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수업은 학생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 좋은 수업 방법 가운데 하나다. 사진은 서울의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독서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모습. 김종수 기자 joongsoo@hani.co.kr
교실 속 토론수업 어떻게 할까?
토론의 정의, 교사가 먼저 해봐야
시사성 있는, 과목 통합논제가 좋아
학생 성향 파악해 자기 역할 주기
토론의 정의, 교사가 먼저 해봐야
시사성 있는, 과목 통합논제가 좋아
학생 성향 파악해 자기 역할 주기
방송 매체들이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진행하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화제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자기표현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표현 능력은 아무런 노력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표현하는 재능보다는 절제와 배려를 미덕으로 여겨온 우리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더욱 개발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이제 교육 현장에서부터 표현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들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예로 논술을 시작으로 다양한 글쓰기와 말하기 프로그램이 교육 현장에 등장했다. 이 가운데서도 비판적,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활동인 토론이 주목받고 있다.
학교에서 토론 교육을 위한 교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고, 많은 토론대회가 생겨 토론의 영역도 넓어졌다. 그러나 막상 현장의 교사들은 토론 수업을 생각하면 따라오는 몇 가지 고민 때문에 토론을 수업에 활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우선 토론을 교육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해 ‘교실 수업에서 토론이 꼭 필요한가, 토론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유리한 것이 아닌가, 토론이 오히려 학생들한테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가’ 등의 근본적인 고민이 있을 수 있다.
필자는 고교 시절 하위권이었던 졸업생한테서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토론으로 진행된 수업이 항상 소외되고 무기력했던 수업 시간 중 유일하게 의식이 깨어 있던 시간이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토론은 성적이 우수한 일부 특정한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제대로 된 토론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의 판단일 가능성이 많다. 더욱이 토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입증과 반증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팽팽한 갈등 상황을 조성하지만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분명하게 인식함으로써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지적 활동이다. 토론을 잘하면 아이들은 즐기면서 서로 격려하고 경쟁하는 법을 배운다. 토론의 가장 큰 장점이 협동학습임을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고민을 넘을 수 있다.
토론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막상 수업에 적용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토론 활동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면 그것은 교사의 의지와 시행만이 문제가 되지만 정규 교과 수업에서 활용한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진다.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토론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토론 수업을 하려면 교사부터 토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토론이 사회적으로 활성화되면서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들이 다양하게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된다. 토론의 이해를 돕는 책들을 읽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또 주변의 토론 모임이나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현장 토론을 익힐 수도 있다. 학생들한테 토론의 의미와 방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서는 학기 초에 한두 시간을 할애해 의미, 단계, 모형 등을 익히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해당 교과에 대한 학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토론 수업 계획도 세워야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이 전체 교과과정 가운데 토론을 어느 정도 비율로 활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다. 한 학기에 1회, 2회 또는 주 1회, 매시간 등으로 정하면 이에 따라 적절한 수업 모형을 구성할 수 있다. 문학 교과 수업을 할 때 거의 매시간 새로운 작품을 분석할 때마다 일정 시간 동안 모둠별로 학생들 스스로 찾은 내용을 발표하고 이견이 생긴 부분을 중심으로 토론을 시켜본 적이 있다. 또 주별 시수가 적은 교과의 경우 ‘교과 간 협조와 분업’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개별 교과에서 토론논제, 토론실행, 평가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수가 적은 교과의 논제를 수업 시수가 많은 교과에서 통합해 다뤄보는 등 교과를 넘나드는 통합형 토론 주제를 끌어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덕이나 사회 시간에 나온 교과 관련 논제를 국어교과의 토론 단원이나 관련 단원에서 토론할 수 있다.
교과를 계획한 뒤에는 ‘토론 논제’를 선정해야 한다. 이때 시사성 있는 논제를 선정하면 흥미를 높이고 교과 적용 활동을 하기에도 좋다. 토론을 하려면 학생들한테 사전 준비 시간을 줘야 한다. 학습자들이 서로 소통할 시간이 있어야 하므로 최소한 일주일 이상의 준비 기간을 두도록 미리 공지하는 것이 좋다. 이때 교사는 자료수집 카드, 예비토론 카드, 근거 카드, 반론 카드, 배심원 기록지, 판정표 등을 학생들에게 배부하거나 보여줘 효율적인 준비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모둠끼리 자료조사를 한 뒤 같은 논제로 예비 토론을 해 보는 것도 좋다. 쟁점을 찾고 상대방의 반론을 예상하며 논지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실제 토론은 풍성해진다.
한 차시 수업을 구성할 때 생기는 고민은 토론 수업을 한 차시 안에 끝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필자와 함께 토론 연구를 하는 한 교사는 ‘이중 토론 수업 모형’을 만들었다. 하나의 토론 수업을 2차시에 걸쳐 진행하는데 1차시에서는 관련 교과 설명 및 발제만을 한다. 발제 때는 입론과 확인질문(교차 조사)만을 하고 2차시에 반론 및 최종 발언, 청중 질문 등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 밖에도 수업 시간표를 짤 때 기존 45분 또는 50분 단위 수업을 2~3시간 연속 진행하거나 교과내용과 수업방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블록타임제나, 두 차시 연강 수업을 구성하면 지식과 토론의 결과를 융합할 수 있다. 차시 계획을 짤 때 토론 모형을 선택해야 한다. 어느 모형을 선택하느냐는 교과의 목표나 학생들의 토론 숙련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학생들의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한 학급당 인원이 많은 경우 토론을 하면 무임승차를 하는 학생도 나오고, 학생들 사이에 관심도나 수준의 차이도 문제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학생의 역할을 매시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어느 정도 기간까지 학생 성향을 파악해 모둠을 편성한 뒤 토론을 진행할 차시별로 역할을 정하는 것이 좋다. 우선 토론에 참가하는 2개 모둠을 중심으로 사회자 모둠, 판정단 모둠, 배심원 모둠 등을 설정한다. 차시별로 역할은 바뀌며 사회자 모둠은 사회, 계측, 기록, 학습지 배부 등을 맡고 판정단 모둠은 토론에 대한 판정을 한다. 배심원 모둠은 토론을 기록하며 토론 전과 토론 후에 논제에 대한 찬반 의견에 대한 투표를 하게 하여 토론 뒤 청중의 변화를 점검하는 일을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진행할 경우 토론 수업을 할 때 다수 학생이 수업에서 소외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토론 수업이 끝나면 평가의 문제가 남는다. 수업을 계획할 때부터 평가 계획이 포함돼야 한다. 토론 뒤 토론 모둠은 자기 쪽 입론문을, 판정단은 판정지를, 배심원은 기록지 및 질문을 통해 수업 참여도를 평가할 수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동료 평가를 하는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추가로 해당 수업에 대해 교사가 수업 평가표를 만들어 자기 평가를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토론 수업에는 사실상 정형화된 방법이 없다. 토론 수업의 목적과 본질이 의사소통을 통한 고등 사고력 향상에 있다면 토론하는 방법은 교과의 특성과 교사의 흥미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다. 듣고 보는 것보다 실제로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오세호/안산 강서고등학교 국어교사· <토론을 알면 수업이 바뀐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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