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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들이 무서워”…생활지도 속수무책

등록 2012-03-25 21:23수정 2012-03-25 22:57

서울지역 새내기 교사들이 지난 1월12일 오전 서울 강서교육지원청이 강서구 내발산동 가곡초등학교에서연 ‘폭력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연수에 참가해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지역 새내기 교사들이 지난 1월12일 오전 서울 강서교육지원청이 강서구 내발산동 가곡초등학교에서연 ‘폭력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연수에 참가해 강사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울증 앓는 교사들
주먹질·욕설 ‘거친 아이들’
학력신장 독촉·잡무 쫓겨
상담·학생지도 역부족
정신치료·퇴직 부쩍 늘어

올해로 교직 2년차인 인천의 ㅈ 교사는 지난해 6월 우울증을 앓았다. 남자 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생활지도가 수월치 않았다. “우리 반에만 인근 초등학교 ‘짱’급 되는 애들이 3명,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치료를 받는 아이가 3명 있었어요. 쉬는 시간에 가보면 아이들이 끊임없이 싸우고 있었어요.”

거친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체벌을 시작했고, 아이들과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시교육청이 학력신장을 강조하는 탓에 방과 후에는 상담이 아닌 보충수업을 해야 했다. 잡무를 하느라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다 보니 퇴근한 뒤에도 아이들과 상담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결국 우울증이 찾아왔고, 상담치료를 시작했다. “그때는 다른 선생님들이 ‘괜찮아?’라고 묻기만 해도 눈물이 났어요. 학생들 앞에서 ‘내가 사그라지는 게 보이지 않냐’고 울기도 했죠.”

정부와 사회는 학교폭력 문제를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곤 하지만, 교사들은 날로 거칠어지는 학생들 앞에 속수무책이다.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다가 심리치료를 받거나 휴직·퇴직을 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ㅂ중의 ㄱ 교사는 지난해 아이들과 마주치는 게 두려워 사흘 동안 교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조·종례와 교과수업은 다른 교사가 맡아줬다. 그는 “아이들과 관계가 틀어지면 교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라며 “우리 학교에도 담임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아예 퇴직을 하시거나 휴직을 2년째 하고 있는 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근무연수가 20년이 안 돼 명예퇴직을 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사직하는 ‘의원면직’ 신청자(공립 중·고교)가 2009년 42명에서 2010년 52명, 지난해 73명으로 증가 추세다. 손충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 교사들이 직업적인 자긍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명예퇴직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교사들에게는 감정 조절을 못하는 아이들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듣는 일이 다반사다. 서울 구로구 ㄱ중 ㅇ 교사는 “나이 많은 여교사가 여학생한테 ‘쓰레기를 주우라’고 했다가 ‘×년’이라는 욕을 듣고 명퇴를 고민하는 걸 봤다”며 “나 역시 일년에 한두 번씩은 학생들한테 욕을 듣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과거보다 훨씬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폭력적인 아이들이다. 서울 노원구 ㅂ중의 ㅅ 교사는 “친구들끼리 일상적으로 욕을 하니까 선생님한테도 감정 조절을 못하고 욕을 하는데, 이젠 익숙해져서 욕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며 “10개 반에 수업을 들어가는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정서 불안이 심한 아이들이 1~2명씩은 꼭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7년부터 실시한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 결과를 보면, 정밀검진이 필요한 학생의 비율이 많게는 검사 대상 학생의 17.0%(2009년)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혹시 자살하는 학생이 나오지 않을까 늘 마음을 졸인다. 인천 ㅇ중 ㄱ 교사는 “우리 반에도 감정 기복이 심하고 우울한 아이가 있었는데, 얼마 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다른 학생들의 자살 사건이 잇따를 때 너무 불안했다”며 “담임을 맡은 반 학생이 자살을 시도해서 동료 교사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걸 봐서 더 두렵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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