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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불필요한 반복, 버릇되면 안 돼

등록 2011-07-18 11:44

정종법. <함께하는 교육>, <아하! 한겨레> 기자
정종법. <함께하는 교육>, <아하! 한겨레> 기자
[함께하는 교육]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2.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② 구절, 소리, 의미 중복을 피하라

구절은 구(句)와 절(節)을 합쳐 이르는 말이다. 구는 둘 이상의 단어가 모여 절이나 문장의 일부분을 이루는 토막이다. 절은 주어와 술어를 갖추었으나 독립해 쓰이지 못하고 다른 문장의 성분으로만 활용되는 단위다.

앞서 ‘① 단어 중복을 피하라’ 편에서 “같은 단어를 여러 번 쓰면 문장의 기본 요건인 간결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글이 지루해지고, 읽기도 불편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구절은 최소한 둘 이상의 단어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단어를 반복해 쓸 때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을 보자.

구절 되풀이하면 단어 중복보다 몇 배 더 지루해
말하는 느낌과 소리의 흐름도 부드러워야 세련돼


예시글 1

(가)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방과 후 교육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연예인은 공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사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의 말과 행동이 대중에게 큰 파급력을 끼친다는 점에서는 공인으로 볼 수도 있다.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절’을 반복하면 문장이 눈에 띄게 길어지거나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되므로 글쓰기 초보가 아니라면 ‘절’을 되풀이해 쓰진 않는다. 하지만 ‘구’는 습관으로 굳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번 쓰면서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절’ 중복보다 ‘구’ 중복이 더 자주 발견되는 편이다. ‘~할 수 있는’, ‘~한다는 점에서는’, ‘~하기 위해’, ‘~에 대한’, ‘~로 볼 때’, ‘~할 수밖에 없는’과 같은 ‘구’가 대표적이다. ‘구’ 중복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므로 불필요하다면 빼거나 문맥에 맞게 고쳐 써야 한다.

예문 (가)는 앞의 ‘~수 있는’을 빼면 자연스럽다. 서술어 ‘알 수 있다’는 보통 불필요하게 덧붙여진 경우가 많으므로 문맥을 고려해 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 없애도 좋다. 예문 (나)는 ‘~다는 점에서는’의 앞뒤가 인과관계를 이루므로 둘 가운데 하나를 ‘~하기 때문에’로 대체하고, 뒤의 ‘볼 수 있다’를 ‘여기기도 한다’로 바꿔야 부드러워진다. ‘~ 점에서는’이 어색해 ‘~ 점을 고려해’로 바꿨다.

(가-1)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방과 후 교육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2)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방과 후 교육시설이 필요하다.

(나-1) 연예인은 공적인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의 말과 행동이 대중에게 큰 파급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해 공인으로 여기기도 한다.

예시글 2

(다) 군복무가산점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한창 공부할 나이에 군복무로 학업과 취업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군복무가산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라) 요즘 청소년들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은 많이 꾸지만 연예인이 되기 위한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절’이 주어, 목적어, 서술어처럼 쓰여 반복되면 문장 구조를 어긋나게 하기도 한다. 예문 (다)에서 주어와 서술어만 남기면 ‘군복무가산점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 군복무가산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가 돼 어색하다. 단어 중복에서 설명했던 ‘무엇은 무엇이다’의 형태이므로 중복된 두 구 가운데 하나를 빼야 자연스럽다. 예문 (다)에선 주어로 쓰인 중복 ‘절’을 없애면 자연스럽다. 예문 (라)는 뒤의 ‘연예인이 되기 위한’을 버리고 서술어를 문맥에 맞게 바꿔야 한다.

(다-1) 한창 공부할 나이에 군복무로 학업과 취업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군복무가산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라-1) 요즘 청소년들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은 많이 꾸지만 별로 노력하지 않는다.

예시글 3

(마)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말만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사) 약육강식은 자연계의 불가피한 현상이므로 피할 수 없다.

(아) 일제 치하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일본에 맞서 결사적으로 싸웠다.

문제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단어와 구절 중복은 같은 모양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한 번 더 읽는 것만으로도 쉽게 찾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생김새가 전혀 다른데, 의미가 겹치는 낱말·구절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예시글 3은 자신의 의도를 강조하려고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들을 반복해 썼다. 물론 같은 단어를 여러 번 쓰지 않고 달리 바꾼 점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독자는 핵심 없이 늘어지는 글에 여전히 지루함을 느낀다.

예문 (마)의 ‘예상치 못한’과 ‘갑작스럽게’는 어감은 약간 다르지만, 뜻이 매우 비슷하다. ‘생각하지 못한’과도 의미가 통한다. 예문 (바)의 ‘무슨 일이 있어도’와 ‘절대로’ 역시 마찬가지다. 예문 (사)의 ‘피할 수 없다’는 ‘불가피’란 한자어를 풀어 쓴 것에 불과하다. ‘어쩔 수 없다’와도 바꿔 쓸 수 있다. 예문 (아)의 ‘죽기를 각오하고’도 ‘결사적’이란 한자어를 풀어 쓴 것으로 뜻이 같다. 이밖에도 ‘우선-먼저-최초로’, ‘아울러-또한-게다가’, ‘아무 생각 없이-무심히’ 등 의미가 겹치는 단어들을 무심코 쓰기 쉬우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 뜻이 중복되는 표현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치긴 쉽다. 되풀이되는 내용 가운데 한쪽을 버리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마-1) 예상치 못한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마-2)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했다.

(바-1)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말만은 하면 안 된다.

(바-2) 그 말만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사-1) 약육강식은 자연계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사-2) 약육강식은 자연계의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아-1) 일제 치하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일본에 맞서 싸웠다.

(아-2) 일제 치하의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에 맞서 결사적으로 싸웠다.

글의 흐름을 고려해 반복적으로 같은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비슷한 어휘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유사한 뜻의 다른 표현을 알아둬야 한다. 하지만 아는 표현이 많다고 마구 되풀이하면 글이 늘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비슷한 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표현도 피해야 한다. ‘~으로’, ‘~고’가 대표적이다.

예시글 4

(자) 정치권은 이번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등록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에 귀 기울이고 있다.

(차) 나는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시공사나 정부에서 아무리 안전하다고 떠들어대고 증거를 대도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예처럼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소리가 반복되면 흐름이 거칠어져 읽기 불편하다. 예문 (자)와 (차)를 소리내어 읽어보면 ‘~으로’와 ‘~고’가 곧바로 이어서 나와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다. 글은 눈으로 읽었을 때뿐만 아니라 소리내어 읽어도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발음하는 느낌이나 들리는 소리의 흐름도 부드러워야 세련된 문장이다. 글을 쓴 뒤 반드시 독자의 처지에서 읽고 고쳐야 한다.

예문 (자)는 ‘~으로’가 잇따라 나와 발음하기에 불편하다. ‘현실적으로’를 ‘현실적인’으로 바꾸고, ‘현실적’이란 단어 안에 이미 ‘실현 가능’이란 뜻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한’을 뺀다. 예문 (차)는 ‘~고’가 곧바로 연결돼 나온다. 연결 어미 ‘~고’를 자주 쓰는 바람에 문장도 길어졌다. ‘생각하고’에서 끊어 한 문장으로 만든다. 그리고 ‘떠들어대고’를 ‘떠들며’로 바꿔 부드럽게 만든다. 뒤의 ‘생각한다’도 반복되므로 버린다.

(자-1) 정치권은 이번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로 현실적인 등록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에 귀 기울이고 있다.

(차-1) 나는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공사나 정부에서 아무리 안전하다고 떠들며 증거를 대도 후쿠시마와 체르노빌의 예처럼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

연습 문제

다음 문장에서 겹치는 부분을 찾아 없애거나 다른 말로 바꿔 보세요. 1. ‘여행 준비의 시작’은 비행기 티켓 예매다. 저가항공사에서 예약할수록 비행기 티켓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므로 ‘여행 준비의 시작’은 끝이다. 2. 겨울방학은 길어서 대학생들은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공부와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겨울방학은 길다. 3. 우선 먼저 숙제부터 하고 쉬어라. 4.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일을 처리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5. 부모님이 여행비를 지원해준 덕분으로 유럽으로 갈 수 있게 됐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과서 ‘옥의 티’

① 모형을 제작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도면을 보는 것보다 전체적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여러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내부와 외부의 공간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고, 결과를 미리 예측하여 잘못된 점을 수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기술·가정>(ㄷ 출판사)

→ (…) 내용을 파악하기 쉽고, 여러 각도에서 관찰이 가능하며, 내부와 외부의 공간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고, 결과를 미리 예측하여 잘못된 점을 수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②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 국가 간에 식민지 쟁탈전이 전개되는 동안, 유럽에서는 제국주의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었다.

고등학교 <세계사>(ㅈ 출판사)

→ (…) 유럽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 거듭되고 있었다.

③ 전기 에너지는 사용할 때 환경 오염 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로, 열이나 빛, 동력과 같은 다른 에너지로 쉽게 바꾸어 사용할 수 있고, 빠르고 쉽게 수송할 수 있으며, 조절하기가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기술·가정3>(ㄱ 출판사)

→ (…) 배출되지 않고, 열이나 빛, 동력과 같은 다른 에너지로 쉽게 바꿀 수 있으며, 빠르고(…) .

④ 조선 시대에는 파발 제도를 이용하여 중앙 정부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외적의 침입 등을 신속하게 알리기 위해서 봉수대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전투 신호의 전달을 위해 신호연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고등학교 <생활과 과학>(교육인적자원부)

→ (…) 봉수대도 쌓았으며, 전투 신호의 전달을 위해 신호연도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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