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폭언 시달린 50대교사
중학생이 괴롭힘 혼내자“ 당신 밤길 조심해” 폭언 교원평가때 ‘낙제점’ 까지 멱살 잡힌 여교사
학교폭력 나무라다 봉변 학생 10일만에 다시 등교 교사는 휴직·정신과 치료 대안은 없는가
가해학생들 거짓말에도 학부모들 내자식 두둔만 ‘학교폭력=범죄’ 인식해야 “너 한 대 날려버리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서 참는다.” 경기지역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50대 중반의 남교사 ㄱ씨는 지난해 담임을 맡은 반의 한 학생으로부터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그 학생은 ㄱ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당신 밤길 조심해. 부모도 찔러 죽이는데 당신 못 찔러 죽일 줄 알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ㄱ교사가 급식지도를 위해 학급 교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앞으로 나와 교탁을 발로 걷어차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같은 반 여학생을 “아빠는 흑인, 엄마는 창녀”라며 괴롭히고 왕따를 시키는 그 학생을 ㄱ교사가 크게 혼낸 뒤의 일이었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생활지도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61시간의 ‘인권교육 직무연수’를 비롯해 ‘교직 전문성을 위한 리더십 역량강화 직무연수’ 등 138시간의 교사연수를 이수했지만,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수모보다 ㄱ교사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연말에 통보된 2011년 교원평가 결과였다. 학생만족도조사에서 5점 만점에 1.78점을 받아 ‘장기 능력향상연수’ 대상자로 지정됐다. ‘무능 교사’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20여명의 학생 가운데 3명이 참여해 나온 결과다. 그는 “대충 짐작이 된다”며 “왕따를 당한 학생을 보호해주려고 노력한 결과가 ‘무능 교사’라는 낙인이라니 처참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지도를 요청해도 자녀를 두둔하고 교사를 비난하기 일쑤다. 서울 ㅅ중 교사 ㄴ씨는 왕따 사건을 조사하다 가해 학생 6명이 상담교사에게 ‘ㄴ교사가 진술을 듣기 위해 두들겨팼다’고 거짓말을 해 곤경에 처했다. 이들은 6명이서 각각 역할을 분담해 피해 학생 1명을 지속적으로 왕따시켰다. ㄴ교사는 “학생들이 왕따를 시키는 것만큼이나 지능적으로 교사를 곤경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개입하려는 여교사들은 남학생으로부터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경기 ㅇ중의 여교사 ㄷ씨는 몇 달 전 학교폭력을 저지른 한 학생을 나무라다 이 학생에게 멱살을 잡혔다. 학교는 10일간의 등교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열흘 뒤 학생이 학교로 돌아오자 ㄴ씨는 결국 휴직을 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 학생은 학교에 복귀해서도 해당 교사 뒤에서 욕을 했다”며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도교사를 바꿔주는 등의 미봉책뿐”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경기 흥덕고 교장은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좋은 학교’에 가서 편안하게 가르치고 싶어하지 이런 수모를 자처할 교사가 어디 있겠냐”며 “교사들이 점점 ‘힘든 학교’를 기피하게 될 텐데, 교사의 자질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 제정 운동을 이끌었던 김대유 경기대 겸임교수(교육학)는 “학교폭력이 ‘범죄’가 아닌 ‘학생 상호간 갈등’으로 인식되는 바람에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고, 교사들 사이에도 ‘처벌하자, 말자’는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학교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이 있어야 교사도 가해 학생을 대할 때 권위가 생기고 보호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중학생이 괴롭힘 혼내자“ 당신 밤길 조심해” 폭언 교원평가때 ‘낙제점’ 까지 멱살 잡힌 여교사
학교폭력 나무라다 봉변 학생 10일만에 다시 등교 교사는 휴직·정신과 치료 대안은 없는가
가해학생들 거짓말에도 학부모들 내자식 두둔만 ‘학교폭력=범죄’ 인식해야 “너 한 대 날려버리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서 참는다.” 경기지역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50대 중반의 남교사 ㄱ씨는 지난해 담임을 맡은 반의 한 학생으로부터 폭언에 시달려야 했다. 그 학생은 ㄱ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당신 밤길 조심해. 부모도 찔러 죽이는데 당신 못 찔러 죽일 줄 알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ㄱ교사가 급식지도를 위해 학급 교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앞으로 나와 교탁을 발로 걷어차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같은 반 여학생을 “아빠는 흑인, 엄마는 창녀”라며 괴롭히고 왕따를 시키는 그 학생을 ㄱ교사가 크게 혼낸 뒤의 일이었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생활지도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61시간의 ‘인권교육 직무연수’를 비롯해 ‘교직 전문성을 위한 리더십 역량강화 직무연수’ 등 138시간의 교사연수를 이수했지만,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수모보다 ㄱ교사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연말에 통보된 2011년 교원평가 결과였다. 학생만족도조사에서 5점 만점에 1.78점을 받아 ‘장기 능력향상연수’ 대상자로 지정됐다. ‘무능 교사’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20여명의 학생 가운데 3명이 참여해 나온 결과다. 그는 “대충 짐작이 된다”며 “왕따를 당한 학생을 보호해주려고 노력한 결과가 ‘무능 교사’라는 낙인이라니 처참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지도를 요청해도 자녀를 두둔하고 교사를 비난하기 일쑤다. 서울 ㅅ중 교사 ㄴ씨는 왕따 사건을 조사하다 가해 학생 6명이 상담교사에게 ‘ㄴ교사가 진술을 듣기 위해 두들겨팼다’고 거짓말을 해 곤경에 처했다. 이들은 6명이서 각각 역할을 분담해 피해 학생 1명을 지속적으로 왕따시켰다. ㄴ교사는 “학생들이 왕따를 시키는 것만큼이나 지능적으로 교사를 곤경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 개입하려는 여교사들은 남학생으로부터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경기 ㅇ중의 여교사 ㄷ씨는 몇 달 전 학교폭력을 저지른 한 학생을 나무라다 이 학생에게 멱살을 잡혔다. 학교는 10일간의 등교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열흘 뒤 학생이 학교로 돌아오자 ㄴ씨는 결국 휴직을 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이 학생은 학교에 복귀해서도 해당 교사 뒤에서 욕을 했다”며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도교사를 바꿔주는 등의 미봉책뿐”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경기 흥덕고 교장은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좋은 학교’에 가서 편안하게 가르치고 싶어하지 이런 수모를 자처할 교사가 어디 있겠냐”며 “교사들이 점점 ‘힘든 학교’를 기피하게 될 텐데, 교사의 자질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 제정 운동을 이끌었던 김대유 경기대 겸임교수(교육학)는 “학교폭력이 ‘범죄’가 아닌 ‘학생 상호간 갈등’으로 인식되는 바람에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고, 교사들 사이에도 ‘처벌하자, 말자’는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학교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이 있어야 교사도 가해 학생을 대할 때 권위가 생기고 보호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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