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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겉모습만 보고 깊이 분석 못하던 학생들
토론·발표·글쓰기 거치며 사고능력 키워

등록 2012-03-05 15:42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인 통합논술교과서 수업에 참여한 분당고 학생들.  김청연 기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인 통합논술교과서 수업에 참여한 분당고 학생들. 김청연 기자
한겨레방과후학교 현장 리포트-분당고등학교 통합논술교과서
통합논술교과서 과정은 단순한 논술문 쓰기만을 지도하지 않는다. 글쓰기에 앞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사고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토론과 발표, 글쓰기의 세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사고해야 할 주제를 우선적으로 학습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표현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 과정에서 동영상이나 다양한 시사 내용들을 활용한다. 학생들은 교과서 중심, 글쓰기의 원론적인 방법만을 학습하는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학습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지도하는 수업에 흔쾌히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시사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분당고등학교에서 2011년 가을부터 진행하고 있는 방과후 통합논술교과서 수업은 실제적인 논술수업의 실천의 장이다. 논술의 특성상 방학을 포함한 반년가량의 교육기간은 긴 시간이 아니지만 학생들은 확실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첫 수업시간에는 우선 학생들의 기본적인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실력 테스트를 실시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최근의 시사가 무엇이며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간단히 서술하는 것이 테스트 항목이다. 학생들은 연예계나 한류에 관련된 사항들을 주로 언급하였다. 특히 한류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케이팝에 자부심만 가질 뿐

“요즘 케이팝이 대세다. 그래서 마음이 뿌듯하다.”

“다양한 포털사이트에서 케이팝과 관련된 동영상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그런 동영상을 만들고 싶다.”

“유럽에서 한국가요 콘서트에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는 기사를 보고 뿌듯하지만, 언제 인기가 사그라질지 몰라 불안하다.”


이처럼 감정적인 서술이 대부분이었다. 한국 가요가 인기가 있다는 것만 볼 뿐 좀더 깊이 생각할 줄 모르는 것이다. 한류는 논술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인 ‘세계화’와 관련된다. 그래서 세계화와 관련된 주제와 다문화 사회를 연계한 수업을 진행한 후, 그 학습내용을 토대로 ‘케이팝과 같은 한국의 문화를 어떻게 하여야 더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세계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발표 수업을 진행하였다.

“단순히 가요만을 세계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요가 아닌 다양한 한국의 문화를 더욱 개발하여 세계화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만 콘텐츠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인들이 연계하여 그 지역에 파고들어 한국의 문화를 효과적으로 전파시키는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한국인 민박이나 가게에서 한국 문화와 관련된 캐릭터 상품을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건 사비가 너무 들어서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국가에서 보조를 해서 일종의 국가사업으로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교사 개입할 필요 거의 없어

이 단계쯤에 오면 학생들의 단어 사용을 고쳐주는 것 외에는 교사가 끼어들 부분은 없다. 교사가 제시할 수 없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방법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일부 비현실적인 내용은 학생들 스스로가 토론을 통해 지적하고 고쳐나간다.

세계화와 관련된 토론과 발표 수업은 다른 주제 수업으로 인해 한 번만 진행하였으나 이 외에 인간 본성과 관련된 수업에서도 학생들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간 본성의 문제는 현재 사회 쟁점인 학생인권조례와 연관이 된다.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자 학생들은 단순하게 “필요한 것 같아요”, “별로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만 대답했다. 이유를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에 관해 자세히 모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생인권조례에 관해 알아볼 필요성을 못 느낄 뿐만 아니라 왜 논란이 일고 있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할 뿐 깊이 분석해 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학생 대부분의 경향이었다. 인간의 본성과 교육을 연관한 주제 강의와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사항들, 사회의 입장들에 관한 자료를 제시한 후 그를 토대로 토론·발표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으로 나누어서 토론이 진행되었다. 필요하다는 쪽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재 입시제도와 학생들에 대한 억압된 분위기는 학교폭력을 유발한다. 학교폭력은 학생과 학생 간에, 그리고 교사와 학생 간에 일어난다. 두 폭력의 성격은 다르지만 우선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습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필요하지 않다는 쪽의 학생들은 이렇게 반박했다.

“학생인권조례의 중심 내용은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해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체벌이라는 강한 방법을 통해 인간의 도리와 사회 안에서의 책임 감수의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체벌 금지는 자칫하면 학생들이 자제력을 배우지 못해 사회에 나갔을 때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결과적으로 책임에 대한 교육을 도외시하는 위험성을 가진다.”

“교사도 인성교육 받아야 해요”

각자의 입장에 대해 학생들은 열띤 토론을 진행하였다. 이 토론을 진행하면서 걱정된 부분은 학생들이 극단적인 주장만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학생인권조례를 무조건 통과시키거나 폐기하는 방법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학생들은 이 우려를 약속이나 한 듯이 해소시켰다.


이슬 한겨레통합교육원 전임강사
이슬 한겨레통합교육원 전임강사
한 시간가량의 토론 후 결론은 “통과되든 폐기되든 결국 교육의 목적인 인성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율성을 독려하고 키워주는 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중 한 학생은 “학생들에 대해서만 인성교육을 진행하는 건 불공평해요. 교사들에 대해서도 인성교육을 진행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함으로써 다른 학우들에겐 환성을, 내게는 쓴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슬 한겨레통합교육원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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