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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에 큐레이터가 왔다!

등록 2011-12-12 11:33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 진행하는 직업탐색 프로그램은 마침 미술중점반이 있는 송곡여고에서 학생들의 구체적인 진로탐색을 돕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준호 미술교사, 사비나미술관 민지영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송혜정 미술교사, 김고은양, 류우연양, 심규환 프로그램매니저, 이상준 교장이 지난 11월24일 학교 디자인실에서 함께 자세를 취했다. 김청연 기자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서 진행하는 직업탐색 프로그램은 마침 미술중점반이 있는 송곡여고에서 학생들의 구체적인 진로탐색을 돕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배준호 미술교사, 사비나미술관 민지영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송혜정 미술교사, 김고은양, 류우연양, 심규환 프로그램매니저, 이상준 교장이 지난 11월24일 학교 디자인실에서 함께 자세를 취했다. 김청연 기자
미술계 직업인 멘토로 학교방문
전문직 현실적인 직업 탐색 도와

청소년을 위한 미술계 직업탐색 프로그램을 만나다

“큐레이터와 프로그램매니저의 차이점은 뭔가요?”

“큐레이터의 주된 업무는 전시입니다. 저는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서 매니저 역할을 하죠. 그건 전시가 될 수도 있고, 관련 프로모션이 될 수도 있어요. 큐레이터보다는 조금 더 광범위한 영역에 있는 전문가가 프로그램매니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업무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기본적으로는 9시부터 6시까지 일한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직종이나 야근이나 휴일근무가 있겠죠?(웃음)”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매니저인 심규환씨의 되물음에 60명의 여학생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11월24일 오후 3시20분 송곡여고 르네상스홀에서는 ‘프로그램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를 주제로 한 심씨의 강의가 열렸다. 심씨는 해외여행길에 우연히 미술을 만나고, 유학을 한 뒤 프로그램매니저의 길을 걷기까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 보따리를 약 2시간에 걸쳐 풀어놓았다.

송곡여고 학생들이 사비나미술관을 탐방해 큐레이터로부터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사비나미술관 제공
송곡여고 학생들이 사비나미술관을 탐방해 큐레이터로부터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사비나미술관 제공

송곡여고에 미술 분야 직업인이 강사로 온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11월3일에는 큐레이터가, 11일에는 에듀케이터가, 16일에는 보존수복전문가가 다녀갔다. 보존수복전문가란 미술 소장품이 손상되지 않게 잘 보존하기 위해 손상된 유물, 작품 등에 적절한 조처를 취하거나 손상된 유물이나 작품에 직접 손을 가해 필요한 정도의 복원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오는 12월15일에는 아키비스트가 학생들을 만날 예정이다. 아키비스트는 작품 및 작가에 대한 기록이나 전시, 미술관에 대한 기록 등을 의미하는 아카이브(archive)의 관리와 감독을 맡아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학생들은 11월3일부터 총 8주차의 미술계 직업탐색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계 멘토를 만나고 있다.

미술계 전문 직업인들이 이렇게 학교에 오게 된 사연은 뭘까? 계기는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이하 ‘협회’) 쪽이 마련했다. 협회 이명옥 회장(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청소년들의 진로직업탐색이 중요한 때, 다양한 미술계 직업군을 이해할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쪽에 제안을 했다. ‘청소년을 위한 미술계 직업탐색 프로그램’(교육과학기술부 주최, 한국예술종합학교산학협력단, ㈔한국사립미술관협회 공동주관)이라는 제목으로 미술계 직업인들과의 만남, 미술관 투어 등을 해보도록 한 것이다. 마침 시범사업을 함께 하게 된 학교 두 곳은 미술중점학교들이다. 미술중점학교란, 일반 중·고등학교 학생 가운데 예술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들에게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일반계 중·고등학교에 예술중점과정을 만들고 심화된 교육을 하는 학교를 말한다. 예술중점학교에는 음악, 미술, 공연·영상 3개 분야가 있다.

송곡여고에 프로그램매니저 심규환씨가 방문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송곡여고 제공
송곡여고에 프로그램매니저 심규환씨가 방문해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 송곡여고 제공

송곡여고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미술중점학교로 지정됐다. 올해부터 1학년에서 두 반이 미술중점반으로 운영된다. 각 반 30명씩 총 60명의 학생들은 다른 인문계반 학생들처럼 수업을 듣되 일부는 미술 관련 심화수업을 듣는다. 디자인실, 소묘실, 서양화실, 한국화실 등 각종 실기가 가능한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미술감상과 비평, 미술이론 등의 심화된 미술 교양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이상준 교장은 “예체능교육마저 입시교육에 매몰돼 학원에서 실기를 준비하는 식으로 운영이 되는 때 공교육에서 예체능교육을 제대로 꽃피워보자는 뜻에서 교과부 사업에 지원을 해봤는데 공모에 당선됐다”고 했다.

미술중점반에는 기본적으로 미술 분야에 적성과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장차 화가를 꿈꾸는 친구도 있지만 미술에 대한 흥미는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지 않은 친구도 있다. 미술중점반 학생들에게 진로탐색은 그야말로 열려 있다.

이 학급에 들어오려면 실기고사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중학교 미술성적과 출결, 봉사, 학습계획서, 면접 점수 등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 교장은 “기능인을 뽑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학생이 미술 분야에 얼마나 열정이 있고 관심이 있는지 진정성을 본다”고 했다.

마침 협회에서 제안한 직업탐색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진로탐색에 제대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교장은 “그림 좋아하는 아이들은 막연히 그림을 창작하는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길 말고도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어서 참 좋다”고 했다.

“미술중점학교 아이들은 미대 진학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미대를 갈 수도 있지만 안 가도 상관없죠. 소묘, 조소 등의 실기도 하지만 미술사, 미술감상과 비평 등의 이론적이고 철학적인 심화교육도 합니다. 이를 통해서 예술계 안에서 또는 예술계와 다른 분야를 접목해 자기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미술을 하다가 글쓰기에 관심이 생겨서 국문과나 철학과, 미학과로 진학을 한 뒤 미술 평론에 눈을 뜰 수도 있을 겁니다. 미술계 안에서 또는 미술계와 인접한 다른 분야에서 자기 진로를 찾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의외로 학생들한테는 진로를 탐색할 시간이나 기회가 적습니다. 정보도 없고,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미래를 그리는 경우도 많죠. 그런 점에서 사비나미술관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학생들한테 미래 자기 진로와 여러 가지 가능성 등을 탐색해보게 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계 직업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직업선택에 대한 현실적인 눈도 키우고 있다. 1학년 류우연양은 “원래 큐레이터를 꿈꿨는데 실제 큐레이터를 만나보니 이 직업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동안 내가 참고했던 인터넷 정보들 가운데 과장된 정보가 적지 않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직접 전시를 기획할 때 어떤 식으로 기획을 하는지도 알았고, 기자들한테 홍보자료를 보낸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직업에 대한 생각의 폭이 넓어졌어요. 이제는 큐레이터만이 아니라 미술 분야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1학년 김고은양은 “보존수복전문가의 강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본 적이 있는 직업인데 실제로 보니까 정말 흥미진진했다”고 했다.

학생들이 직업인들과의 만남에 이렇게 반색하는 이유는 그만큼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류양은 “보통 청소년센터 등에서 특강을 열어도 예술 분야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만 한정돼 있다”며 “작가 옆에 어떤 직업인들이 있는지 직업군을 세분화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열리면 좋겠다”고 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만 미술계 직업군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11월23일에는 고양창작스튜디오를 찾아가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도 직접 만나봤다. 사비나미술관 민지영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는 “마지막 8차시 프로그램을 하는 12월22일에는 학생들이 직접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어 가상의 전시기획안을 만들어 발표하는 ‘나도 큐레이터!’ 시간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는 이 사업은 내년에는 더 확장해 진행할 예정이다. 협회 이명옥 회장은 “직업인과의 만남과 미술관 체험 등의 기회가 미술중점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한테도 많이 열리도록 연계 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2011 청소년을 위한 미술계 직업탐색 프로그램이란?

미술계 다양한 전문 직업군을 이해하고, 체험하도록 미술관과 학교를 연계해 미술계 전문직에 대한 직업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미술계 현장에 있는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프로그램매니저, 평론가, 저널리스트, 아키비스트 등 미술전문가의 강의와 미술관 및 관계기관 연계 투어 프로그램 등으로 이뤄진다. 올해는 전국 8개 예술·체육 중점학교 가운데 두 곳의 지역학교(송곡여고와 사비나미술관, 동광고와 영은미술관)와 미술관이 손잡고 시범사업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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