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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줄줄이 나오는 꾸밈말에 독자는 지치고 혼란스러워

등록 2011-11-14 11:46

정종법 기자의 초·중등 문장 강화
7. 꾸밈말에 주의하라 ② 주관적, 감정적 표현을 줄여라

감정 표현 자제하고, 구체적으로 풀어 써야
꾸밈말 수만 줄여도 글이 간결하고 담백해져

“2011년 추석, 전세계 최초 개봉.”

올해 추석을 앞두고 개봉했던 우리나라 영화 포스터 홍보 문구다. 우리나라에서만 개봉하는 한국 영화이므로 ‘전세계 최초’란 말이 맞긴 하다. 마치 할리우드 대작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봉하는 과장된 문구 같지만,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최대’를 좇는 대중심리의 허점을 찌른 전략이 돋보인다. 영화의 질은 둘째 치고 광고 문구만 보면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영화를 홍보하는 사람들이 치밀하게 계산한 뒤에 문구를 만들었기 때문에 원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일반적으로는 ‘최초’, ‘최고’, ‘최대’란 표현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긴 어렵다.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를 비롯해 광고에 수없이 등장하는 표현이라 대중이 식상해하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초강력울트라슈퍼짱 좋은 ~’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초’, ‘강력’, ‘울트라’, ‘슈퍼’, ‘짱’이란 단어 가운데 하나만 써도 ‘최고’란 뜻을 드러낼 수 있는데, 무려 5개의 꾸밈말을 한데 묶은 뒤 ‘좋은’이란 표현까지 덧붙였으니, 꾸밈말의 ‘종결자’라 할 만하다. 이처럼 과장·과잉된 꾸밈말을 한 문장에 여러 개 쓰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오히려 경박해 보인다.

대화할 땐 ‘아주 많이’, ‘정말 진짜 좋은’ 같이 꾸밈말을 여러 개 묶어 쓰기도 하지만 글로 표현할 땐 가급적 꾸밈말을 자제해야 글이 담백하고 간결해진다. 특히 논술문은 객관성이 생명이므로 주관이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자제해야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과장된 표현은 편견에 휩싸인 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 올라온 글이다.

예시글 1


(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원작이 이미 대중에게 꽤 널리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기 때문에 홍보비가 상당히 적게 든다. 매우 비싼 비용을 들여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 제작사로서는 홍보비를 아주 많이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실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은 심각할 정도로 매우 많이 차이난다.

(다) 자신의 막대한 부를 쌓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부자들의 역겹고 치졸한 행태에 절대다수의 시민들은 불같이 분노한다.

예문 (가)에서는 ‘알려져 있다’는 사실을 보충 또는 강조하기 위해 ‘꽤 널리 오래전부터’란 꾸밈말을 썼다. 그러나 ‘오래전부터’는 ‘이미’와 의미가 겹치고, ‘꽤 널리’는 주관적 표현이라 쓰지 않는 것이 낫다. 두 번째 문장의 ‘아주 많이’와 ‘확실히’는 불필요한 꾸밈말로 빼는 편이 간결하다.

꾸밈말을 반복해 쓰는 까닭은 글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 수치나 통계 자료와 같은 타당한 근거로 설득해야 하는데, 결과만 강조하다 보니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알맹이는 빠지고 겉치레만 요란한 글이 된다.

또 지나친 꾸밈말은 글의 객관성을 해친다. 예를 들어 ‘화재로 엄청난 재산 피해를 당했다’보다는 ‘화재로 1억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당했다’가 구체적이고 객관적이다. ‘1억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엄청나다고 판단하는 건 독자의 몫이지 글쓴이가 판단해 알려줘야 할 내용은 아니다.

예문 (나)도 마찬가지다. ‘심각할 정도로 매우 많이 차이난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시했다면 굳이 여러 개의 꾸밈말을 쓰지 않아도 독자는 충분히 심각하다고 인식할 것이다.

예문 (다)에선 ‘막대한’과 ‘불같이’를 빼도 무방하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자신의 주장을 서술하는 글에선 주관적 표현이 오히려 글의 품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쓴이는 ‘역겹고 치졸한’이란 표현으로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냄으로써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또 ‘절대다수의’란 표현도 모호하다. 최근 1:99 사회를 비판하며 시위가 일어난 점을 고려해 구체적 표현인 ‘99%의’로 바꿔야 전달력이 높아진다.

(가-1)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원작이 이미 대중에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홍보비가 적게 든다. 비싼 비용을 들여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 제작사로서는 홍보비를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나-1)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은 두 배 가까이 차이난다.

(다-1) 자신의 부를 쌓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1% 부자들의 행태에 99%의 시민들은 분노한다.

논술문을 쓸 땐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자기주장을 상대방에게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섣불리 판단하려 하지 말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을 독자에게 제시해야 하고, 판단이 개입된 주관적 어휘는 의식적으로 배제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글을 꾸미는 데에 치중하면 독자가 혼란을 겪어 중요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또 감정이 과잉되면 불필요한 말이 넘친다. 그래서 내용 없이 꾸미는 말만 잔뜩 나열한 글이 되기 십상인데, 어설퍼 보이므로 피해야 한다. ‘아주, 몹시, 심하게, 굉장히, 상당히, 정말로, 매우, 약간, 무척, 반드시, 꼭, 결코’ 등 개인감정이나 가치 판단이 개입된 단어 또는 기준이 막연한 단어를 피하려는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해결 가능하다. ‘특히, 가장, 최고, 최대, 최초, 최다, 전부, 완전히’ 등 모든 경우를 가리키는 단어나 최상급 표현도 객관성을 떨어뜨리므로 주의해 써야 한다.

앞선 연재글에서 “꾸밈말은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말이므로 빼도 문법적으로는 문제없고, 간결하고 꾸밈이 없거나 적은 글이 독자에게 각인되기 쉬워 전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꾸밈말이 많아지면 주어, 목적어, 서술어와 같은 주요 성분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 연결이 불안해지고, 꾸밈 관계가 불분명해져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된다. 또 꾸밈말이 많으면 문장이 늘어지고 읽기도 불편해진다. 꾸밈말을 많이 쓰기보단 내용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해야 의미가 뚜렷해진다. 꼭 필요한 꾸밈말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빼야 깔끔하고 부드러운 문장이 된다.

예시글 2

(라)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는 정부를 거침없이 까놓고 매우 심하고 호되게 비판한다.

(마) 이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이고 시급한 대책이 최단 시일 안에 필요하다.

(바) 체벌은 절대 폭력이 아니다. 작고 사소한 이유로 거의 모든 대부분의 학교에서 지나치게 과도한 체벌을 가한다고 하지만, 심하게 과장되고 왜곡된 근거 없는 말일 뿐이다.

꾸밈말을 많이 쓰다 보면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 중복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문 (라)에는 ‘비판’을 꾸미는 말이 4개나 나온다. ‘거침없이’와 ‘까놓고’, ‘심하고’와 ‘호되게’는 뜻이 서로 비슷하므로 이 가운데 하나씩을 쓰거나 ‘비판’을 가장 효과적으로 꾸미는 말 하나만 선택해 쓰는 것이 경제적이다. 경우에 따라선 전부 빼도 무방하다.

예문 (마)의 ‘즉각적’, ‘시급한’, ‘최단 시일 안에’는 어감은 다르지만 ‘빨리’라는 뜻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역시 이 가운데에서 하나만 택해 쓰거나 아예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예문 (바)의 ‘작고’와 ‘사소한’, ‘거의 모든’과 ‘대부분’, ‘지나치게’와 ‘과도한’도 예문 (라), (마)와 같은 경우이므로 하나만 택하거나 모두 빼야 한다. ‘심하게 과장되고 왜곡된 근거 없는’이란 표현은 ‘왜곡’이란 단어만 써도 의도한 바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으므로 ‘왜곡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빼는 게 낫다. 그런데 예문 (바)의 꾸밈말은 모두 구체적이지 않다. 따라서 ‘작고 사소한 이유로’는 ‘수업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거의 모든 대부분의’는 ‘○○%’로 바꿔야 글의 흐름에 맞고 구체적이다. ‘지나친’도 구체적 행동을 예로 들어야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다. 예문 (마)에서도 구체적으로 기한을 정해 표현해야 글의 내용이 분명해진다.

(라-1)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는 정부를 거침없이(또는 ‘까놓고’, ‘심하게’, ‘호되게’) 비판한다.

(마-1) 이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인(또는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바-1) 체벌은 절대 폭력이 아니다. 사소한(또는 ‘작은’) 이유로 거의 모든(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지나친(또는 ‘과도한’) 체벌을 가한다고 하지만, 왜곡된 말일 뿐이다.

논술은 객관적인 근거를 기준으로 논리적 사고과정을 거친 결과를 글로 표현하는 활동이므로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꾸밈말이 많은 글은 너저분해 읽기 불편하고 설득력도 떨어지므로 꼭 필요할 때만 쓰도록 한다.

■ 연습 문제

다음 문장에서 불필요한 꾸밈말을 줄이거나 없애 보세요.

1. 밖에 나갔다 오면 제일 먼저 손을 씻어야 한다.
2. 우리가 풀어야 할 지상 최대의 과제는 매우 심각한 빈부격차다.
3.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은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막돼먹고 파렴치한 사람이다.

※ 예시답안은 <아하! 한겨레> 누리집(ahahan.c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교과서 ‘옥에 티’

꾸밈말은 마치 양날의 칼과도 같다. 잘 쓰면 그 문장을 빛나게 하지만 남용하면 글을 너저분하게 만든다. 특히 교과서처럼 설명하는 글이 대부분인 책에선 불필요한 꾸밈말을 찾기 어렵다. 원문에서 뺀 꾸밈말은 잘못된 표현이 아니다. 반드시 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문과 꾸밈말을 뺀 문장과의 미묘한 차이점을 비교해 자신이 글을 쓸 때 참고하라는 취지로 예를 들었다.

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종이를 버리는 것은 산에 있는 나무를 마구 잘라서 버리는 것과 같다. 중학교 <환경>(ㄱ출판사)

→ 우리가 생각 없이 종이를 버리는 것은 산에 있는 나무를 잘라서 버리는 것과 같다.

②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난방과 조리의 연료로 땔감이나 숯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약 15억 명이나 되는 저개발 국가의 국민들이 인구의 급증과 삼림의 감소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중학교 <환경>(ㄱ출판사)

→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난방과 조리의 연료로 땔감이나 숯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약 15억 명이나 되는 저개발 국가의 국민들이 인구의 급증과 삼림의 감소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③ 궁도는 신체의 안전성과 침착성 및 주의 집중이 요구되는 운동으로,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중학교 <체육3>(ㄱ출판사)

→ (…)요구되는 운동으로, 남녀노소에 관계없이(또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④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면에 사는 주민의 평균 나이는 다른 농촌 지역에 비해 매우 젊다. 이 마을이 확 젊어진 것은 2004년 △△전자가 이 마을에 터를 닦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사회1>(ㅈ출판사)

→ (…) 다른 농촌 지역에 비해 젊다. 이 마을이 젊어진 것은 2004년 △△전자가 이 마을에 터를 닦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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