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전, 청소년들이 재활용 악기를 만들어 여수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났던 모습. 하자센터 제공
미래세대 청소년의 ‘창의축제’를 가보다
지난 7월말, 서울 일부 지역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 입에서는 이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마침 지난 7월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라남도 여수시에서는 국내외 청소년 1000여명이 모여 ‘기후변화’ 시대를 주제로 한 ‘제11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여수시 주최, 제11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 추진위원회 주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큐레이팅)를 열었다. 축제는 기후변화 시대를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생각을 만나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축제 현장을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들이 찾아가봤다.
청소년 1000여명 모인 대규모 국제 행사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문제의 열쇳말입니다. 이번 축제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법’을 몸으로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해봅시다.”
7월26일, 여수 전남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일본의 평화운동가 마사키 다카시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의 발언으로 제11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가 실질적인 막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마사키는 “이번 축제를 통해 지구시민들이 국가를 넘어선 시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과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막 현장에는 1000여명의 청소년이 함께했다. 이 청소년들은 25일에 시작한 사전축제부터 31일 행사가 막을 내릴 때까지 약 일주일 동안의 항해에 동참했다.
여수, 학생이 기획한 ‘작업장’으로 변신
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청소년이 축제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축제의 큐레이팅을 맡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쪽은 “올해의 핵심 패러다임은 ‘참여형 축제, 참여형 교류’”라며 “축제 전체가 커다란 문화예술 스튜디오가 되어 누구나 기후변화 시대를 표현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동도 한려해상국립공원 행사장 곳곳은 축제의 주제였던 ‘기후변화’에 맞춰 청소년들의 대규모 ‘작업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기존 청소년축제에서는 단순 관람객으로 머물렀던 청소년들이 여수 전역을 누비며 사진, 영상 등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문화 게릴라’로 변신했다. 특히 ‘아나바다’ 장터, 과자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체험 부스, 천연 염색 부스부터 천연 스킨, 에코백 만들기 부스 등 친환경 아이디어를 내놓은 행사 부스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톡톡히 받았다. 천연 스킨 만들기 부스에서 스킨 만들기 체험을 해본 장화연(15·여수중앙여고1)양은 “무료로 이색적인 체험을 해보면서 내가 쓰는 화장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29개 체험부스는 청소년들이 부스별로 체험할 것들을 직접 배워 익힌 뒤 다른 청소년들한테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관람객 가운데에는 대학생, 일반인들도 많았다. 전북대학교 엄의선씨는 “대학생 입장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잘은 모르지만 청소년이 실질적으로 중심 역할을 한 행사로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놀라워했다. 올해 축제 장소인 ‘여수’와 축제의 열쇳말이었던 ‘기후변화’ 역시 청소년들이 직접 정한 것이었다. 기획단 청소년 42명이 축제 장소를 여수로 결정한 것은 여수가 바다와 섬, 도시가 어우러진 장소여서 환경·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기획단은 행사 전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6·11 탈원전 세계시민의 날’ 캠페인에 참여하고, 여수환경운동연합을 통해 여수 역사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올해 축제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적이나 성별 등을 막론하고 전세계 청소년들이 ‘교류’를 했다는 점이었다. 축제에는 34개국 340명의 외국 청소년들이 200명의 한국 청소년들과 팀을 이뤄 사전축제부터 참여했다. 모든 청소년들은 행사 기간 에 1500개의 영어 단어만을 사용하는 ‘글로비시’(Globish)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줬다. 3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와 현재 청암대학교에 재학중인 나란튀야(24)는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한 악기 워크숍, 환경 미술 워크숍 등을 통해 국적과 인종이 다른 청소년들이 교과서로만 만나던 ‘기후변화 시대’를 제대로 체험해본 것 같다”며 “나이 어린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여수 문수중학교 양궁부에서 마련한 ‘궁활 체험’ 부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1일 폐막식 때는 나비 그림이 그려진 엽서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적어 전국 각지의 뜻밖의 장소에 배달하는 프로그램도 큰 주목거리였다.
환경문제 푸는 새로운 생각들 모이기도
축제는 기후변화 시대를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나볼 수 있는 한마당이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7월28일부터 29일까지 열린 ‘나비효과 프로젝트’였다. 축제의 중심 뼈대가 된 이 프로젝트는 국제교류캠프 참가자 350명이 여자만, 돌산도, 사도, 안도, 백야도 등 여수의 섬 다섯 곳에 나눠 들어가 1박2일 동안의 여행을 하면서 기후변화 관련 워크숍을 하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녹음기에 자연의 소리 채집하기, 이를 록음악과 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펭귄의 모습을 얼음으로 조각하기 등의 활동이 펼쳐졌다.
학생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로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실천 방법들도 내놓았다. “우리 모두 ‘지구 환경을 위해 한 가지 일을 하겠다’는 약속을 합시다!” 축제를 시작하면서 모두가 다짐했던 이 약속을 잊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내놓은 청소년도 있었다. 문수빈(15·홈스쿨러)양은 “축제가 시작된 날에 나 스스로 ‘나무젓가락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축제 기간 내내 이 약속을 생각했다”며 “특히 야식으로 라면을 먹을 때는 친구의 나무젓가락을 반 토막 내 나무젓가락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
스태프로 참여한 정지수(여수중앙여고1)양은 “이번 축제에서 여수의 야경을 보여주기 위해 불필요한 전력을 많이 사용했는데 무더운 여수의 날씨를 이용해 태양열산업을 발전시키고, 낮에는 열을 모으고 밤에는 사용하는 식의 아이디어를 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자신한테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기보다는 싼값에 되팔아 환경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아나바다’ 장터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청소년들은 축제를 통해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창의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새로운 과제로 남겨뒀다. 이우학교 김태홍(고등 2년)군은 축제를 통해 ‘창의성’의 개념을 다시 정의했다. “창의성은 무조건 새로운 걸 내는 게 아니라 즐거움을 포함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번 축제를 통해 무언가를 즐겁게 생각해 내는 것이 창의성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됐어요.” 홈스쿨러인 장성민(17)군은 “창의성이라는 것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톡톡 튀는 소수의 창의성이 아니라, 세상과 공공을 위한 다수의 창의성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걸 축제를 통해 배우고 간다”고 했다.
여수/박채움(송현고), 김정민(행신고), 오재연(목운중) 학생수습기자
글로비시 워크숍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1500개 영어 단어로 대화하는 방법을 논의하던 모습. 하자센터 제공
실제 오동도 한려해상국립공원 행사장 곳곳은 축제의 주제였던 ‘기후변화’에 맞춰 청소년들의 대규모 ‘작업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기존 청소년축제에서는 단순 관람객으로 머물렀던 청소년들이 여수 전역을 누비며 사진, 영상 등의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문화 게릴라’로 변신했다. 특히 ‘아나바다’ 장터, 과자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체험 부스, 천연 염색 부스부터 천연 스킨, 에코백 만들기 부스 등 친환경 아이디어를 내놓은 행사 부스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톡톡히 받았다. 천연 스킨 만들기 부스에서 스킨 만들기 체험을 해본 장화연(15·여수중앙여고1)양은 “무료로 이색적인 체험을 해보면서 내가 쓰는 화장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29개 체험부스는 청소년들이 부스별로 체험할 것들을 직접 배워 익힌 뒤 다른 청소년들한테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관람객 가운데에는 대학생, 일반인들도 많았다. 전북대학교 엄의선씨는 “대학생 입장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잘은 모르지만 청소년이 실질적으로 중심 역할을 한 행사로는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놀라워했다. 올해 축제 장소인 ‘여수’와 축제의 열쇳말이었던 ‘기후변화’ 역시 청소년들이 직접 정한 것이었다. 기획단 청소년 42명이 축제 장소를 여수로 결정한 것은 여수가 바다와 섬, 도시가 어우러진 장소여서 환경·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기획단은 행사 전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6·11 탈원전 세계시민의 날’ 캠페인에 참여하고, 여수환경운동연합을 통해 여수 역사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올해 축제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국적이나 성별 등을 막론하고 전세계 청소년들이 ‘교류’를 했다는 점이었다. 축제에는 34개국 340명의 외국 청소년들이 200명의 한국 청소년들과 팀을 이뤄 사전축제부터 참여했다. 모든 청소년들은 행사 기간 에 1500개의 영어 단어만을 사용하는 ‘글로비시’(Globish)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줬다. 3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와 현재 청암대학교에 재학중인 나란튀야(24)는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한 악기 워크숍, 환경 미술 워크숍 등을 통해 국적과 인종이 다른 청소년들이 교과서로만 만나던 ‘기후변화 시대’를 제대로 체험해본 것 같다”며 “나이 어린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부스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여수 문수중학교 양궁부에서 마련한 ‘궁활 체험’ 부스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1일 폐막식 때는 나비 그림이 그려진 엽서에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적어 전국 각지의 뜻밖의 장소에 배달하는 프로그램도 큰 주목거리였다.
여수 오동도에서 열린 개막식 현장. 하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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