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수필>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1. 문학의 즐거움 - ⑤ 수필, 자유로운 생각 열기
1. 문학의 즐거움 - ⑤ 수필, 자유로운 생각 열기
[난이도 수준 중2~고1]
<근원수필>
김용준, 범우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김선우, 청림출판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과 함께 먹는 수제비를 떠올려 보자. 밀가루 반죽으로 별모양도 만들고 토끼 모양도 만들어 넣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제비는 요리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원하는 모양을 뜰 수 있다. 그에 비해 만두와 송편은 어떤가. 각각 밀가루와 쌀로 만든 음식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소를 넣어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똑같은 밀가루 음식이지만 수제비와 만두는 또 다르다.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조리 방법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은 갖은 빛깔과 특유의 맛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갈래마다 나름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독자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수필은 어떤가. 시와 소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축가는 많지 않다.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든지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고 일정한 형식을 갖추려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습성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시인과 소설가도 갈래의 특성과 형식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작품을 창작한다. 운율적 언어로 빚은 시, 허구의 인물과 가공의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 무대 상연을 목적으로 한 희곡 등 어떤 문학 갈래든 나름의 기본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운 갈래가 바로 수필이다. 흔히 ‘무형식의 형식’을 수필의 특징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일기도, 친구에게 쓰는 편지도, 여행 후기도 모두 수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으며 읽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감동과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사람은 제각각 자신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렇게 삶의 과정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정한 형식에 따라 글을 쓰는 것보다 형식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수필을 쓰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글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필은 그만큼 더 깊이 생각하고 문장을 잘 다듬어야 하는 문학의 한 갈래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양화가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용준의 <근원수필>은 수필이 지닌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수필 중의 하나이다. 자신의 생각을 맑고 투명하게 보여주는 김용준의 수필은 담백하고 깨끗한 언어를 통해 따뜻함과 감동을 전해준다. ‘두꺼비 연적’에 대한 일화나 ‘게’를 관찰하면서 얻은 생각을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에 대한 관찰,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에 대한 사연, 인생에 대한 생각 등 어떤 것이든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김용준처럼 간결하면서도 진솔한 맛이 느껴지는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고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찰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수필 한 편은 감동적인 시 한 편이나 장편소설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 평범한 일상에 대한 깊은 성찰로 수필의 참맛을 전하는 <근원수필>과 달리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특별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전해 준다. 20년간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동양 고전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느낀 이야기들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짧은 엽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같은 방에서 매일 함께 지내는 사람이지만 무더운 여름날 서로의 살이 닿는 것이 싫어 옆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사연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옥에서의 일상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다양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과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글을 읽고 앎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또한 간접 체험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된다. 토머스 울프는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라는 소설에서 “더 큰 사랑을 찾기 위하여 지금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잃어버릴 것. 더 큰 땅을 찾기 위하여 지금 그대가 딛고 있는 땅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무언가에 대한 소유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집착은 끝이 없다.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한 인간의 욕망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시인 김선우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마을로 떠난다.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돈’의 노예가 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하려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사회를 바꾸려는 것이다. 오로빌은 ‘더불어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삶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목적이 다르겠지만 문학은 결국 사람과 삶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 대상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자연이든 그것이 모여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수필은 여전히 우리가 가장 손쉽게 선택해서 읽는 글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경험했던 재미있는 일과 가슴 따뜻한 감동만 담아낸 것이 수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거기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세상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수필이 주는 감동과 깨달음은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글을 읽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삶과 세상의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우선 몇 권의 수필로 시작해 보자. 그리고 몇 줄이라도 진짜 내 이야기를 한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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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범우사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김선우, 청림출판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과 함께 먹는 수제비를 떠올려 보자. 밀가루 반죽으로 별모양도 만들고 토끼 모양도 만들어 넣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제비는 요리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원하는 모양을 뜰 수 있다. 그에 비해 만두와 송편은 어떤가. 각각 밀가루와 쌀로 만든 음식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소를 넣어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똑같은 밀가루 음식이지만 수제비와 만두는 또 다르다.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조리 방법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들은 갖은 빛깔과 특유의 맛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갈래마다 나름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독자들을 기다린다. 하지만 수필은 어떤가. 시와 소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축가는 많지 않다.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하든지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고 일정한 형식을 갖추려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습성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시인과 소설가도 갈래의 특성과 형식이라는 큰 틀 안에서 작품을 창작한다. 운율적 언어로 빚은 시, 허구의 인물과 가공의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 무대 상연을 목적으로 한 희곡 등 어떤 문학 갈래든 나름의 기본적인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형식으로부터 자유로운 갈래가 바로 수필이다. 흔히 ‘무형식의 형식’을 수필의 특징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일기도, 친구에게 쓰는 편지도, 여행 후기도 모두 수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으며 읽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감동과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사람은 제각각 자신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렇게 삶의 과정에서 길어 올린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정한 형식에 따라 글을 쓰는 것보다 형식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수필을 쓰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글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필은 그만큼 더 깊이 생각하고 문장을 잘 다듬어야 하는 문학의 한 갈래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양화가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용준의 <근원수필>은 수필이 지닌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수필 중의 하나이다. 자신의 생각을 맑고 투명하게 보여주는 김용준의 수필은 담백하고 깨끗한 언어를 통해 따뜻함과 감동을 전해준다. ‘두꺼비 연적’에 대한 일화나 ‘게’를 관찰하면서 얻은 생각을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에 대한 관찰,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에 대한 사연, 인생에 대한 생각 등 어떤 것이든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 김용준처럼 간결하면서도 진솔한 맛이 느껴지는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고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찰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수필 한 편은 감동적인 시 한 편이나 장편소설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 평범한 일상에 대한 깊은 성찰로 수필의 참맛을 전하는 <근원수필>과 달리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특별한 체험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전해 준다. 20년간 감옥에 갇혀 있었지만 동양 고전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느낀 이야기들이 가족들에게 보내는 짧은 엽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같은 방에서 매일 함께 지내는 사람이지만 무더운 여름날 서로의 살이 닿는 것이 싫어 옆 사람을 미워하게 되는 사연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감옥에서의 일상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다양하고 자유로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과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글을 읽고 앎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또한 간접 체험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된다. 토머스 울프는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 가리>라는 소설에서 “더 큰 사랑을 찾기 위하여 지금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잃어버릴 것. 더 큰 땅을 찾기 위하여 지금 그대가 딛고 있는 땅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무언가에 대한 소유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집착은 끝이 없다.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한 인간의 욕망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시인 김선우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마을로 떠난다.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돈’의 노예가 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하려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사회를 바꾸려는 것이다. 오로빌은 ‘더불어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삶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목적이 다르겠지만 문학은 결국 사람과 삶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 대상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자연이든 그것이 모여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수필은 여전히 우리가 가장 손쉽게 선택해서 읽는 글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경험했던 재미있는 일과 가슴 따뜻한 감동만 담아낸 것이 수필이라고 볼 수는 없다. 거기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세상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수필이 주는 감동과 깨달음은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글을 읽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삶과 세상의 진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우선 몇 권의 수필로 시작해 보자. 그리고 몇 줄이라도 진짜 내 이야기를 한번 써보는 것은 어떨까.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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