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맨왼쪽)이 참석한 가운데 26일 낮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국·공립대 총장 간담회에서 최근 구조조정 대상 대학으로 선정된 강원대 권영중 총장(맨오른쪽)이 얼굴을 감싸고 있다. 가운데는 김윤수 전남대 총장.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강원대 등 5개 국립대를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일부 국립대 총장들이 “대학의 특수성과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이뤄진 조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 43개 국·공립대 총장들의 모임인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어 교과부의 국공립대 선진화 방안을 비롯한 대학 구조개혁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38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특히 교과부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실시한 국공립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의 총장들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권영중 강원대 총장은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 선정의) 문제는 너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발표된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는데, 반값 등록금 얘기가 나오면서 갑자기 추진돼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가 해당 국립대가 안고 있는 지역적인 한계를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불공평한 평가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정룡 군산대 총장은 “전북의 인구는 전국 대비 3%밖에 안 되고 고용률도 34~35% 수준이라서 일률적인 지표를 적용하면 취업률이나 충원율 등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힘들다”며 “정부가 취업률을 높일 생각이 있다면, 해당 부처와 협조해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에서 지역 할당제를 실시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성토도 이어졌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을 대신해 참석한 천경록 기획연구처장은 교과부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는 총장직선제 폐지와 관련해 “각 대학의 역사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학에 따라서는 총장직선제를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22일 광주교대와 부산교대를 뺀 8개 교대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종욱 한국체육대 총장은 체육대 평가에 국제화 지표가 포함되는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주호 장관은 이에 대해 “모든 대학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표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5개 대학에 파견될 컨설팅팀이 총장님들의 의견을 거슬러서 뭘 강요하기보다 총장님들을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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