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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발음이 같아도, 생김새는 비슷해도 쓰임새는 달라

등록 2011-08-15 14:31

헷갈리는 단어는 용례를 기억해 되새겨야
인터넷에 마구잡이로 쓴 글 따라쓰면 안돼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

소금을 설탕으로 또는 그 반대로 착각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한두 번쯤 겪었을 만한 일이다. 그 뒤부턴 설탕통과 소금통에 항상 이름표를 붙여 놓는다. 심술궂은 사람에게 쥐똥을 환약으로 속여 먹였다는 얘기는 우리 옛이야기에 가끔씩 등장하는 소재다. 밥상 위에 된장이 올라오면 비슷한 무엇(?)인가가 떠올라 밥을 먹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봤다. 이 모두가 성질은 다르지만 모양이 비슷한 것들을 착각해 벌어진 일이다. 자세히 살펴본다면 구별하기 어려울 것도 없지만, 자칫 마음을 놨다간 헷갈리기 십상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비슷하다고 떠오르는 대로 단어를 썼다가는 글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거나, 글의 흐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문장이 되기도 한다. ‘개발-계발’, ‘반듯이-반드시’처럼 발음과 뜻이 비슷한 단어들이 그런 예다. 뜻과 용례를 정확히 알고 써야 틀리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주 틀리는 몇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지구의 허파 구실을 하는 아마존 산림을 계발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나) SK커뮤니케이션즈가 해킹을 당해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용하는 주민번호 클린센터(clean.kisa.or.kr)에 접속해 개인정보 도용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곤욕스러웠다.

(다) 책을 읽은 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남기는 일은 우리가 반드시 지양해야 할 바다.

(라) 서울에서 유래 없는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재산 피해를 냈다.

예문 (가)의 ‘계발’과 ‘산림’이 잘못 쓰였다. ‘계발’은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준다’는 뜻으로 주로 정신적인 대상에 쓰는 단어다. ‘평소에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의 용례로 확인 가능하다. ‘계발’ 대신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쓸모 있게 만들거나 산업이나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뜻인 ‘개발’을 써야 적당하다. 또 ‘산림’은 ‘산과 숲’을 뜻하는데, 아마존엔 산이 없다. 따라서 ‘산림’은 ‘나무가 많이 우거진 숲이나 천연림’을 뜻하는 ‘삼림’으로 바꿔 써야 옳다.

예문 (나)는 ‘운용’과 ‘운영’, ‘곤욕’과 ‘곤혹’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써 문제가 됐다. ‘운용’은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려 쓴다’는 뜻으로 보통 ‘관련 제도, 규정, 법 등을 운용한다’란 식으로 쓴다. 조직, 기구, 사업체 등을 경영할 땐 ‘운영’을 쓰므로, 예문에는 ‘운영’을 써야 맞다. 또 ‘곤욕’은 ‘심한 모욕’이란 뜻으로 보통 ‘곤욕을 치르다(또는 ‘겪다’)’의 형태로 많이 쓴다. 예문은 ‘주민번호 클린센터에서 빠르게 확인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이므로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뜻의 ‘곤혹’으로 바꿔야 한다. 또는 이보다 조금 더 널리 쓰이는 한자어인 ‘난처’로 바꾸거나 순우리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로 풀어 써도 무방하다.

‘지양’과 ‘지향’도 많이 헷갈려 하는 단어다. 예문 (다)에서도 ‘어떤 목표로 뜻이 쏠리어 향하다’란 뜻인 ‘지향’을 써야 할 자리에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해 어떤 것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지양’을 써 글의 뜻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문 (라)에 쓴 ‘유래’는 ‘사물이나 일이 생겨남’이란 뜻인데, 산사태는 집중호우가 원인이므로 ‘유래 없는’이란 표현은 잘못됐다. ‘같거나 비슷한 예’를 뜻하는 ‘유례’가 글의 흐름에 맞다. 또는 ‘앞선 사례’란 뜻의 ‘전례’를 써도 뜻이 통한다.

(가-1)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지구의 허파 구실을 하는 아마존 삼림을 개발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나-1) SK커뮤니케이션즈가 해킹을 당해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하는 주민번호 클린센터(clean.kisa.or.kr)에 접속해 개인정보 도용 여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곤혹스러웠다(또는 ‘난처했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1) 책을 읽은 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남기는 일은 우리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바다.

(라-1) 서울에서 유례(또는 ‘전례’)없는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재산 피해를 냈다.

이상은 모두 한자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해 틀린 경우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를 감각에 기대어 쓰다 보면 이와 같은 문제들이 종종 발생한다. 여러 번 강조한 대로 어려운 단어는 억지로 사용하려 하지 말고, 우리말로 풀어 써야 뜻이 더 잘 통한다. 예를 들어 ‘유례없는’은 ‘예전에는 비슷한 일조차 없었던’으로 바꿔 쓰면 된다. 꼭 한자어를 써야겠다면 사전에서 뜻을 찾아 올바른지 확인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대표적인 사례 문장을 여러 번 읽어서 입에 붙여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어가 헷갈릴 때 거꾸로 추론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아주 기초적인 순우리말조차 잘못 쓰는 사례가 부쩍 늘어 문제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채팅창이나 댓글난에 마구잡이로 쓴 잘못된 표현들이 널리 퍼진 탓이다. 급기야 학생들이 쓰는 논술 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잘못 쓴 표현은 글의 신뢰도에 치명적이므로 반드시 옳은 표현을 찾아 써야 한다.

예시글 2

(마) 사람들은 자신이 구입한 물건이 다른 사람이 가진 것보다 더 낳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바) 고엽제 매립으로 떠들썩한 캠프캐럴 미군기지의 너비는 약 3.2㎢이다.

(사) 서울시는 수해복구에 집중해야 할 때에 무상급식을 저지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밀어부쳐 비난받았다.

(아) 평균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은 반듯이 개선돼야 한다.

전혀 헷갈리지 않을 것 같은 표현인 ‘낳다’(배 속의 아이나 새끼를 몸 밖으로 내보내다), ‘낫다’(더 좋거나 앞서 있다)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넷에 ‘낳다’와 ‘낫다’의 차이를 묻는 질문도 꽤 있다. 이 두 단어는 매우 기초적인 어휘로 책이나 신문 등 제대로 된 인쇄 매체를 조금이라도 접한 학생이라면 쉽게 구별 가능하다. 그런데 댓글,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만 글을 읽고 쓰는 아이들은 이조차도 구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예문 (마)의 ‘낳다’는 ‘더 좋다’는 뜻의 ‘낫다’로 바꿔 써야 올바르다.

예문 (바)의 ‘너비’는 ‘평면이나 물체를 가로지른 거리’란 뜻으로 ‘폭’을 뜻한다. ‘강의 너비’, ‘도로의 너비’란 용례로 기억한 뒤 헷갈릴 때 떠올려도 좋다. 예문에선 면적을 뜻하는 ‘넓이’가 맞는 표현이다.

예문 (사)에선 ‘밑어부쳤다’란 표현이 잘못됐는데, ‘부치다’와 ‘붙이다’의 쓰임새를 정확히 알지 못해 틀린 예다. 우리말 ‘부치다’는 쓰임새가 꽤 다양하다. ‘편지를 부치다, 표결에 부치다, 부채를 부치다, 한글날에 부쳐 한마디 하다. 힘이 부치다, 논밭을 부치다, 빈대떡을 부치다’ 등에 쓴다. ‘붙이다’는 ‘맞닿아 떨어지지 아니하다’란 뜻의 ‘붙다’를 사동형(문장의 주체가 스스로 하지 않고 남에게 행동이나 동작을 하게 함을 나타내는 동사의 형태)으로 바꿔 ‘우표를 붙이다, 담뱃불을 붙이다, 주석을 붙이다, 가구를 벽에 붙이다, 흥정을 붙이다, 조건을 붙이다, 별명을 붙이다’ 등으로 쓴다. ‘밀어부치다’는 ‘붙이다’란 동사 앞에 ‘밀다’를 더해 ‘여유를 주지 아니하고 계속 몰아세운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므로 ‘밀어붙이다’가 맞다. ‘밀어부치다’란 표현은 사전에 올라와 있지도 않은 잘못된 표현이다.

‘반듯이’와 ‘반드시’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틀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반듯이’는 ‘반듯하게’란 의미로 ‘반듯하다’의 원래 뜻이 살아 있는 단어다. 따라서 ‘반듯’에 ‘-이’를 붙여 ‘반듯이’로 적는다. 그러나 ‘반드시’는 ‘꼭, 틀림없이’라는 뜻으로 ‘반듯’과 의미가 다르고, 관련도 없으므로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게 옳다. 예문 (아)에선 ‘반듯이’를 ‘꼭’이란 뜻으로 썼으므로 ‘반드시’로 바꾸는 게 맞다.

(마-1) 사람들은 자신이 구입한 물건이 다른 사람이 가진 것보다 더 낫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바-1) 고엽제 매립으로 떠들썩한 캠프캐럴 미군기지의 넓이는 약 3.2㎢이다.

(사-1) 서울시는 수해복구에 집중해야 할 때에 무상급식을 저지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밀어붙여 비난받았다.

(아-1) 평균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 연습 문제

다음 문장의 괄호 안 표현 가운데 글의 흐름에 맞는 것을 찾아 표시해 보세요. 1. 젓갈의 (유례/유래)는 바닷가 마을에서 음식을 짜게 보관한 데서 찾는다. 2. 항상 몸과 마음을 (반듯이/반드시) 해야 한다. 3.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마음의 병을 다스려야 몸도 (낳는다/낫는다/낮는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우리말 돋보기

① 배상-보상

* 배상: 남의 권리를 침해해 발생한 손실을 물어 주는 일.

예) 피해자는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전적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 보상: 적법행위로 발생한 재산상의 손실을 물어 주는 일.

예) 서울시는 도로를 내기 위해 사유지를 침범했기 때문에 보상해야 한다.

② 가르치다-가리키다

* 가르치다: 지식, 기능, 이치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다.

예)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다.

* 가리키다: 손가락 따위로 어떤 방향이나 대상을 집어서 보이거나 말하거나 알리다.

예) 학생들은 불이 난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③ 다르다-틀리다

* 다르다: 비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

예)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된다.

* 틀리다: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거나 어긋나다.

예) 문제를 다 풀었으나 아깝게 한 문제를 틀렸다.

④ 벌이다-벌리다

* 벌이다: 일을 계획해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

예) 그는 되지도 않을 일을 벌이려 한다.

*> 벌리다: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

예) 지하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지 말아야 한다.

⑤ 너머-넘어

* 너머: 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이나 그 공간.

예) 고개 너머 동네에 친구가 산다.

* 넘어: ‘넘다’가 원형. 일정한 기준이나 한계 따위를 벗어나 지나다.

예) 고개를 넘어 친구가 사는 동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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