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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좋은 양육은 건강한 부모의 마음에서 시작”

등록 2011-09-26 11:43

한기연 박사
한기연 박사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의 저자 한기연 박사
아이한테 화내기 전에 부모의 내면 상태 들여다봐야
완벽한 ‘부모 노릇’보다 아이와의 진실된 소통이 먼저
좋은 부모가 되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축복이라 여기며 출산을 기다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지만, 양육을 하면서 겪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종일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엄마들의 하소연은 문제도 아니다. 아이한테 묶여 있는 삶에 자신의 아이가 너무나 밉다는 엄마들의 심각한 고민도 있다. 바로 죄책감을 느끼며 아이한테 되돌아가지만 이런 ‘양육 스트레스’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왜 아이에게 화가 날까?>(팜파스)의 저자 한기연(사진) 박사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만이 아니라 평생 아이와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선 엄마의 내면을 먼저 살펴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잘못된 모성의 대물림’을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박사를 만나 양육 스트레스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관해 들어봤다.

임신을 축복이라 여기며 양육을 준비하지만 막상 아이를 기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이렇게 양육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뭔가?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키워낸다는 건 매우 어렵고 고생스러운 일이다. 양육 자체가 원래 힘든 일인 것이다. 특히 요즘은 아이를 한두 명밖에 낳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의 관심이 온통 아이한테 가 있다.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우선 그 자체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전일제 근무’다. 하루 24시간을 다 쏟아야 하고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뭣보다 ‘욕구 덩어리’이고 본능에 충실한 어린 아이와 대화를 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행복할 때도 있지만 화가 나는 일도 많다. 문제는 그게 지나칠 경우이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했는데 양육이 너무 버겁고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자신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본인은 잘 모르지만 내재되어 있던 분노가 아이한테 향하는 경우가 많다.”

양육을 하면서 아이한테 지나치게 화를 내는 건 부모의 내면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정말 아이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아이한테 소리치고 화내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다. 또 어떤 부모도 화를 내지 않고 자식을 키우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화’의 범주를 넘어서 자신한테도 설명할 수 없는 경우라면 아이가 아닌 자신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다는 의미다.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불안이나 좌절 등을 깨닫지 못하고 조절하지 못해 지나친 ‘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의 어떤 행동 때문에 시작됐지만, 그 사건은 사실 자신의 내면에 원래부터 자리하고 있던 것들의 부추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면서 내면의 고통스러운 정서적, 신체적 상태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화의 원인을 알아야 양육이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와 내 부모와의 관계는 어땠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부모가 나를 어떻게 키웠는지를 생각해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례 가운데 아이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때 지나치게 화를 내는 아버지가 있었다.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딸한테 고함을 지른다고 했다. 어린아이들이 고집을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 아버지의 지나친 화는 딸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분노의 원인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술만 먹으면 늘 아들을 혼내기만 했던 아버지한테 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자신의 아이한테 전해진 것이다. 아이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원인은 자신한테 있었던 것이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를 알아야 좋은 양육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오해하는 양육에 대한 인식은 뭔가?

“내가 과연 아이한테 잘하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고로 잘해줘야 한다는 부모들도 있다. 아이의 모든 문제를 부모들이 해결해주려는 ‘과잉보호’가 문제가 된 적도 있지 않나.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컷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엄마’(Perfect Mother)가 아닌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고 했다. ‘충분히 좋은 엄마’란 ‘적절하게 아이를 좌절시킬 수 있는 신뢰에 대한 감각이 있는 엄마’를 말한다. 다들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육아 서적을 쌓아놓고 본다. 이런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도 완벽해지길 바라며 강압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아이의 모든 욕구를 채워줄 수 있나. 아이를 적절히 좌절시키면서도 부모와 신뢰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양육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어떤 것들은 놓칠 수도 있다. 아이의 정서 상태에 늘 관심을 갖고 좋은 느낌으로 바라봤으면 한다. 완벽한 엄마를 버리면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다.”

양육의 핵심은 ‘한계 설정’이라고 말한다. 어떤 의미인가?

“아이가 한번 하지 말라는 행동은 하지 않고 한번 약속한 것은 그대로 지킨다면 참 키우기가 쉬울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태도에 따라 자기통제가 잘 발달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계 설정’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한계 설정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하는 게 좋다.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를 문제 삼아 야단치는 게 아닌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그 행동을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양육의 많은 부분이 지시와 강요로 흐르게 되는데, 어느 선을 정할 때는 설명과 타협이 수반돼야 한다.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한테 컴퓨터를 무조건 못하게 하면 그 아이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 ‘안 돼’를 반복하거나 지나치게 화를 내는 건 아이한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론 아이를 잘 키우는 것보다 어떻게 아이와 함께 평생 잘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평균 수명이 80살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 부모는 자식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만 보면 됐는데, 이젠 자식이 노년기에 접어드는 것도 보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자식을 잘 키운다는 건 주변에 자랑할 만한 특목고와 대학에 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어떻게 아이와 평생 잘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자식이 60살이 될 때까지 서로를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에게 쌓인 나쁜 감정이 없어야 한다. 부족함 없이 잘해줬으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본다.”

양육을 ‘건강한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좋은 양육은 세 영역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다. 첫째는 물질적, 신체적 양육, 둘째는 정서적, 심리적 양육이고 셋째는 사회적, 도덕적 양육이다. 근데 부모 자식 간에 불협화음이 많고 양육이 힘들다면 내가 취했던 양육 방식에 오류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육을 습관이라고 한 건 ‘습관’은 자극이 없으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나쁜 습관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습관을 들이기 위해 잘못된 양육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본다. 물론 양육의 모든 문제가 부모에게 있다는 건 아니다. 아이의 기질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좀 까다롭더라도 어쨌든 더 나은 양육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행’은 없는 것 같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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