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 난이도 초등 고학년~중1
5. 영어식 표현을 줄여라
① 버릇처럼 쓰는 번역투를 줄여라
② 피동문을 줄여라
③ 무생물 주어로 시작하지 마라 ‘하나의 행위로 두 가지 이득을 얻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일거양득’(一擧兩得), ‘일전쌍조’(一箭雙雕), ‘일석이조’(一石二鳥) 가운데 동양에서 유래한 말이 아닌 것은? 답은 ‘일석이조’다. ‘일거양득’과 ‘일전쌍조’는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일석이조’는 영어문화권의 속담 ‘To kill two birds with one stone’(돌 하나로 새 두 마리 잡기)을 일본에서 번역해 사자성어로 만든 말이다. ‘바이바이’(bye-bye, 헤어질 때 인사말 ‘안녕’)는 영어를 그대로 쓴 경우고, ‘빵꾸’(punk, 구멍)는 일본식 영어다. 최근에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레알’은 영어 ‘real’(진짜로)의 음을 따 쓴 단어다. 이처럼 의식하지 못한 채 쓰는 우리말 가운데 외국어에서 유래한 단어는 상당히 많다. 무의식적으로 쓰는 번역투, 우리말 파괴해
우리말 어법과 다른 동사, 전치사 주의해야 다른 문화권끼리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말도 섞이고 변화한다. 외국어 ‘리플’과 ‘서클룸’이 ‘댓글’과 ‘동아리방’으로 바뀐 것처럼 순우리말을 찾아 쓰려는 노력이 언중에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할 말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온 외국어는 우리말처럼 쓰인다. 이런 말을 외래어라 한다. 대표적인 예는 ‘컴퓨터’, ‘아이스크림’, ‘도너츠’, ‘라디오’, ‘멘토-멘티’ 등이 있다. ‘컴퓨터’는 한때 ‘셈틀’이란 단어로 바꿔 쓰려 노력한 적도 있었으나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아 그대로 쓴다. ‘아이스크림’도 북한에서는 ‘얼음보숭이’란 말로 대체했지만, 남한에선 바꾸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 우리말처럼 쓰는 단어를 완전히 차단하긴 불가능하다. 또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 오히려 외국에서 들어온 말 덕분에 우리말 표현이 풍성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석이조란 사자성어는 비록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긴 해도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우리 고유 속담과 아울러 쓰임으로써 우리말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데 의식하지 못하고 쓰는 번역투의 글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번역투는 우리말 어법과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의사전달을 방해하고, 습관적으로 자주 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글을 단조롭게 한다. 특히 ‘갖다’(have), ‘~를 통해’(through), ‘~에 의해’(by)와 같이 영어 단어를 직역해 쓴 표현이 문제가 되는데, 우리말의 다양성을 해치고, 주체를 불분명하게 하므로 피해야 할 글쓰기 습관으로 꼽는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예쁜 얼굴, 좋은 몸매를 갖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노력한다. (나) 아이를 두 명 이상 가지려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양육비와 교육비가 부담돼 한 명만 갖는 부모들이 많다. 영어에서 ‘가지다’란 뜻을 지닌 동사 ‘have’는 소유의 뜻 말고도 여러 가지 의미로 두루 쓰인다. 예를 들어 ‘Have a good time!’은 ‘좋은 시간 보내라!’로, ‘I have a toothache’는 ‘이가 쑤신다’로 해석한다. 그런데 소유의 뜻을 그대로 살려 ‘좋은 시간 가져라’, ‘나는 쑤시는 이를 가졌다’로 번역하는 이도 있다. 우리말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영어를 단순하게 번역한 경우다. 이런 문체를 번역투라 하는데, 이런 문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무의식적으로 우리말 속에 ‘가지다’(갖다)를 마구 쓰게 된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이들의 글에서조차 ‘모임을 가졌다’,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가졌다’라는 식의 번역투가 눈에 자주 띄는데, ‘모임을 열었다’, ‘반성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우리말로 바꿔 써야 뜻이 분명해진다. 예문 (가)에서 ‘몸매를 갖기 위해’에 쓰인 ‘갖기’는 ‘가꾸기’로 바꿔야 우리말의 다양성도 살고 뜻도 분명해진다. 예문 (나)의 ‘가지려는’과 ‘갖는’은 ‘낳다’는 구체적 의미를 살려 써야 한다. (가-1) 예쁜 얼굴, 좋은 몸매를 가꾸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노력한다. (나-1)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으려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양육비와 교육비가 부담돼 한 명만 낳는 부모들이 많다. 영어에는 ‘about’(~에 대해), ‘through’(~를 통해), ‘by’(~에 의해), ‘from’(~로부터), ‘under’(~아래) 등의 전치사가 많이 나온다. 학생들은 영어를 공부하면서 전치사를 직역하는 데 익숙해진 탓에 번역투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예시글 2 (다) 다이어트 열풍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라) 학급회의를 통해 한 학기 동안 지켜야 할 반의 규칙을 결정했다. (마) 노래 가사에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이유에 의해 몇몇 노래가 여성가족부로부터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바)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에 의해 광주는 계엄령 아래에 놓였다. 예문 (다)에서는 영어 ‘about’의 영향을 받은 ‘~에 대해’가 부적절하게 쓰였다. ‘다이어트 열풍’이 ‘비판하다’의 목적어에 해당하므로 ‘~에 대해’를 빼고 목적격 조사 ‘~을(를)’을 붙여 ‘다이어트 열풍을’이라고 써야 가독성이 높아진다. ‘~을(를) 통해’는 영어 ‘through’의 영향을 받은 말로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다.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다’, ‘조사 결과를 통해 위험성을 알게 됐다’,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등으로 쓰이는데, ‘~을 통해’를 ‘~(으)로’로 대체해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다’, ‘조사 결과로 위험성을 알게 됐다’, ‘독서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로 써야 간결하고 뜻도 분명해진다. 예문 (라)에서 학급회의를 수단으로 해서 규칙을 결정했다는 의미를 전달하려면 ‘학급회의로’나 ‘학급회의를 거쳐’로, 장소를 나타낼 목적이라면 ‘학급회의에서’로 바꾸면 뜻이 분명해진다. ‘학급회의를 통해서’로만 쓰면 모호해지므로 전달하려는 내용에 맞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조사를 골라 써야 한다. 예문 (마)에서는 ‘by’, ‘from’의 영향을 받은 ‘~에 의해’와 ‘~(으)로부터’가 부적절하게 쓰였다. 우리말 ‘~(으)로’만으로도 인과관계를 충분히 드러내므로 ‘이유에 의해’는 ‘이유로’로 바꿔 쓰는 것이 낫다. ‘~로부터’는 어떤 행동의 출발점이나 비롯되는 대상을 나타내므로 ‘~에서’(동물, 사물), ‘~에게서’(사람), ‘~한테서’ 등으로 바꿔 적절히 섞어 써야 한다. 하지만 예문 (마)에선 ‘여성가족부로부터’만 고치기 어렵다. ‘~에 의해’가 들어간 문장은 대부분 피동문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문장을 재구성하는 게 낫다. ‘여성가족부’를 주어로, ‘노래’를 목적어로 삼아 ‘여성가족부는 몇몇 노래를 방송에 부적절하다고 판정했다’로 바꿔야 부드럽다. 예문 (바)에선 ‘by’의 영향을 받은 ‘~에 의해’와 ‘under’의 영향을 받은 ‘~아래’가 쓰여 문장이 어색해졌다. ‘광주’란 도시가 무생물 주어가 돼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무생물 주어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나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편이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유리하다. 주어로 쓰인 ‘광주’를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로 바꿔 ‘광주에’로 쓰고,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는 주어로 삼아 문장을 재구성해야 한다. ‘계엄령 아래에 놓였다’는 ‘계엄령을 내렸다’로 바꿔 주어와 호응하게 한다. (다-1) 다이어트 열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라-1) 학급회의로(또는 ‘학급회의에서’) 한 학기 동안 지켜야 할 반의 규칙을 결정했다. (마-1) 노래 가사에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성가족부는 몇몇 노래를 방송에 부적절하다고 판정했다. (바-1)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는 광주에 계엄령을 내렸다. 예문 (마), (바)처럼 전치사를 영어 뜻 그대로 번역해 쓰면 피동문이나 무생물을 주어로 한 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엔 단어 하나, 조사 하나만 고쳐서는 전체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잇기 어렵다. 글쓰기 초보자에겐 조금 힘들겠지만, 주어·목적어·서술어와 같은 문장 성분을 바꾸거나 재배치해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앞으로 2회에 걸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연습 문제 다음 문장에서 번역투를 찾아 우리말답게 바꿔 보세요. 1. 남북한은 협의 사항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2.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 민심을 알게 됐다. 3. 왕은 기사단의 비호 아래 피난길에 올랐다. 4. 보물이 그 탐험가에 의해 발견됐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① 버릇처럼 쓰는 번역투를 줄여라
② 피동문을 줄여라
③ 무생물 주어로 시작하지 마라 ‘하나의 행위로 두 가지 이득을 얻는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일거양득’(一擧兩得), ‘일전쌍조’(一箭雙雕), ‘일석이조’(一石二鳥) 가운데 동양에서 유래한 말이 아닌 것은? 답은 ‘일석이조’다. ‘일거양득’과 ‘일전쌍조’는 중국에서 유래했지만, ‘일석이조’는 영어문화권의 속담 ‘To kill two birds with one stone’(돌 하나로 새 두 마리 잡기)을 일본에서 번역해 사자성어로 만든 말이다. ‘바이바이’(bye-bye, 헤어질 때 인사말 ‘안녕’)는 영어를 그대로 쓴 경우고, ‘빵꾸’(punk, 구멍)는 일본식 영어다. 최근에 청소년들이 많이 쓰는 ‘레알’은 영어 ‘real’(진짜로)의 음을 따 쓴 단어다. 이처럼 의식하지 못한 채 쓰는 우리말 가운데 외국어에서 유래한 단어는 상당히 많다. 무의식적으로 쓰는 번역투, 우리말 파괴해
우리말 어법과 다른 동사, 전치사 주의해야 다른 문화권끼리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말도 섞이고 변화한다. 외국어 ‘리플’과 ‘서클룸’이 ‘댓글’과 ‘동아리방’으로 바뀐 것처럼 순우리말을 찾아 쓰려는 노력이 언중에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할 말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들어온 외국어는 우리말처럼 쓰인다. 이런 말을 외래어라 한다. 대표적인 예는 ‘컴퓨터’, ‘아이스크림’, ‘도너츠’, ‘라디오’, ‘멘토-멘티’ 등이 있다. ‘컴퓨터’는 한때 ‘셈틀’이란 단어로 바꿔 쓰려 노력한 적도 있었으나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아 그대로 쓴다. ‘아이스크림’도 북한에서는 ‘얼음보숭이’란 말로 대체했지만, 남한에선 바꾸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와 우리말처럼 쓰는 단어를 완전히 차단하긴 불가능하다. 또 굳이 그럴 이유도 없다. 오히려 외국에서 들어온 말 덕분에 우리말 표현이 풍성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석이조란 사자성어는 비록 일본에서 들어온 말이긴 해도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우리 고유 속담과 아울러 쓰임으로써 우리말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데 의식하지 못하고 쓰는 번역투의 글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번역투는 우리말 어법과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의사전달을 방해하고, 습관적으로 자주 쓰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글을 단조롭게 한다. 특히 ‘갖다’(have), ‘~를 통해’(through), ‘~에 의해’(by)와 같이 영어 단어를 직역해 쓴 표현이 문제가 되는데, 우리말의 다양성을 해치고, 주체를 불분명하게 하므로 피해야 할 글쓰기 습관으로 꼽는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예쁜 얼굴, 좋은 몸매를 갖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노력한다. (나) 아이를 두 명 이상 가지려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양육비와 교육비가 부담돼 한 명만 갖는 부모들이 많다. 영어에서 ‘가지다’란 뜻을 지닌 동사 ‘have’는 소유의 뜻 말고도 여러 가지 의미로 두루 쓰인다. 예를 들어 ‘Have a good time!’은 ‘좋은 시간 보내라!’로, ‘I have a toothache’는 ‘이가 쑤신다’로 해석한다. 그런데 소유의 뜻을 그대로 살려 ‘좋은 시간 가져라’, ‘나는 쑤시는 이를 가졌다’로 번역하는 이도 있다. 우리말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영어를 단순하게 번역한 경우다. 이런 문체를 번역투라 하는데, 이런 문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무의식적으로 우리말 속에 ‘가지다’(갖다)를 마구 쓰게 된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이들의 글에서조차 ‘모임을 가졌다’,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가졌다’라는 식의 번역투가 눈에 자주 띄는데, ‘모임을 열었다’, ‘반성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자회견을 열었다’처럼 구체적인 상황을 드러내는 우리말로 바꿔 써야 뜻이 분명해진다. 예문 (가)에서 ‘몸매를 갖기 위해’에 쓰인 ‘갖기’는 ‘가꾸기’로 바꿔야 우리말의 다양성도 살고 뜻도 분명해진다. 예문 (나)의 ‘가지려는’과 ‘갖는’은 ‘낳다’는 구체적 의미를 살려 써야 한다. (가-1) 예쁜 얼굴, 좋은 몸매를 가꾸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노력한다. (나-1) 아이를 두 명 이상 낳으려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양육비와 교육비가 부담돼 한 명만 낳는 부모들이 많다. 영어에는 ‘about’(~에 대해), ‘through’(~를 통해), ‘by’(~에 의해), ‘from’(~로부터), ‘under’(~아래) 등의 전치사가 많이 나온다. 학생들은 영어를 공부하면서 전치사를 직역하는 데 익숙해진 탓에 번역투로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예시글 2 (다) 다이어트 열풍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라) 학급회의를 통해 한 학기 동안 지켜야 할 반의 규칙을 결정했다. (마) 노래 가사에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이유에 의해 몇몇 노래가 여성가족부로부터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바)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에 의해 광주는 계엄령 아래에 놓였다. 예문 (다)에서는 영어 ‘about’의 영향을 받은 ‘~에 대해’가 부적절하게 쓰였다. ‘다이어트 열풍’이 ‘비판하다’의 목적어에 해당하므로 ‘~에 대해’를 빼고 목적격 조사 ‘~을(를)’을 붙여 ‘다이어트 열풍을’이라고 써야 가독성이 높아진다. ‘~을(를) 통해’는 영어 ‘through’의 영향을 받은 말로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다.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다’, ‘조사 결과를 통해 위험성을 알게 됐다’,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등으로 쓰이는데, ‘~을 통해’를 ‘~(으)로’로 대체해 ‘선거로 대표자를 뽑는다’, ‘조사 결과로 위험성을 알게 됐다’, ‘독서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로 써야 간결하고 뜻도 분명해진다. 예문 (라)에서 학급회의를 수단으로 해서 규칙을 결정했다는 의미를 전달하려면 ‘학급회의로’나 ‘학급회의를 거쳐’로, 장소를 나타낼 목적이라면 ‘학급회의에서’로 바꾸면 뜻이 분명해진다. ‘학급회의를 통해서’로만 쓰면 모호해지므로 전달하려는 내용에 맞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조사를 골라 써야 한다. 예문 (마)에서는 ‘by’, ‘from’의 영향을 받은 ‘~에 의해’와 ‘~(으)로부터’가 부적절하게 쓰였다. 우리말 ‘~(으)로’만으로도 인과관계를 충분히 드러내므로 ‘이유에 의해’는 ‘이유로’로 바꿔 쓰는 것이 낫다. ‘~로부터’는 어떤 행동의 출발점이나 비롯되는 대상을 나타내므로 ‘~에서’(동물, 사물), ‘~에게서’(사람), ‘~한테서’ 등으로 바꿔 적절히 섞어 써야 한다. 하지만 예문 (마)에선 ‘여성가족부로부터’만 고치기 어렵다. ‘~에 의해’가 들어간 문장은 대부분 피동문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문장을 재구성하는 게 낫다. ‘여성가족부’를 주어로, ‘노래’를 목적어로 삼아 ‘여성가족부는 몇몇 노래를 방송에 부적절하다고 판정했다’로 바꿔야 부드럽다. 예문 (바)에선 ‘by’의 영향을 받은 ‘~에 의해’와 ‘under’의 영향을 받은 ‘~아래’가 쓰여 문장이 어색해졌다. ‘광주’란 도시가 무생물 주어가 돼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무생물 주어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니나 되도록이면 쓰지 않는 편이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유리하다. 주어로 쓰인 ‘광주’를 장소를 나타내는 부사로 바꿔 ‘광주에’로 쓰고,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는 주어로 삼아 문장을 재구성해야 한다. ‘계엄령 아래에 놓였다’는 ‘계엄령을 내렸다’로 바꿔 주어와 호응하게 한다. (다-1) 다이어트 열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라-1) 학급회의로(또는 ‘학급회의에서’) 한 학기 동안 지켜야 할 반의 규칙을 결정했다. (마-1) 노래 가사에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거나 안무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여성가족부는 몇몇 노래를 방송에 부적절하다고 판정했다. (바-1)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는 광주에 계엄령을 내렸다. 예문 (마), (바)처럼 전치사를 영어 뜻 그대로 번역해 쓰면 피동문이나 무생물을 주어로 한 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엔 단어 하나, 조사 하나만 고쳐서는 전체 글의 흐름을 매끄럽게 잇기 어렵다. 글쓰기 초보자에겐 조금 힘들겠지만, 주어·목적어·서술어와 같은 문장 성분을 바꾸거나 재배치해 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앞으로 2회에 걸쳐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연습 문제 다음 문장에서 번역투를 찾아 우리말답게 바꿔 보세요. 1. 남북한은 협의 사항에 대해 발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2.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 민심을 알게 됐다. 3. 왕은 기사단의 비호 아래 피난길에 올랐다. 4. 보물이 그 탐험가에 의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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