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교과서 집필기준…‘5·18 민주화운동’ 반영
역사학계 “일부조항만 수정한 졸속·편향” 비판
역사학계 “일부조항만 수정한 졸속·편향” 비판
‘일본군 위안부’를 서술하도록 명시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이 확정됐다. 앞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삭제돼 거센 반발을 부른 5·18 민주화운동과 친일파 청산 등도 집필기준에 포함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0일 발표한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보면 대단원 ‘일제의 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에 일제가 강행한 강제 동원의 형태로 ‘일본군 위안부’와 ‘징용·징병’이 명시됐다. 집필기준 개발을 맡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16일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이 빠진 시안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11월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삭제돼 논란이 일었던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과 친일파 청산도 명시됐다. 논란이 가시지 않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 △장기 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 관련 내용은 중학교 집필기준을 그대로 따랐다.
교과부 관계자는 “여론의 지적이 있었던 대목은 적극 반영했다”며 “교과서에 포함하지 말라는 의도가 아니었는데도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오해를 산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집필기준에 따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2014년 1학년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역사학계는 이날 발표된 집필기준이 중학교 집필기준의 정치적 편향성을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역사연구회와 역사교육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는 성명서를 내어 “수많은 문제제기와 학문적·교육적 검토 결과는 뒤로 한 채, 일부 조항만을 수정하는데 그친 교과부의 처사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졸속 편향 교과서 만들기를 즉각 중단하고 교과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집필한 바 있는 서울의 한 교사는 “역사교과서 좌편향 시비, 2009 개정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현대사 분량이 2007 개정 교육과정에 견줘 30%에서 10% 정도로 줄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예전에 2쪽에 걸쳐 썼던 5.18을 반쪽도 못 쓰게 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