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중학교에서 여는 부자유친 캠프에 참가한 아빠와 아들의 모습. 보인중학교 제공
보인중 부자유친 프로그램을 만나다
“사춘기, 동성부모 역할 중요하다” 생각에 시작
동굴체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 함께 참여해
“사춘기, 동성부모 역할 중요하다” 생각에 시작
동굴체험,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 함께 참여해
서울 보인중학교에는 아빠와 아들이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는 ‘부자유친’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디어는 보인중 변중희 교사가 냈다. 변 교사는 “상담부장을 하던 때였는데 사춘기 아이들한테는 동성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아빠와 아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캠프를 갈 일이 있었어요. 보통 캠프라고 하면, 어디 가서 잘 먹고, 농촌체험 등을 하는 방식이잖아요. 근데 캠프를 통해서 부모는 자녀교육을 고민하고, 자녀는 부모님에 대해 성찰할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캠프라는 행사에만 집중하면 밥을 먹고 담소를 나누고 끝인데 아버지와 동굴체험하기, 대화의 시간 등을 통해서 서로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꾸려봤습니다.”
첫 캠프 뒤 아버지들은 자생적으로 모여 아버지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아버지회를 중심으로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부자유친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부자유친 프로그램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학교 쪽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아버지와 목욕 가기’ 프로그램을 홍보한다. 목욕 달력 등을 나눠주면서 1년 동안 목욕을 함께 다녀온 날짜를 적어보도록 안내한다. 11월께 목욕을 함께 다녀온 소감문과 함께 기록한 표를 제출하는 방식이다. 어버이날 편지 주고받기 행사도 열린다. 아버지와 주고받은 편지 가운데 반별로 잘 쓴 것을 하나씩 내는 이 행사에는 전교생의 반 이상이 참여한다. 신청자를 받아 ‘부자유친 캠프’도 떠난다. 1년에 한 번 떠나는 캠프에는 많게는 20여 가정이 참여한다. 캠프에 참여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위해 환경보존 캠페인 일일교사 활동도 독려하고 있다. 변 교사는 “아버지회 회원분들을 대상으로 가정통신문을 돌려서 ‘시간이 되면 우리 학교 밤송이봉사단 학생들의 환경보존 캠페인에 함께 참여해주세요’라는 공지를 한다”고 했다. 5월과 10월 1년에 두 번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 학교 밤송이봉사단 학생들과 아버지들이 함께 환경 관련 구호활동, 환경 관련 서명받기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다. 변 교사는 “근처에 있는 남한산성에 올라가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까지 한다”며 “열심히 활동하시기 때문에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 아버지봉사단을 정식으로 등록해드렸다”고 했다. “전에는 아이들 귀가지도도 도와주셨어요. 아버지봉사단이 해주실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죠.”
아버지회 활동을 하는 아빠들은 그야말로 평범하다. 변 교사는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들”이라며 “아무래도 같은 동네에 사시니까 인연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회 활동이 쌓여가면서 아들이 졸업을 했는데도 활동을 잇는 아빠도 있다. 최면칠씨는 자녀가 다 커서 군대에 갔지만 아버지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아버지들이 아버지회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녀와의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회장이 된 반갑수씨는 “가족들이 모두 바쁘기 때문에 아들과 몸으로 함께 활동할 기회가 없는데 아들과 평소 부족했던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참여했다”고 했다.
실제로 아빠들은 갈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녀의 행동이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최면칠씨는 “갈등이라기보다는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방청소를 잘 못하는 걸 보면 잔소리식으로 말을 하게 되죠.” 하지만 아버지회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갈등을 푸는 열쇠는 늘 ‘대화’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씨는 “이럴 때 가르치기보다는 마음으로 유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잔소리하듯 말하면 아이들은 억압적이라고 생각하고 대항합니다. 지금은 그런 갈등을 대화로 많이 풀고 있어요. 아이들과는 서로 비슷하게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이 됐던 부분들이 있습니다. 대화라는 게 평등한 입장에서 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아들을 가르치려고만 하니 괴리감이 느껴졌겠죠.”
아빠가 이 학교 졸업생인 경우도 있다. 이상훈씨는 “아들의 과학 선생님이 30년 전에 나를 가르쳐주셨던 분”이라며 “선생님 소식을 알 수 있어서 좋고, 아버지회 활동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싶었는데 동굴탐사 등을 해보면서 아들과 몸으로 대화할 기회가 주어져 좋다”고 했다.
최면칠씨는 캠프를 통해 자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최씨는 “자녀한테 잘 하는 아버지들도 있지만 대개는 시간 할애를 못하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알아서 할 거라는 기대감만 있지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고,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캠프를 계기로 아빠랑 친구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니까 서로를 알게 되더라고요.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면서 부자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도 생기더군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쉬워져요. 캠프를 다녀오고 나서는 대화가 잘되더라고요. 캠프 통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겁니다. 칭찬이 정말 좋다는 것 장담합니다.” 이상훈씨는 “충분한 대화는 기본이 돼야 하고, 몸으로 대화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도 있고 게임도 있죠. 장난을 쳐도 좋고요.”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 김영주(목일중) 문지수(백산고), 박성연(전북여고)
최면칠씨는 캠프를 통해 자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최씨는 “자녀한테 잘 하는 아버지들도 있지만 대개는 시간 할애를 못하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알아서 할 거라는 기대감만 있지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고,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런데 캠프를 계기로 아빠랑 친구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니까 서로를 알게 되더라고요.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면서 부자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도 생기더군요.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도 쉬워져요. 캠프를 다녀오고 나서는 대화가 잘되더라고요. 캠프 통해서 깨달은 게 있다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겁니다. 칭찬이 정말 좋다는 것 장담합니다.” 이상훈씨는 “충분한 대화는 기본이 돼야 하고, 몸으로 대화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도 있고 게임도 있죠. 장난을 쳐도 좋고요.” <아하!한겨레> 6기 학생수습기자 김영주(목일중) 문지수(백산고), 박성연(전북여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