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개념 쏙쏙
영민이는 어제와 오늘 동화책을 75쪽 읽었습니다. 오늘 읽은 동화책이 38쪽이라면, 어제 읽은 동화책은 몇 쪽입니까?
수학 문제의 특징 중의 하나는, 표현이 간단명료하다는 것이다. 문장제 문제는 수식어나 조사를 생략하기도 하고 군더더기 표현을 없애 되도록이면 짧은 문장으로 서술돼 있다. 수학 문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이런 표현들이, 수학에 익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어렵게 보이게 한다. 위의 문제(2-가 수학 익힘책 82쪽 문제)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 이 문제에서 ‘몇 쪽입니까’의 쪽이 ‘쪽의 수’를 의미한다는 것을 척 보고 알 수 있겠는가?
영민이가 동화책의 펼쳤는데 두 쪽의 합이 75쪽이었습니다. 한 쪽이 38쪽이라면 다른 한 쪽은 몇 쪽입니까?
이 문제의 풀이 과정과 답은 첫째 문제와 같다. 즉, 75-38=37. 하지만 37이라는 수가 의미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첫째 문제의 경우는 쪽이 모두 37‘개’라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문제에서, 37이라는 수는 쪽의 ‘번호’가 37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곰곰이 따져서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문제를 푸는 아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문제를 풀고, 답도 다 맞을 것이다. 하지만 수학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학문이지 않은가? ‘쪽’과 ‘쪽 수’를 구별해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이 문제가 어려울 수 있다. 이 문제를 좀더 쉽게 풀어서 서술해 보자. ‘영민이는 어제와 오늘 동화책을 모두 75쪽만큼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 읽은 동화책의 쪽 수가 38쪽이라면 어제 읽은 동화책의 쪽 수는 몇 쪽입니까?’
여기서 답인 37쪽이라는 수는, 만일 영민이가 1쪽부터 읽지 않고 20쪽부터 읽었다면 어제 읽은 것은 20쪽부터 56쪽까지의 총 37개의 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첫째 문제에서 ‘쪽 수’라는 표현을 썼다면 좀더 쉬웠을 것이다.
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이중, 삼중의 의미를 문맥에 따라 골라서 이해하는 것이 저학년 아이들에겐 몹시 버거울 수 있다. 따라서 문제를 만들 때, 좀더 친절하고 정확한 표현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 문장 이해력이 좋아져서 숨어 있는 뜻도 헤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강미선/<초등수학 놀이북> 저자 upmm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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