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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독서습관은 어려서부터 길러주자

등록 2012-04-02 16:32

꼴찌 아들 우등생으로 만든 엄마표 공부법
한글 배웠다면 책 읽은 뒤
한줄이라도 감상 쓰게 해야

아들이 중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밤낮으로 놀기만 하던 아들이 엄마랑 함께 하는 엄마표 초등공부를 마치고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공부에 스스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데 어느 날 같은 학년의 친구가 고등학교 물리책으로 공부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 선행학습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상태로 중학교에 올라왔는데 많은 친구들은 이미 중학교 과정을 공부해놓았고, 이제는 고등학교 문제집을 푸는 것을 보았으니 얼마나 충격이었겠는가. 아들은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밤낮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입에서 “엄마, 내가 어릴 때 너무 놀았던 것 같아요. 그때 책이라도 읽어둘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지금은 친구들의 선행학습에 비해 부족한 교과목을 따라가느라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서 아들은 놀며 보냈던 그 시간을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했다.

순간 마음속으로 나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게는 어린 아들이 엄마에게 왜 책을 읽도록 해주지 않았느냐며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놀았던 걸 후회한다는 게 더욱 미안했고 얼마나 절실했으면 저런 말이 나올까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들을 위로하면서도 너무 안타까웠다.

되돌아보면 부모가 책도 안 사주고 책을 읽을 환경이나 독서 지도조차 따로 해주지 않은 채 내버려둔다면 어린 나이에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아들이 책을 읽지 못하고 지금껏 살았던 것은 부모의 책임이 컸던지라 아들의 후회가 더 안타까웠다. 뒤늦게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진 뒤 어릴 때부터 아이의 방향을 잡아주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아쉬움은 많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많은 시간 동안 독서를 하도록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만은 지금도 너무 미안하고 후회된다.

책은 어린아이들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이 되며, 지혜를 심어주어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내를 가르칠 뿐만 아니라 간접 체험으로 삶의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되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학습하는 모든 과정의 사고력이 완성된다.

그럼 언제부터 책을 읽도록 할까?

유대인의 자녀교육서를 보면 독서는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릴 때 시작하는 독서가 중요하며 필수적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하루에 한번,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준다면 아이의 세상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아이의 방에 책을 접할 수 있는 작은 이야기 공간을 따로 꾸며 자연스레 책과 마주치며 노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다.

그럼 아이는 그림책부터 시작해 자동적으로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또한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엄마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한권씩 선물하면서 아이와 함께 읽고 그 책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을 서로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갖는 것이 좋다. 엄마와 함께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공유하게 되면 아이는 그 시간을 가장 좋아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추가하자면 한글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책을 읽은 느낌을 써 보도록 하는 것이다. 한 줄만 쓰든지, 일기 형식으로 독후감을 쓰든지 상관없이 그날 읽은 책에 대한 짧은 감상평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그것을 버리지 말고 한곳에 모아 한권의 소중한 책으로 만들어 두면 아이에게는 그것이 두고두고 큰 자산이 될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책을 참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항상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용과 느낀 점을 독후감 형식으로 노트에 적고는 했다.

돌이켜 보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독서습관이 부족하나마 이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준 원동력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아들과 딸에게 요즘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다.

김민숙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 교육하기/공부하기> 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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