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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생님은 지금 ‘열공모드’

등록 2011-12-19 10:46

현장 교사의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어 나오는 에듀니티의 온·오프라인 강의들. 에듀니티 제공
현장 교사의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어 나오는 에듀니티의 온·오프라인 강의들. 에듀니티 제공

에듀니티 연수 통해 교실 활력 찾는 교사들

교사아이디어로 연수주제 나와
강좌열쇳말은 ‘소통’으로 모아져
수업기술 아닌 감동사례 나눠야

경기도 소하중학교 황란영 교사는 올해로 경력 25년차다. 황 교사는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해왔지만 얼마 전부터 자신의 수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 올해 소하중이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수업 변화에 대해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황 교사는 “그동안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잘 이끌어가는 게 교사의 구실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내 사고가 경직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동기를 주고 통하는 수업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갈증이 커졌을 때 한 강의를 만났다. 경인교대 손우정 교수가 진행하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사례 연구’라는 강의다.

일본의 사토 마나부 교수가 시작한 배움의 공동체는 위에서 내려오는 학교개혁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 사이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야 한다는 걸 실제 수업 실천사례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황 교사는 배움의 공동체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인 손 교수에게 직접 전자우편을 보내 학교 초청 강의를 열었다가 관심이 깊어지면서 교육공간까지 찾게 됐다. 교사를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교육강좌를 개설하는 에듀니티(www.eduniety.net)다.

황 교사는 “배움의 공동체를 접한 덕분에 생각의 전환을 했다”고 설명했다. “밥상은 제가 차려뒀지만 숟가락이 반드시 오른쪽에 있는 게 아니라 왼쪽에 놓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왼손잡이도 있으니까요. 아이들 개개인의 다양성을 알고 가야 한다는 걸 배운 거죠.”

황 교사처럼 ‘배움의 힘’을 느끼려는 교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 ‘배우고, 연대하는’ 공간으로 소문이 자자한 에듀니티를 찾는 교사도 최근 부쩍 늘었다. 에듀니티 김병주 대표는 “교원연수 부분에서 올해는 작년 대비 4배 정도 회원이 느는 등 큰 성장을 했다”고 했다. 이 공간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공부에 목마른 교사들이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008년에 설립한 에듀니티는 실천적교사모임네트워크, 인디스쿨, 교실밖교사커뮤니티, 참여소통교육모임 등 여러 교사모임의 연대를 돕고, 현장 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기획해 제공하는 사회적 실천기업이다. 교육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대가 필요한 여러 교사모임이나 학부모 모임 등에 공간을 내줘 공부방, 사랑방 구실도 한다. 올해부터는 웅진패스원이 파트너십 관계로 물적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중이다. 콘텐츠는 전적으로 교사들을 중심으로 에듀니티 쪽에서 기획한다.

흔히 ‘연수’라 불리는 교사 대상 교육과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과거 연수가 기성품처럼 만들어진 채로 교사들 앞에 제공됐다면 이젠 교사들이 직접 맞춤 방식으로 연수 기획에 뛰어든다.

에듀니티에서 개설하는 강좌의 경우, 대부분이 교사의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강사로 활동하는 경기 광동고 윤성관 교사는 “별도의 기획위원회가 있는 건 아니고 여러 모임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정말 편하게 전화를 걸어서 아이템을 얘기한다”고 했다. “얼마 전에도 전화를 해서 ‘이런 거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강좌 개설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에듀니티 쪽에서 하시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부분들은 정말 적극 반영을 하는 방식입니다.”

기획은 물론 강사 섭외에 적극성을 보이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강사로 활동하는 강원도 태장중 박경화 교사는 “전에는 학교 차원에서 지명을 받아서 강의를 듣는 분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교사 동아리나 학교 단위 차원에서 교사들이 필요를 느껴서 강사를 섭외해 강의를 듣는 일도 많다”고 했다.

교사들이 이렇게 연수의 능동적 참여자가 된 것은 그만큼 간절히 얻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마음을 움직이는 교사리더십 상담훈련,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등 개설되는 강좌에는 공통분모도 보인다. 모두 ‘소통’을 열쇳말로 삼는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 기술이나 이론에 목마른 게 아니라 동료 교사들이 교실 속에서 소통하고 감동을 느낀 사례를 만나고 나누고 싶어한다”며 “교사리더십을 고민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이 소통에 절실해진 데는 학생들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변한 탓도 있다. 새로운 매체나 환경에 익숙해진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낡은 방식으로 학생들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경기 관산초 양선형 교사는 “올해로 교직경력 25년이 됐는데 그동안 연수도 많이 받았고, 경험도 많지만 내 나름의 편견이 생기고, 내 눈으로만 아이들을 보려는 내가 보인다”며 “정체되지 않고 성장하면서 아이들과 즐거운 교실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연수를 받으러 다닌다”고 했다.

강사로 활동중인 부산 배정고 최성우 교사는 “연수를 듣는 교사들을 보면 ‘이 강좌 하나 들어볼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간절한 고민을 안고 온다”고 했다. “예를 들어, 교육청에서 지명을 받아 오신 분들이 아니라 정말 ‘절실해서’ 오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례를 말씀드리면 그야말로 얼른 잡수시려는 게 보이죠.(웃음) 오시는 분들 나이대는 다양합니다. 젊은 교사들은 경험이 없으니까 힘들어서 오시고, 나이가 있는 교사들은 예전에 했던 방식으로 안 되니까 오시더라구요. ‘기술’이 아니라 ‘감동’을 나누고 싶어서 오시는 겁니다.”

‘나눔’과 ‘연대’가 절실한 교사들한테 필요한 건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공감이 가는 사례다. 그런 까닭에 요즘 연수 강사는 이름난 교수진이 아닌 동료 교사들인 경우가 많다. 태장중 박경화 교사는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연수는 주로 대학교수분들이 강사로 오신다”며 “아무래도 이론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고 했다.

덕분에 연수 현장에서는 현장밀착형 사례들이 쏟아진다. 최성우 교사는 강의 때 ‘문자’를 매개로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와 소통하는 사례를 단골 아이템으로 소개한다. “최근에 개기월식이 있었잖아요. 아이들한테 ‘오늘 월식이 있으니 달도 한번 보고, 천체도 생각하면서 내 꿈도 한번 생각해보겠니?’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순식간에 아이들한테 답문이 쏟아졌죠. 일부러 ‘개기일식’이라고 보냈거든요. 아이들이 ‘선생님 월식이잖아요’라고 답을 주더군요. 아이들한테 막연히 ‘열심히 공부하자’고 해서는 안 됩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사건이나 현상 등을 화두로 던져놓으면 흥미가 생기죠. 요즘 아이들 트렌드를 잘 읽어서 소통의 고리를 찾아야 합니다. 연예인 얘기, 학생들 옷차림 문화 등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례를 자주 언급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연수를 위한 연수가 되지 않기 위해 적절한 연출도 필요하다. 에듀니티 이기택 이사는 “예전처럼 단순히 ‘이런 상황이다’가 아니라 적절한 선에서 상황극을 펼치기도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학생과의 갈등상황이 있다고 하면 선생님 입장과 학생 입장이 돼보는 역할극도 해봅니다. 때론 오프라인 강의를 생중계하면서 전화 질의응답을 받은 적도 있어요. 선생님들 수강평 등을 보면 해결방안을 던져주는 결과 중심의 강의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난관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결을 해보려고 노력했는지 과정 중심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함께 고민해보는 겁니다. 일반인들한테는 그냥 강의일 수 있지만 교실 속 상황을 공감하는 교사들한테는 정말 내 얘기 같은 드라마입니다.”

‘공부공간’을 찾는 교사들의 사연은 교육제도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도 말해준다. 에듀니티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김아무개 교사는 “교사들한테 단순한 수업 기술이나 이론을 알려주거나 학교 쪽에 예산을 주는 등의 지원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큰돈을 들여서 교과교실을 만드는 등 예산 투입을 많이 하는데 이런 걸로 아이들을 안고 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졌어도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우면 정말 형식적인 지원이 되죠. 현장 교사한테는 교실 속에서 교사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례나눔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그게 교실을 웃게 하는 지속가능한 힘입니다.”

■ 에듀니티는?

에듀니티는 공교육이 참여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배움공동체가 되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실천기업으로 온·오프라인 200여 교사모임과 연대하고 있다. 2011년 12월 현재 7만50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프레네교육과 나눔교육의 만남을 통한 학급운영’,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아카펠라 미니콘서트’, ‘참여소통으로 행복한 학급&수업 운영’,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등 참여와 소통을 중심축에 둔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있다. 2009년 교사 원격연수과정으로 만든 ‘아이들 마음을 움직이는 교사리더십 상담훈련’ 과정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최우수 교사 원격연수 콘텐츠로 수상하기도 했다.

에듀니티 오프라인 공간인 에듀니티센터는 자발적 교사단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교사단체 등에 미리 신청을 받아 무료로 공부공간도 내주고 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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