전이사가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되어 있지만 보충의견이 해석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강 판사가 주요하게 참고한 ‘보충의견’을 낸 김황식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종전이사에게 경영권을 돌려주라는 것을 명백히 한 판결이 아니라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후에 정이사 선임 방법에 대해 법원은 의견 제시를 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충의견을 근거로 종전이사에게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부여한 것은 당시 판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상지대 판결은 개별 사건에 대한 무효 확인 판결로 다른 사례에는 적용이 어렵다”며 “이런 특성을 알면서 현직 부장판사가 이걸 기준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기”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정상화 대원칙마저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사분위는 ‘종전이사 과반수의 찬성과 구성원의 3분의 2가 찬성할 경우에는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또다른 원칙을 갖고 있는데, 이 원칙에 따라 2009년 6월 영남대는 구성원이 종전이사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제출한 후보들 가운데 정이사 선임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 원칙은 지난 14일 동덕여대 정이사 선임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이날 사분위는 2003년 교육부 감사로 8억6100만원의 교비 횡령 사실이 적발돼 이사에서 해임된 조원영씨를 비롯한 종전이사 3명에게 정이사 9명 가운데 5명의 추천권을 부여했다. 유극렬 동덕여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종전이사 9명 가운데 6명과 구성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정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이 가운데 2명만 선임됐다”며 “사분위가 대외적으로 발표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사분위원은 “종전이사가 설립자의 건학이념과 사학의 자주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정이사 추천권을 줘야 한다는 게 사분위 논리”라며 “그러나 세종대의 경우 설립자와 종전이사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데도 추천권을 줬고, 조선대는 실제 설립자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사람을 종전이사로 인정하는 등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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