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난이도 수준 고2~고3
50. 좋은 이별 - 마음의 고통을 이겨내는 기술
50. 좋은 이별 - 마음의 고통을 이겨내는 기술
<좋은 이별>
김형경 지음푸른숲 마음의 고통은 드러내야 한다. 참고 또 참기만 하면 몸이 ‘반항’할 테다. 소화가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식이다. 더 심하면 ‘화병’으로 앓아눕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성격마저 뒤틀리기 쉽다. 차갑고 이성적인 척해도,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고 외롭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라며 분한 마음은 수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별것 아닌 일에도 벌컥 화가 난다. 욱하고 솟은 감정은 잘 가라앉지도 않는다. 성격 더러운 사람과 친구 되기는 어려운 법, 이럴수록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삶은 더 외롭고 힘들어질 테다. 인생도 점점 망가져 간다. 현진건의 소설 에 나오는 ‘B사감’처럼 말이다. 상처와 아픔은 드러내야 한다. 누구와 수다만 떨어도 속이 풀리지 않던가. 물론, 마음의 고통을 다스리는 데도 지혜가 필요하다. ‘애도’는 마음의 병을 이겨내고 건강한 자기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애도를 잘 치러낼 때 우리 영혼은 한 뼘 크게 자라난다. 애도를 적절하게 하지 못하면, 스러지지 않는 고통이 삶을 시들게 할 것이다. 애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가 김형경은 닥친 상처를 ‘패배’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내가 못나서 상처에 ‘쿨’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별과 실패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마음의 고통은 누구나 겪는 ‘경험’일 뿐이다. 솔로몬 왕은 반지 안쪽에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영원히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다. 앞으로 1년 뒤, 10년 뒤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고통에 훨씬 담담하게 맞서게 될 테다. 물론, 쓰라린 기억은 수도 없이 불쑥거리며 떠오른다. 아무리 마음을 다독여도, 분노와 아픔이 순식간에 가라앉지는 않는다. 그때마다 상처를 다스리는 애도의 과정을 거듭해야 한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애도의 5단계를 들려준다. 사랑하는 이기 헤어지자고 했다 해보자. 이때 처음 겪는 과정은 ‘부인’(否認)이다. “설마, 뭘 오해했겠지. 이런 말을 할 리 없잖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시간이 지나 이별이 분명해지면,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 한다. “내가 어떤 점을 고치면 상대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나를 피하는 걸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등등. 망가진 관계를 되돌릴 방법을 찾고 또 찾는다.
‘분노’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든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왜 내 처지는 이따윈 거야!” 등등, 터져 나오는 화를 추스를 길이 없다. 정신없이 화를 터뜨리고 나면, 마침내 ‘우울’에 빠져든다. 세상은 온통 잿빛이다. 나에게는 아무 희망도 꿈도 없을 듯싶다. 주변의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울과 적적함을 충분히 겪고 나서야, 기분은 비로소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살아야지”, “그 사람 없이도 잘할 수 있어”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처럼 ‘부인-타협-분노-우울-회복’으로 이어지는 애도 단계는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다. 상처를 입자마자 바로 회복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어쩌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다섯 단계를 거듭할지도 모르겠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어떻게 해볼까 하며 망설이고, 화를 냈다가, 다시 절망했다가, 마음을 다잡는 식이다. 이러면서 고통은 서서히 아물어 간다. 김형경은 몇 가지 요긴한 가르침을 덧붙인다. 애도 과정에서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랑하는 이가 떠났는가? 절대로 떠난 사람에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물론, 묻고 따지고 싶은 말들이 계속 떠오르리라.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가 아니라, 아픈 마음을 다스리며 묵묵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이별한 사람과 함께 떠나보내야 한다. 이렇게 못하면 고통의 영원한 도돌이표 안에 갇히게 된다. 아픔에서 벗어나려면 그 사람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사람이 없이 어떻게 홀로 설까?”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감정 표현에 서툰 이들은 애도 과정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 어리석어 보일까봐 아파도, 슬퍼도 꾹꾹 억누르기만 하는 탓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음악은 좋은 치료제가 된다. 실연(失戀)을 당했을 때 유행가가 어떻게 들리던가? 모두 자기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던가? 유행가는 ‘추상적인 애도 작업에 목소리와 형태를 부여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어 속 시원하게 털어내도록 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 많은 세상,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악악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 정부가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했나 보다.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욕 많이 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욕설한 사실이 기록된단다. 그러면 학교장 추천 등에서 제외되는 등, 상급학교 진학에 불리하게 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왜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할까? 아픔은 드러내어 털어버려야 한다. 욕 말고 학생들이 상처를 표현할 방법은 얼마나 될까? ‘학력 신장’이란 기치 아래 음악, 미술, 체육 시간은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줄 전문상담교사들이 늘어난다는 소식도 없다. 학생들이 아픈 감정을 다스릴 방법은 억제와 인내밖에 없는 셈이다.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영혼은 올곧게 서기 어렵다. 무한경쟁 시대, 삐뚤어진 영혼들이 열어갈 미래가 두렵다.
안광복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김형경 지음푸른숲 마음의 고통은 드러내야 한다. 참고 또 참기만 하면 몸이 ‘반항’할 테다. 소화가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식이다. 더 심하면 ‘화병’으로 앓아눕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는 성격마저 뒤틀리기 쉽다. 차갑고 이성적인 척해도, 마음은 여전히 헛헛하고 외롭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라며 분한 마음은 수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별것 아닌 일에도 벌컥 화가 난다. 욱하고 솟은 감정은 잘 가라앉지도 않는다. 성격 더러운 사람과 친구 되기는 어려운 법, 이럴수록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 삶은 더 외롭고 힘들어질 테다. 인생도 점점 망가져 간다. 현진건의 소설 에 나오는 ‘B사감’처럼 말이다. 상처와 아픔은 드러내야 한다. 누구와 수다만 떨어도 속이 풀리지 않던가. 물론, 마음의 고통을 다스리는 데도 지혜가 필요하다. ‘애도’는 마음의 병을 이겨내고 건강한 자기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애도를 잘 치러낼 때 우리 영혼은 한 뼘 크게 자라난다. 애도를 적절하게 하지 못하면, 스러지지 않는 고통이 삶을 시들게 할 것이다. 애도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가 김형경은 닥친 상처를 ‘패배’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내가 못나서 상처에 ‘쿨’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이별과 실패는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마음의 고통은 누구나 겪는 ‘경험’일 뿐이다. 솔로몬 왕은 반지 안쪽에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영원히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다. 앞으로 1년 뒤, 10년 뒤에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 고통에 훨씬 담담하게 맞서게 될 테다. 물론, 쓰라린 기억은 수도 없이 불쑥거리며 떠오른다. 아무리 마음을 다독여도, 분노와 아픔이 순식간에 가라앉지는 않는다. 그때마다 상처를 다스리는 애도의 과정을 거듭해야 한다.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애도의 5단계를 들려준다. 사랑하는 이기 헤어지자고 했다 해보자. 이때 처음 겪는 과정은 ‘부인’(否認)이다. “설마, 뭘 오해했겠지. 이런 말을 할 리 없잖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시간이 지나 이별이 분명해지면,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 한다. “내가 어떤 점을 고치면 상대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나를 피하는 걸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등등. 망가진 관계를 되돌릴 방법을 찾고 또 찾는다.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분노’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든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왜 내 처지는 이따윈 거야!” 등등, 터져 나오는 화를 추스를 길이 없다. 정신없이 화를 터뜨리고 나면, 마침내 ‘우울’에 빠져든다. 세상은 온통 잿빛이다. 나에게는 아무 희망도 꿈도 없을 듯싶다. 주변의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울과 적적함을 충분히 겪고 나서야, 기분은 비로소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살아야지”, “그 사람 없이도 잘할 수 있어”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처럼 ‘부인-타협-분노-우울-회복’으로 이어지는 애도 단계는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다. 상처를 입자마자 바로 회복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어쩌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다섯 단계를 거듭할지도 모르겠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어떻게 해볼까 하며 망설이고, 화를 냈다가, 다시 절망했다가, 마음을 다잡는 식이다. 이러면서 고통은 서서히 아물어 간다. 김형경은 몇 가지 요긴한 가르침을 덧붙인다. 애도 과정에서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사랑하는 이가 떠났는가? 절대로 떠난 사람에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물론, 묻고 따지고 싶은 말들이 계속 떠오르리라.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가 아니라, 아픈 마음을 다스리며 묵묵하게 살아가는 일이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이별한 사람과 함께 떠나보내야 한다. 이렇게 못하면 고통의 영원한 도돌이표 안에 갇히게 된다. 아픔에서 벗어나려면 그 사람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사람이 없이 어떻게 홀로 설까?”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감정 표현에 서툰 이들은 애도 과정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 어리석어 보일까봐 아파도, 슬퍼도 꾹꾹 억누르기만 하는 탓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음악은 좋은 치료제가 된다. 실연(失戀)을 당했을 때 유행가가 어떻게 들리던가? 모두 자기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던가? 유행가는 ‘추상적인 애도 작업에 목소리와 형태를 부여한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어 속 시원하게 털어내도록 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 많은 세상,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악악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청소년들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 정부가 보기에도 문제가 심각했나 보다.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앞으로 욕 많이 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욕설한 사실이 기록된단다. 그러면 학교장 추천 등에서 제외되는 등, 상급학교 진학에 불리하게 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왜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할까? 아픔은 드러내어 털어버려야 한다. 욕 말고 학생들이 상처를 표현할 방법은 얼마나 될까? ‘학력 신장’이란 기치 아래 음악, 미술, 체육 시간은 학교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줄 전문상담교사들이 늘어난다는 소식도 없다. 학생들이 아픈 감정을 다스릴 방법은 억제와 인내밖에 없는 셈이다.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영혼은 올곧게 서기 어렵다. 무한경쟁 시대, 삐뚤어진 영혼들이 열어갈 미래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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