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이기주의에서 눈뜰 때”…참교육학부모회 결성 / 정해숙

등록 2011-08-04 19:44

1989년 9월22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학부모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창립대회에서 김진균 당시 서울대 교수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주체임을 선언한 학부모회는 전교조가 탄압을 이겨내고 뿌리를 내리는 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89년 9월22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학부모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창립대회에서 김진균 당시 서울대 교수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주체임을 선언한 학부모회는 전교조가 탄압을 이겨내고 뿌리를 내리는 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59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의 가장 든든한 동지로 참교육학부모회를 빼놓을 수 없다. 학부모들은 해방 이래 수십년간 부족한 학교 재정을 메우는 후원모임의 구성원으로 교육 보조자 노릇만 해왔다. 학부모후원회(1940년대 후반~50년대 초)로부터 사친회(53~62년), 기성회(한국전쟁 이후~70년), 육성회(70~97년)를 거쳐 지금의 학부모회까지 이름만 달라졌을 뿐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에 힘입어 학부모들도 교육주체로서 인식을 하기 시작했고, 88년 후반부터 뜻있는 학부모들이 지역별로 민주학부모회를 만들었다.

89년 전교조 결성을 전후로, 정권이 관변단체인 육성회나 어머니회를 동원해 전교조를 탄압하자 학부모들은 학교별로 전교조 교사 징계와 탄압 저지 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활동은 단위학교를 넘어 지역별 민주학부모회로 발전했다. 그해 3월 ‘참교육 실천을 위한 마산학부모회’를 시작으로 9월까지 대구·광주·서울·대전·청주 등 곳곳에서 참교육학부모회 창립이 잇따랐다. 학부모회는 지역별로 학부모교실 운영, 어린이 잔치, 강제성 기부금 폐지 관철, 앨범 계약 공개입찰과 차액 반환 요청, 교복 가격 책정 참여 등 투명한 학교 운영과 학내 민주화를 위한 사업을 적극 벌였다. 광주지역에서는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가 철회될 때까지 납부금 거부를 결의하기도 했다.

마침내 9월22일에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회장 김영만) 결성으로 이어졌다. 전국 학부모 200여명이 서울 향린교회에 모여 “너무나 오랫동안 이기주의와 무사안일주의의 깊은 잠 속에서 깨어나지 못했던 우리 학부모들은 이제 눈을 뜨고 교육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밝힌다”며 당당하게 교육주체 선언을 했다. 결성과 더불어 학부모회는 해직교사 복직과 전교조 합법화 투쟁의 중심에 섰다. 또 11월 육성회비 반환 청구 소송과 12월 자살학생 추모제 ‘새가 되어 날고 싶어요’를 여는 등 교육개혁의 든든한 동반자로 적극 활동했다.

그해 8월 1500여명의 해직교사가 발생하자 해직교사 생계 지원과 참교육 운동 지원을 위한 국민후원회도 다양하게 조직되었다. 전교조 지부 또는 지회가 운영하는 국민후원회, 민교협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해직교사후원회, 해직교사의 학교 동문들이 조직한 동문후원회, 사범대 학생들의 사대후원회, 성직자 후원회 등등 다양한 형태였다. 10월10일 ‘대구·경북 교사 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경기·광주·부산·서울 등에 후원회가 속속 꾸려졌다.

10월30일 인천에서 발족한 ‘전교조 해직교사 돕기 인천지역 교수 후원회’는 범시민운동으로 발전했다. 그해 연말 인천시민 걷기대회 이후 시민후원회 구성 문제를 논의한 결과, 이듬해인 90년 1월 ‘해직교사 생계 돕기를 위한 범인천시민후원회’가 탄생했다. 교수·신부·목사·변호사·의사·약사·사회단체 인사 및 정당 인사 등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가운데 가장 다양하게 그리고 지속적인 활동을 한 곳은 ‘해직교사 서울후원회’였다. 애초의 명칭은 ‘전교조 서울후원회’로 그해 11월14일 조직되었다. 이후 12월8일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해직교사 서울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김승훈 신부(왕십리성당), 김찬국 목사(연세대 부총장), 이상희 교수(서울대 신문학과)가 공동의장을 맡았다. 총무간사 주경복 교수(건국대 불문학과), 섭외간사 권광식 교수(방송통신대 경제학과), 재무간사 박상용 교수(연세대 경영학과) 등으로 집행부가 구성됐다. 서울 신림중에서 해직된 박래광 선생님이 실무를 맡아 운영했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해직교사 서울후원회는 결성 1년 동안 1200만원의 후원금을 전교조에 전달했다. 후원회는 해직교사의 의료복지를 위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소속 병원에서 무료 건강검진과 실비 치료를 해주기도 했다. 교육문제 토론회(‘위기의 한국교육, 교육주체들의 현장보고’)나 스승의 날 행사 ‘선생님 힘내세요-참교육 선생님과 함께하는 문화한마당’ 등을 마련해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여론 활동도 전개했다. 그 결과 92년 말에는 회원이 1500여명에 이르렀다.

전교조 결성 무렵의 상황을 더듬어 기록하려 하니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우리에게 보내줬던 연대의 손길이 그대로 따뜻하게 되살아나는 듯하다. 일일이 다 거론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죄송할 뿐이다. 또 그때 도움을 줬던 분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미 세상을 달리하셨다는 사실도 아프게 다가온다. 전 전교조 위원장(구술정리 이경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