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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일등만 강조’ 김영삼 교육개혁 전면수정 요구 / 정해숙

등록 2011-09-22 19:51

1995년 5월31일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의 이석희(대우재단 이사장) 위원장이 ‘신교육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교조는 ‘5·31 개혁안’으로 불리는 문민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일등주의, 교육서비스론 등의 폐단을 우려해 수정을 요구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5년 5월31일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의 이석희(대우재단 이사장) 위원장이 ‘신교육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교조는 ‘5·31 개혁안’으로 불리는 문민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일등주의, 교육서비스론 등의 폐단을 우려해 수정을 요구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92
1995년은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각각 교육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교육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해였다.

3월14일 전교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 중심의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형평성과 수월성의 조화를 위한 개혁, 세계적 수준으로 각종 교육지표 향상과 교육환경 개선, 주민 참여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교육자치, 단위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자율성 확대, 교원 처우 개선 및 우수교원 확보를 위한 교원양성, 통일 대비 민족교육 강화와 일제 잔재 청산, 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학생들의 인권 보장 등이 개혁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교육대통령’을 자임한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이 지지부진하자 4월26일 15개 단체가 ‘올바른 교육개혁을 위한 범국민연대회의’(연대회의)를 결성했다. 연대회의는 ‘학교현장 변화를 위한 교육개혁 심포지엄’을 여는가 하면, 지역에도 조직을 구성해 풀뿌리 교육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내세운 김영삼 대통령은 “역사는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우수한 인재 한 사람을 길러내면 그 한 사람이 나라를 먹여살린다. 세계에서 1등이 되어야 한다”고 유독 일등 국가주의를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수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인격적 만남을 통한 행복한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며 개혁정책의 수정을 요구했다.

5월31일 마침내 정부는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부응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안’(이른바 5·31 교육개혁안)을 발표했다. “누구나·언제·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 건설’을 교육개혁의 비전으로 제시하고 ‘질 높은 교육 실현, 수요자 중심의 교육 추구, 교육 다원성 신장, 교육운영의 자율성 및 책무성 제고, 교육 발전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 등 5가지 개혁방향을 제시했다. 예상대로 대통령의 일등주의를 반영하고 있었다. 연초 대통령이 강조한 ‘담대한 개혁’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5·31 개혁안은 시행과정에서는 부분적인 지지도 받았지만 저항에 부닥쳐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특히 ‘교육소비자론’을 바탕으로 도입한 소비자 선택권 부여와 학교운영의 자율과 경쟁체제는 오히려 입시경쟁교육을 심화시켜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학교장의 권한만 강화하여 교육주체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역작용을 낳았다. 전교조는 교육을 ‘시장경제논리’로 접근해 서비스 상품화하는 교육철학과 교사·학생의 관계를 공급자와 수요자 관계로만 바라보는 인식 및 정책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수정을 요구했다.

학교자치의 핵심인 학교운영위원회도 교육시민단체들은 의결기구로 할 것을 주장했으나 교장단·사학재단·교육관료들의 반발로 심의기구로 최종 결정됐다. 교장 추천권 등 몇가지 기능과 임무만 명시한 사실상의 자문기구로 95년 2학기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8월21~23일에는 교육위원 선거가 있었다. 각 시·군·구 기초의회에서 2명씩 추천받아 그 가운데 한 명을 선출하는 ‘간선의 간선’ 방식이었다. 전교조는 15명의 후보 중 6명이 기초의회 추천을 받아 광역의회 선출을 앞두고 있었다.


초대 위원장이었던 윤영규 선생님도 광주 교육위원 후보로 출마했다. 그런데 진관 스님을 비롯한 일부에서 ‘어떻게 전직 위원장을 지역 교육위원으로 나서게 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지역의 건강성 없이 어떻게 중앙이 건강할 수 있습니까. 교육위원 활동은 교육을 살리자는 일인데 중앙과 지역이 어디 따로인가요. 광주지역 해직교사로서 출신지역에서 출마하면 더욱 좋지 않겠습니까.” 내 설명을 들은 뒤 진관 스님은 선뜻 수긍을 하셨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조합원 중에도 같은 지적을 한 분이 있었다. 선거활동에 힘을 보태고자 유세하는 날 의회를 방문한 날이었다. “위원장님, 이런 데까지 오십니까?”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위원장이 유세 현장까지 왔느냐는 뜻이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초대 위원장이 하시는 일이 어디 한 지역에 국한되는 일인가요. 이런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많습니다.” 사실 나는 여러모로 본을 보이고 싶었고, 전교조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지역에 위원장 서신을 띄워 교육자치의 중요함과 지역 교육개혁을 위한 전교조의 생각 등을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했던 것도 그런 뜻에서였다.

서울에서는 고승중·이수호 두 선생님이 현실정치의 벽 앞에서 힘든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두 분을 지원하기 위해 임추섭 선생님이 ‘민주당’과 창당을 앞두고 있던 ‘새정치 국민회의’에 지원을 요청하며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두 선생님의 지역구 의원이었던 조순형·임채정 의원도 전교조에 애정을 갖고 적극 지원해 주셨다. 2기 교육위원 선거에서는 윤영규·고진형·고승중·이수호 4명이 당선되었다. 많은 분들의 지지에 힘입은 뜻깊은 성과였다.

전 전교조 위원장(구술정리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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