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흔 서울 하나고등학교 수학 교사
이동흔 서울 하나고등학교 수학 교사 인터뷰
어려운 문제 빼고 기본만 풀어도 충분해
그림만 있으면 어렵다는 선입관 버려야
어려운 문제 빼고 기본만 풀어도 충분해
그림만 있으면 어렵다는 선입관 버려야
“모든 수학 학습법은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찾는 데 목적을 둔다.” 지난 2일 <함께하는 교육>이 만난 서울 하나고 이동흔(42) 수학 교사는 학습법의 근본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수학은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이다. 그래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절반에 이른다. 그는 문제풀이식 교육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 교사는 아이시엠이12(ICME12,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 대한민국 조직위원이며 전국수학교사모임에서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모임은 교사 연구 세미나, 국제교류, 국내 지역별 문화 운동, 교사 연수를 위한 매스 페스티벌 개최, 전국 교사 학습 프로그램, 학술 대회(1년에 2번)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모임에서 연구한 성과를 바탕으로 수험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리영역 대처법과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함께하는 교육>이 구체적으로 들어 봤다.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절반가량이 수학을 포기한다. 그런데 피사(PISA,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검사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아이들의 성적은 좋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로 나뉜 것 같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 원인은 욕심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맞혀야 할 것과 맞히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제까지 다 풀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만 받고 체계적으로 학습하지 못한다.”
-그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수능시험 문제는 교육방송(EBS) 교재와 연계율이 높다. 교육방송 교재는 기껏해야 네 권이다. 따라서 교과서 기본문제와 교육방송에서 만든 교재만 공부해도 어느 정도 성적은 받을 수 있다.”
-그 정도로 수능에 대비할 수 있나?
“수리영역 시험은 기계적인 훈련이다. 기능적이며 유형화된 문제를 푸는 훈련을 통해 기교를 습득하면 된다.”
-수능문제 풀이가 기교라고 했는데, 점수 따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뜻인가?
“기교를 습득하는 건 어렵지 않다. 기교는 수능 문제 6회분 정도를 달달 외우면 끝난다. 기출문제를 풀고 외우고 왜 그렇게 풀었는지 이유를 알면 된다. 변화의 목적과 이유를 알아가면서 구체적으로 의미를 깨치면 관련 단원의 교과서 문제만 풀어도 충분하다. 교육방송 교재에서 어려운 문제 빼고 기본문제만 익숙하게 풀 줄 알아도 60점은 기본으로 넘는다.”
-60점에 만족하긴 어려울 것 같다.
“그림이 포함된 문제, 추론 문제, 간단한 규칙 찾는 문제 풀이 연습을 하면 더 올릴 수 있다. 특히 그림이 있다면 점수를 주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림 안에 답이 다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를 다 풀려는 무모함과 그림만 있으면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그림이 들어간 문제가 어렵다는 선입관은 왜 생겼나?
“용어 정의를 배우기 전인 초등학교 때 기호화를 단행하는 바람에 수학 용어를 인문학 용어와 분리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용어가 정의되지 않으면 ‘3+2=5’란 수식을 ‘코끼리 3마리와 코끼리 2마리를 더하면 개미 5마리와 같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큰일 난다. 어릴 때 ‘=’이 ‘개수가 같다’란 의미로 쓰였다는 내용을 분명히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같다’란 단어는 사람에 따라서 ‘키, 나이, 몸무게, 성별, 개수 등이 같다’라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같다’를 정의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면 기준에 따라서 개수, 무게, 부피, 단위, 키 등으로 확장해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기호를 두려워하고 수학을 거부한다.”
-그래도 학생들의 머릿속엔 ‘수학=어려운 과목’이란 생각이 강하게 뿌리내렸다.
“기성세대가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라는 선입관을 아이들에게 심어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서 ‘수학=어려운 과목’이란 생각을 끊임없이 주입받았다. 또 수학을 답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수학에서 답은 중요하지 않다. 과정이 중요하다. 수학은 문제풀이가 아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앞으로도 미친 듯이 문제를 풀라고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수학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이거 정말 중요한 거다.”
-어떻게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건가?
“‘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통된 가치관이 사회에 확립돼야 한다. 수학의 정의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우리 자신뿐 아니라 후손을 위한 것이다. 수학은 숫자를 통해서 표현되지만 사실은 논리학이다. 생각하는 과정 속에 함축돼 있는 효율적인 사고 자체가 수학이다.”
-수학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변화를 주는 자 그는 위대한 수학자로다’란 말을 가끔 아이들한테 한다. 수학은 본질적으로 변화에 대한 공통된 사고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멋진 변화를 주고,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은 소박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우리는 큰 변화를 주는 아이들한테는 ‘와, 잘했다’라며 칭찬하고, 소박한 변화를 주는 아이들한텐 ‘뻔하잖아’라고 말하면서 인정해주지 않는다. 소박한 변화를 주는 아이들을 칭찬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아이는 다음 단계에 도전한다. 수학자들은 A가 B로 되는 과정을 바로 증명하지 않았다. 중간 다리 하나 만들고 해골바가지가 돼서 사라진 수학자가 훨씬 많다. 마지막 고리 하나를 연결한 한 사람을 위대한 수학자라고 말하지만, 죽은 해골바가지 모두가 위대한 수학자다.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만 푼 아이들만 훌륭한 게 아니다. 작은 변화를 준 아이들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하는 문화가 바로 수학 교육이고 수학 사회다.”
-변화가 아예 없는 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지 않나?
“물론 변화를 주지 않는 풀이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모범 답안을 따라서 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 베끼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에겐 ‘왜 여기서 이렇게 됐느냐’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논리적 동치성에 대한 이해와 인식론이 수학이다. 이유를 외칠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또 그렇게 교사들이 가르쳤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수학 공부법의 원리는 변화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해도 괜찮나?
“그렇다. 예를 들어 오답 노트를 만드는 과정은 풀이 과정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동일한 오류, 오개념을 찾아내기 위한 거다. 모든 학습법은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찾는 데 목적을 둔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에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답이 아니면 틀렸다고 윽박지르면 아이들은 상처받는다. 수학 때문에 받은 상처를 치유해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기가 걸음을 배우거나 아빠·엄마라고 말하기 전까지 기다렸지 않나? 그런데 왜 아이들이 수학 문제 한번 틀렸다고 죽일 듯이 혼내나? 아이들이 틀려도 믿어주고, 믿어주고 또 믿어줘야 한다. 그런 문화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
글·사진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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