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와 대화하다>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1. 문학의 즐거움 - ④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들
1. 문학의 즐거움 - ④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들
[난이도 수준] 고2~고3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 김규중, 사계절
<난 빨강> 박성우, 창비
<시심전심> 정끝별, 문학동네 비오는 날 엄마 손을 잡고 어린아이가 걸어간다.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엄마, 물방울이 뛰어가!”라고 말한다. 지붕 아래 바닥에 작은 물방울들이 제멋대로 떨어지는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마치 순서대로 물방울이 첨벙거리며 뛰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을까.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세상이 온통 초록빛으로 보이는 들뜬 사람은 익숙했던 모든 사람과 사물이 낯설게 보인다. 게다가 그 모든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시인의 눈을 갖게 된다고 한다. 사람과 사물 그리고 자연의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구두 밑창이 말을 건네고 찬바람도 장난을 치고 매일 만나는 친구도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시가 늘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낯설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시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김용택 시인의 재미있는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허리끈은 안 풀어지지요
들판에 사람들은 많지요
(‘이 바쁜 때 웬 설사’ 전문) 이 짧은 시 한 편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목과 시의 내용이 어우러져 난처한 상황에서 허둥대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시골에서 소낙비가 오는 날 있을 법한 일이다. 여러 가지 난처한 일들이 겹쳐 답답한 상황을 시인은 ‘~지요’라는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오히려 더 느린 호흡으로 말하고 있다. 시를 읽는 우리는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시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가. 그런데 왜 대다수 사람들은 시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까. 그것은 ‘정답’을 위한 암기 위주의 공부 습관 때문이다. 한 편의 시가 주는 다양한 의미와 상상력을 마음껏 즐길 준비가 돼 있다면 시는 절대 어렵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인이 사용하는 말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만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차이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을 듣다 보면 저절로 시가 내게로 온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서가 풍부한 청소년 시기에는 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김규중의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는 처음 시에 접근하는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은 60여편의 시를 3단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이 바쁜 때 웬 설사’에서 시작해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중학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노하우가 담긴 이 책은 일방적인 잔소리도 없고 기막힌 비법을 소개하는 족집게 과외도 하지 않는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하고 나서 문과녀 ‘은유’와 이과남 ‘명석’이 대화를 나눈다. 두 학생은 시의 내용에 관해 수다를 떤다. 가끔 ‘김샘’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주로 두 사람의 자연스런 대화를 통해 우리는 시가 건네는 말들을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의 짤막한 ‘시 노트’는 미처 대화로 풀지 못한 내용을 정리해 준다. 시험공부를 위해 이론과 표현방법을 공부하기 전에 시의 숲을 거닐어 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사실 지름길은 이렇게 쉽고 단순한 곳에 숨어 있다. 청소년들에게 시는 어렵고 딱딱한 수능 언어영역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말과 글이 지닌 가장 아름답고 정교한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야 평생 시를 읽게 된다. 넉넉하고 따뜻한 감수성을 잃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서 시 교육이 아니라 우리의 삶, 인간과 세계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시 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규중의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가 시와 사랑에 빠지는 단계의 책이라면 정끝별의 <시심전심>은 본격적이고 정열적인 시와의 연애라고 볼 수 있다. 시 참고서를 덮고 ‘먼저 읽어라, 느껴라, 상상하라, 그리고 궁금해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시가, 여러분 앞에!’라는 통쾌한 선언은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이성복의 ‘꽃피는 시절’과 짝지어 이야기하고 신경림의 ‘농무’를 정호승의 ‘맹인 부부 가수’와 짝짓는 방식으로 구성하여 스무 세트의 시를 소개한 이 책은 교과서에 실린 시를 중심으로 조금 더 학습에 중점을 두어 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정끝별은 천편일률적으로 참고서에 제시된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참고서와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하며 문학의 이론과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깊이 있는 분석은 단순한 해제의 암기가 아니라 어떻게 시를 이해하고 감상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시작된다. 본문 아래쪽에 어휘를 풀어놓고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 마치 새로운 형식의 참고서를 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책이다. 김규중과 정끝별은 오랫동안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은 중학교에서, 한 사람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차이만 있다. 두 책 모두 청소년들에게 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하며 즐거운 시 읽기와 재미있는 문학공부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 두 분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제 혼자서 시집을 한 권 읽어보자.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쓴 청소년 시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스스로 시를 찾아 읽기 시작하는 디딤돌이 될 만한 시집이다. 자 그럼 이제 스스로 시가 건네는 말에 귀 기울여 볼 시간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난 빨강> 박성우, 창비
<시심전심> 정끝별, 문학동네 비오는 날 엄마 손을 잡고 어린아이가 걸어간다.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엄마, 물방울이 뛰어가!”라고 말한다. 지붕 아래 바닥에 작은 물방울들이 제멋대로 떨어지는 모습이 아이의 눈에는 마치 순서대로 물방울이 첨벙거리며 뛰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우리에게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아름답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을까.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한다. 세상이 온통 초록빛으로 보이는 들뜬 사람은 익숙했던 모든 사람과 사물이 낯설게 보인다. 게다가 그 모든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시인의 눈을 갖게 된다고 한다. 사람과 사물 그리고 자연의 대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시인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구두 밑창이 말을 건네고 찬바람도 장난을 치고 매일 만나는 친구도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시가 늘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만 노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낯설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시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김용택 시인의 재미있는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소낙비는 오지요
소는 뛰지요
바작에 풀은 허물어지지요
설사는 났지요
허리끈은 안 풀어지지요
들판에 사람들은 많지요
(‘이 바쁜 때 웬 설사’ 전문) 이 짧은 시 한 편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목과 시의 내용이 어우러져 난처한 상황에서 허둥대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시골에서 소낙비가 오는 날 있을 법한 일이다. 여러 가지 난처한 일들이 겹쳐 답답한 상황을 시인은 ‘~지요’라는 표현을 반복함으로써 오히려 더 느린 호흡으로 말하고 있다. 시를 읽는 우리는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된다. 시가 얼마나 쉽고 재미있는가. 그런데 왜 대다수 사람들은 시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까. 그것은 ‘정답’을 위한 암기 위주의 공부 습관 때문이다. 한 편의 시가 주는 다양한 의미와 상상력을 마음껏 즐길 준비가 돼 있다면 시는 절대 어렵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인이 사용하는 말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만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차이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을 듣다 보면 저절로 시가 내게로 온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서가 풍부한 청소년 시기에는 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 김규중의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는 처음 시에 접근하는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은 60여편의 시를 3단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이 바쁜 때 웬 설사’에서 시작해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중학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노하우가 담긴 이 책은 일방적인 잔소리도 없고 기막힌 비법을 소개하는 족집게 과외도 하지 않는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하고 나서 문과녀 ‘은유’와 이과남 ‘명석’이 대화를 나눈다. 두 학생은 시의 내용에 관해 수다를 떤다. 가끔 ‘김샘’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주로 두 사람의 자연스런 대화를 통해 우리는 시가 건네는 말들을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의 짤막한 ‘시 노트’는 미처 대화로 풀지 못한 내용을 정리해 준다. 시험공부를 위해 이론과 표현방법을 공부하기 전에 시의 숲을 거닐어 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사실 지름길은 이렇게 쉽고 단순한 곳에 숨어 있다. 청소년들에게 시는 어렵고 딱딱한 수능 언어영역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말과 글이 지닌 가장 아름답고 정교한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야 평생 시를 읽게 된다. 넉넉하고 따뜻한 감수성을 잃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서 시 교육이 아니라 우리의 삶, 인간과 세계에 대한 안목을 길러주는 시 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규중의 <청소년, 시와 대화하다>가 시와 사랑에 빠지는 단계의 책이라면 정끝별의 <시심전심>은 본격적이고 정열적인 시와의 연애라고 볼 수 있다. 시 참고서를 덮고 ‘먼저 읽어라, 느껴라, 상상하라, 그리고 궁금해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시가, 여러분 앞에!’라는 통쾌한 선언은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이성복의 ‘꽃피는 시절’과 짝지어 이야기하고 신경림의 ‘농무’를 정호승의 ‘맹인 부부 가수’와 짝짓는 방식으로 구성하여 스무 세트의 시를 소개한 이 책은 교과서에 실린 시를 중심으로 조금 더 학습에 중점을 두어 고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정끝별은 천편일률적으로 참고서에 제시된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참고서와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하며 문학의 이론과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깊이 있는 분석은 단순한 해제의 암기가 아니라 어떻게 시를 이해하고 감상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시작된다. 본문 아래쪽에 어휘를 풀어놓고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 마치 새로운 형식의 참고서를 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책이다. 김규중과 정끝별은 오랫동안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 사람은 중학교에서, 한 사람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차이만 있다. 두 책 모두 청소년들에게 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하며 즐거운 시 읽기와 재미있는 문학공부를 염두에 두고 쓰였다. 두 분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제 혼자서 시집을 한 권 읽어보자. 박성우 시인의 <난 빨강>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을 소재로 쓴 청소년 시집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고 스스로 시를 찾아 읽기 시작하는 디딤돌이 될 만한 시집이다. 자 그럼 이제 스스로 시가 건네는 말에 귀 기울여 볼 시간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