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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호주와 한국의 대화, 교과서 밖에서 만나봐요

등록 2011-12-26 16:02

전시장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장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텔미텔미전을 가다
수교 50주년 기념해 열리는 전시
초·중·고생에게는 무료로 개방해
“쿵, 쿵쿵, 탁, 탁탁, 삐리링 삐리리리.” 전시회에 들어서면 갖은 소리들이 귀를 반긴다. 전시회를 둘러보면 텔레비전, 그림, 조각 등 다양한 종류의 예술작품들이 눈을 자극한다. 관객들은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미지의 여행에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텔미텔미: 한국-호주 현대미술 1976~2011>전에서는 호주 원주민의 작품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현대미술 작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이 전시를 ‘미지의 탐험’이라고 소개하며 “한국과 호주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전시”라고 했다. 실제로 전시에서는 호주 원주민 문화와 1970년대 한국과 호주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예술적인 만남을 이뤄내는 광경을 함께 볼 수 있다. 특히, 초·중·고교생한테는 무료로 열려있는 전시라 교과서 밖에서 문화교류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스텔락의 <바위 서스펜션: 앉아 흔들기 이벤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스텔락의 <바위 서스펜션: 앉아 흔들기 이벤트>.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70년대는 과거의 엄격한 미술 체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예술의 형식이 달라지고 예술가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려는 시도, 이른바 반(反)예술이 세계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당시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사회, 정치적 배경은 이런 개혁을 이끄는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이런 현상은 호주와 한국의 예술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현대 예술은 예술가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자의 개념을 넘어 이미 존재하는 물체들의 의미를 관람객에게 전해주는 전달자로서의 의미로 바꿨다. 당시 작가들은 주변에 흔하게 버려지는 것, 언제나 존재하던 것들을 통해 거친 자연 그대로의 미학을 관람객에게 전해주려 했다. 이렇게 미술에 대한 역발상이 세계를 휩쓸 때, 호주와 한국은 최초의 대화를 나눴다. 비록 예술가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예술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김 학예연구사는 “이우환, 심문섭, 이강소, 곽인식 등 1976년 한국 작가의 제2회 시드니 비엔날레 참여와 같은 해 백남준의 호주 방문 등이 두 나라 사이의 교류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고 설명하며 “어떻게 보면 그때의 사소했던 교류가 수교 50주년을 기점으로 ‘텔미텔미’라는 기획전시로 태어났다”고 했다.

에밀리 응워리의 <무제-알할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에밀리 응워리의 <무제-알할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호주 원주민의 작품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함을 보여줬다. 무질서하고 토속적인 무늬들의 배열과 엄마 캥거루의 모습 등 우리나라의 토속적인 면과는 본질이 다른, 부족 사회를 기반으로 한 토속성이 호주 미술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다. 또한 원주민의 그림과 작품을 보면서 호주의 자연물이나 마스코트 동물 등이 단순한 상징이 아닌 그들 특유의 정서이고 문화라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경기도 과천시 이미영씨는 “광활한 들판에 여러 동물이 각자의 터전에서 공존하며 뛰어다니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며, “특히 원주민이 그린 그림 가운데 펜으로 기하학적인 선을 표현한 전통 문양이 맘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에밀리 응워리(캔와리)의 ‘무제-알할커’라는 작품은 분홍색 바탕에 추상적인 점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작가는 호주 현대 미술사에서 거장으로 일컬어지는데, 80살에 시작해서 생을 마감하기 전 7년을 활동했다. ‘그리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그녀의 미술 철학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호주 작가 스텔락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예술을 표현한다. 쇠사슬에 몸을 꿰고 매단다는 발상이 자칫 징그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픔을 뛰어넘는 그의 예술혼은 원초적인 자연을 초월하는 인상을 준다. 특히 하늘에 매달려 있는 그의 모습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회의 독특한 점은 영상작품 전시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일부 영상작품들은 각 방에 설치돼 탁 트인 공간에서 보는 것보다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전시돼 있는 영상 예술 가운데 스튜어트 링홀트는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아 호주 특유의 유머러스함을 보여줬다. 자연 속에 반복적으로 막대기가 박히는 영상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냈다.

이 전시는 올해 6~8월에 시드니 국립미술대학 갤러리에서 먼저 개최한 뒤 한국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 콘셉트가 호주와 한국의 만남인 만큼 딱딱하게 그림만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영상,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들 앞에 다가오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학부모와 아이의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장을 찾은 학부모와 아이의 모습.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시에 사는 학부모 김미경씨는 “평소 접하기 힘든 호주 원주민들의 문화나 예술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며 “이 전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연이다’”라고 했다.

호주에 6개월 정도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 호주 문화가 익숙한 정유진(인천 부흥고1)양에게도 이번 전시는 색달랐다. 정양은 “단순히 ‘아름답다’가 아니라 작가가 어떤 의도를 드러내려고 작품을 만들었는지 고민해보게 됐고, 그런 의도가 본인의 경험에 비춰 어떻게 해석되는지도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전시는 자연 속에 녹아 있는 원주민의 삶 속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상과 예술성을 관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관람객들은 특히 호주 원주민의 문화와 예술, 자연이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던 전시였다고 입을 모았다.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 김다현(한국애니메이션고), 박소은(평택여고), 임우혁(불암중)


미술교육전문가 설명 교육활동도 마련해놔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텔미텔미: 한국-호주 현대미술 1976~2011>전은 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한 현대미술을 양국 교류라는 실마리로 풀어낸 전시다.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보는 데서 나아가 관람객들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한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어 교과서 밖에서 호주 예술과 적극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미술관 쪽은 ‘호주 문화로의 여행’을 주제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 감상 활동지를 무료로 배포한다. 입구에 도착하면, 초록색의 여권을 만날 수 있다. “미술전에 무슨 여권이지?”라는 궁금증이 들겠지만, ‘호주 문화로의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 감상 활동지이다. 활동지는 여권 형식으로 제작됐다. 전시장을 여행하면서 총 다섯 곳에서 도장을 찍고, 작품에 대한 질문에 자신만의 답변을 달도록 구성했다. 모든 작품을 소개하는 건 아니지만, 재미를 느끼면서도 주요 작품 다섯 점에 대해 한층 깊은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단순히 전시되어 있는 작품의 내용만을 다루지 않고 호주의 국기, 수도, 상징물 등에 대한 질문도 함께 있어 ‘호주 문화로의 여행’을 실감나게 해준다.

1월 중순쯤에는 방학을 맞이해 방학 교육 활동 프로그램이 새롭게 열린다. 교육문화창작스튜디오팀 미술관 교육 담당 한정인씨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학 프로그램은 미술 교육 전문가의 설명을 함께 들으면서 활동지로 한 번 더 전시를 익히는 방식으로 꾸려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19일까지 계속되며(매주 월요일과 1월1일 휴관), 입장권을 사면 작품 설명이 담긴 소책자와 ‘호주 문화로의 여행’을 주제로 한 교육 활동지를 받을 수 있다.

매일 1시, 3시(주말은 5시)에 전시장을 찾으면 큐레이터에게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www.moca.go.kr) 참고.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 김다현(한국애니메이션고), 박소은(평택여고), 임우혁(불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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