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들이 보는 학교폭력
장석웅 위원장 ‘자성’에 “공감-현실적 한계” 엇갈려
“현장 조합원들 실천해온 것 조직화하고 힘실어 줘야”
장석웅 위원장 ‘자성’에 “공감-현실적 한계” 엇갈려
“현장 조합원들 실천해온 것 조직화하고 힘실어 줘야”
장석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지난 4일 열린 토론회에서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전교조의) 구체적인 실천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힌 데 대해, 현장 조합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공감한다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현실적인 한계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직 차원의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 합법화 이후 학생 문제 관심 줄어 전교조 간부 출신 조합원들은 전교조의 활동에서 학생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엄민용 전 대변인(경기 양곡고 교사)은 “전교조 결성 초기에는 학생에 무게중심이 있었지만, 1999년 합법화 이후 내부의 무게중심이 학생에서 제도개선 투쟁으로 옮겨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간부를 지낸 서울의 한 조합원은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학생 문제를 수용하지 못했다”며 “합법화 직후 학생생활국을 만들었는데 수년간 상근자 없이 휴직한 교사들이 맡을 정도로 예산과 인원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합법화 이후 2000년대를 거치면서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전교조가 출범하던 1990년대와는 확연하게 달라졌는데,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행수 전교조 사립위원장(서울 동성고 교사)은 “요즘에는 ‘왜 친구들끼리 싸우냐’고 하면 ‘쟤, 친구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같은 반 친구에 대해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이 없다”며 “전교조가 학교폭력 문제에 소홀했다기보다는 이런 ‘학급공동체 붕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한계에 부딪힌 조합원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평조합원들은 “위원장의 정치적인 제스처로 달라질 것은 없다”며 장 위원장의 사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전교조 지도부는 학교폭력에 소홀했을지 몰라도 현장의 조합원들은 여전히 어느 교사들보다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 전교조의 ‘따돌림사회연구모임’에서는 8년에 걸친 사례연구를 통해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있는 서울 ㅇ중의 한 조합원은 “지난해 미술치료와 놀이치료를 도입해서 3학년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개선되기도 했다”며 “학교를 혁신하려면 일단 정서적으로 안정이 안 된 아이들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 문제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조직 차원이 아닌 교사 개인으로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 ㅇ중의 한 조합원은 “동료 교사들조차도 학교폭력이 발생한 학급의 교사에 대해 ‘덕망이 없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인식하니 나중에는 아예 나서지 못하게 된다”며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힘쓰려는 교사가 학교 성적을 떨어뜨리는 교사로 취급받는 현실에서 학교폭력 문제는 교사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ㄱ중의 한 조합원은 “강제 전학 조처를 받아온 학생들이 있는데, 그 애들이 너무 무서워서 나도 지도를 할 수가 없다”며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가해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교사로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전교조 핵심사업으로 삼아야 재탕 삼탕에 그치는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염증을 느끼는 교사들도 많았다. 이들은 전교조가 조합원의 밑바닥 여론을 수렴해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종철 전교조 학생생활국장은 “물론 입시경쟁이나 신자유주의에 따른 폭력의 재생산 등 학교폭력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당장 학교 현장에서 폭력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회장(서울 단국대부속고 교사)은 “전교조 내부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논의하자는 공식적인 제안이 나온 것은 4일 장석웅 위원장의 사과가 처음”이라며 “현장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실천해온 것들을 전교조 본부 차원에서 조직화하고 힘을 실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그러나 전교조 조직 차원이 아닌 교사 개인으로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 ㅇ중의 한 조합원은 “동료 교사들조차도 학교폭력이 발생한 학급의 교사에 대해 ‘덕망이 없어서 그렇다’는 식으로 인식하니 나중에는 아예 나서지 못하게 된다”며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힘쓰려는 교사가 학교 성적을 떨어뜨리는 교사로 취급받는 현실에서 학교폭력 문제는 교사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ㄱ중의 한 조합원은 “강제 전학 조처를 받아온 학생들이 있는데, 그 애들이 너무 무서워서 나도 지도를 할 수가 없다”며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가해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황에서 교사로서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전교조 핵심사업으로 삼아야 재탕 삼탕에 그치는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염증을 느끼는 교사들도 많았다. 이들은 전교조가 조합원의 밑바닥 여론을 수렴해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종철 전교조 학생생활국장은 “물론 입시경쟁이나 신자유주의에 따른 폭력의 재생산 등 학교폭력에 대한 거시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당장 학교 현장에서 폭력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회장(서울 단국대부속고 교사)은 “전교조 내부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논의하자는 공식적인 제안이 나온 것은 4일 장석웅 위원장의 사과가 처음”이라며 “현장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실천해온 것들을 전교조 본부 차원에서 조직화하고 힘을 실어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명선 김민경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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