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진학수기
어렸을 때부터 맏아들이라서 책임감이 강했다. 뭐든지 열심히 했고 따라서 주위의 기대와 사랑이 많았다. 특히 공부는 더욱 그랬다. 미래가 걸려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뒤 첫 시험에서 전교 3등이라는 예상외의 성적을 받았다. 그때부터 공부방식에 변화가 있었다. 바로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학원을 그만둔 것이다.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 스스로 한 것은 아니어서 자율적인 학습으로 내 실력을 다지고 싶었다.
스스로 하는 공부가 처음엔 쉽지는 않았다. 아무 계획 없이 공부했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이 특히 심각했다. 한 부분을 공부할 때는 자습서와 교과서로 착실하게 개념을 쌓았다. 개념을 잡은 뒤에는 문제를 풀어보았다. 어차피 시험은 문제이기 때문에 많이 풀수록 도움이 됐다. 틀린 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보고 나만의 오답노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또다시 좋은 성적 결과가 나왔다.
계속 이렇게 공부하면서 중3이 되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진학하고 싶은 고등학교 선택이 문제였다. 먼저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지난해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남성고에 가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부모님의 권유가 가장 솔깃했다. 타학교에 견줘 입시 성적도 좋았고 내가 찾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학교였기 때문이었다.
자율형사립고의 전형방식은 각 지역 교육감의 결정에 따른다고 했다. 전라북도는 내신 50% 이내 학생들 중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는 방식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운’이 더 결정적이다. 원서를 접수하고 추첨일이 다가왔다.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볼’을 뽑았는데 다행히 합격볼이어서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하지만 그다음 발목을 잡는 일이 있었다. 자율고 지정 문제가 재판까지 가게 된 것이다. 합격은 했지만 판결에 따라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남성고의 자율고 전환이 확정됐고 중학교 시절을 잘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고등학교에서도 중학교 때처럼 하면 좋은 등수를 얻으리란 기대는 꺾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전라북도 내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였기 때문에 첫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주변에 공부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잠시 좌절하기도 했다. 내신 점수를 얻긴 힘들지만 오히려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
소수의 학교만 실시하고 있는 전교과 교실전담제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교실이 아니라 각 과목 선생님 교실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듣고 있다. 선생님들이 수업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더 좋은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 국어, 영어, 수학은 수준별 이동 수업을 하기 때문에 자기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장래희망이 계속 바뀌었다. 직업에 대해 알아 갈수록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정한 장래희망은 기상 연구원으로 기상청에서 일하는 것이다. 날씨가 우리 생활에 밀접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구과학 수업을 듣고 내 적성에도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장래희망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북 남성고 1학년 김영곤군
전북 남성고 1학년 김영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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