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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찾아서] 7대 종단 생명평화운동 거름된 `지리산 위령제’ / 정해숙

등록 2011-10-11 19:55

7개 종단 대표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001년 5월26일 지리산 달궁에서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를 열어 한국전쟁 당시 좌우익의 대립으로 숨져간 영령들의 위패를 불태워 넋을 달래며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7개 종단 대표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001년 5월26일 지리산 달궁에서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를 열어 한국전쟁 당시 좌우익의 대립으로 숨져간 영령들의 위패를 불태워 넋을 달래며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정해숙-아름다운 선생님의 멘토 105
퇴직해서 쉬고 있던 1999년 늦가을쯤 도법 스님한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도법 스님은 그때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출범시켜 ‘더불어 함께 평화로운 삶을 위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문화를 가꾸어가자’는 운동을 막 시작하고 있다. 이 운동은 현대사회가 비인간화되고 생명 위기의 문제에 처해 있다는 절박한 문제인식과 모든 생명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 만남을 계기로 나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 참여하게 되었다. 도법 스님, 원혜 스님, 혜자 스님, 박광서 교수(서강대)와 내가 함께 일을 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기본정신을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 ‘화엄광장’이라는 대화마당을 개설해 운영했다. 이정호 사무국장과 수지행이 운영을 맡았던 화엄광장에서는 ‘생태주의에 대한 성찰과 생명운동원리’ ‘귀농,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기획’ ‘대안교육에 대한 성찰과 과제’ ‘내 안의 평화, 세상의 평화’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화엄광장은 생명평화운동에 대한 나의 인식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실상사에서 ‘지리산 공부모임’이 진행되었다. 2001년 2월 각계 인사 40여명이 실상사에서 첫 모임을 했다. 이후 몇 차례 더 모여 ‘지리산 공부모임에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논의했다.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지리산. 그 지리산에서 죽임·대립·고통을 극복하는 대안을 추구하고, 각자의 삶을 나누며, 우리 사회에 생명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모임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의견들이었다.

이 무렵 도법·수경·연관 스님께서 지리산 댐을 만들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낙동강과 지리산을 순례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량이 많은 낙동강을 정부는 산업사회를 이루는 과정에서 대책 없이 오염시켰다. 뒤늦게야 부산시민들의 식수를 해결한다며 정부는 지리산 댐을 건설하려 했다. 많은 토론을 거쳐 생태계 파괴를 가져오는 댐 건설은 적극 막아야 한다는 중의가 모아졌다. 이후 여성 성직자(비구니·수녀·여목사·원불교 교무)와 청년별로 평화를 위한 다양한 세미나를 계속했다. 2003년 6월에는 ‘지리산에서 평화를 배운다’는 주제로 이부영 당시 국회 환경분과 위원장, 김지하 시인, 대화문화아카데미 강대인 사무처장,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토론자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7대 종단이 다 함께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를 지냈다. 2001년 2월16일부터 시작한 ‘좌우익 희생자와 뭇생명 해원상생을 위한 범종교계 100일 기도’의 100일째 되는 날인 5월26일 지리산 달궁에서 5000여명이 모였다. 유교·천도교·한국민족종교협의회·원불교·천주교·개신교·불교 등 종교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및 각계각층이 함께했다. 나는 무엇보다 7개 종단이 함께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박형규 목사님, 문규현 신부님과 수녀님들, 이선종 원불교 교무님, 해인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의 스님들, 갓 쓰고 참여하신 유교인, 천도교인 등이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에 굉장한 희망을 느꼈다.

더구나 ‘6·25’ 피의 역사 현장인 지리산에서 살아있는 자들이 뭇생명들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고 천도하자는 발의가 얼마나 숭고한가. 빨치산을 토벌한다며 불을 질러 죄 없는 원주민과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고 나무와 수많은 동식물까지 희생되지 않았던가.

위령 의식은 종교별로 진행했다. 불교 의식은 한 젊은 스님이 아주 커다란 북을 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스님이 잡은 오른손의 북채가 북을 쾅 하고 치자 윙윙윙 하는 그 울림이 지리산 전체에 퍼지더니, 왼손으로 다시 한번 치자 산천이 울렸다. 그다음에는 북을 두드리기 시작하는데 지축이 울리는 듯했다. 북소리는 그 자체로 수많은 언어였다. 인간이 지어낸 말과는 다른 태초의 언어였다. 젊음의 힘으로 두드리는 북소리 앞에 어떤 말도 의미가 없었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
종단별 의식이 끝난 뒤 7개 종단을 대표해 청화 큰스님(곡성 옥과 성륜사 조실)께서 천도 법문을 했다. 법문이 끝나고 6·25 때 희생된 유가족 대표의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그날 위령제 이후에도 종교별로 계속 천도 또는 추모를 하자고 뜻을 모아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 지리산 천일기도’가 이어졌다. 그 뜻을 살려 생명평화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지리산 생명평화결사’도 창립했다. 지리산 천일기도가 끝난 날인 2003년 11월15일이었다. 전 전교조 위원장(구술정리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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