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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표만 보는 평가지상주의
대학은 이미 ‘편법의 전당’

등록 2011-10-20 20:28수정 2011-10-20 22:17

위장인턴·교내취업 다반사
취업률·교원확보율 뻥튀기
교육과학기술부가 졸업생 취업률 등 단기적인 성과만을 중시하는 지표를 활용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대학들이 조작에 가까운 ‘지표 뻥튀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존립마저도 위협받고 있어, 대학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의 한 4년제 사립대 ㅇ 교수는 2년 전 단과대학장으로 일할 때 학생들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아는 기업에 인턴으로 취업시킨 뒤 월급을 학교 공금으로 지급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턴 1명에 한 달에 100만원씩 6개월이면 600만원이 드는데 10억~20억 정도 투자하면 200~300명을 단기 고용할 수 있고, 취업률이 10% 정도 올라간다”며 “이런 방식은 지금도 변함없고 우리 대학만의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편법이 가능한 이유는 교과부가 취업률을 산정할 때 기준일(6월1일)에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취업한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 해당 연도 졸업생만을 대상으로 1회 조사에 그치기 때문에 취업을 유지할 필요도 없다.

교과부가 올해부터 12월31일로 기준일을 바꾸면서 각 대학은 이미‘벼락치기’에 돌입했다. 서울의 한 4년제 사립대 교수는 “11월30일까지만 취업이 되면 기준일 이전에 건강보험료를 한 차례 낼 수 있어 취업률에 포함되기 때문에 ‘300명 취업’을 목표로 교수와 동문들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교내 취업’은 이런 맹점을 이용한 대표적인 ‘뻥튀기’ 방법이다. 교과부가 대학이 3개월 이상 졸업생을 조교나 연구원 등으로 고용할 경우 취업으로 인정하는 것을 이용해, 딱 3개월만 고용계약을 맺어 일시적으로 취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가 운영하는 대학 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의 전국 4년제 일반대학 164곳의 2011년 취업률 통계를 보면, 전체 취업자의 7.3%(324명)가 교내 취업을 한 경북 지역의 ㄱ대는 교내 취업을 제외할 경우 취업률 순위가 72위(54.5%)에서 105위(47.2%)로 33단계나 떨어진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미 공시된 취업률 지표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 발표가 이뤄진 지 한 달이 지난 9월에야 “교내 취업을 이용한 취업률 부풀리기가 심각하다”며 실사에 나서 ‘뒷북’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구조조정 여파로,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동국대는 북한학과를 폐지하고 기초학문인 물리학과를 학생들이 선호하는 반도체학과로 통합하는 내용의 ‘학문구조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중앙대는 이미 가정교육과를 폐지하고, 이 학과의 정원을 영어교육과로 넘기는 사범대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교과부의 승인을 받았다. 서울 ㄷ대의 한 교수는 “최근 교무위원회에서 교수별로 학생 1명씩 취업 할당제를 실시한다고 결정했는데, 예술·인문계열 교수들의 압박이 심하다”며 “대학 본부가 교과부의 구조조정을 들먹이면서 정원 감축 또는 폐과를 강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건이 열악한 지방의 대학들에서는 재학생 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 부풀리기도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에 포함됐다가 올해는 지표가 호전됐다는 이유로 제외된 한 대학의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제출하는 자료는 90%가 가공된 데이터”라며 “출석부에 이름이 있지만 학교에는 나오지 않는 학생들도 많고, 교수를 신규 채용한 뒤 바로 휴직시키는 방식으로 교원 확보율을 높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가 선정한 ‘재정지원 제한 대학’ 43곳에 포함된 대학들이 결과에 승복하기보다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ㄷ대의 한 교수는 “실제 학교에 가보면 학생이 없는 지방대들이 충원율을 편법으로 부풀려 이번 ‘부실대 선정’에선 다 빠졌다”며 “지표를 조작해서라도 빠져나가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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