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청소년 10대 요구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참가 청소년들이 ‘학생의견 반영하라’, ‘수행평가 30% 의무제 폐지하라’, ‘집중이수제 폐지하고 예체능 수업시간을 늘려라’ 등 요구사항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찬 “학습부담 줄고 효율성 높아져”
반 “과목수 제한으로 자율성 저해”
반 “과목수 제한으로 자율성 저해”
세부 과목을 유사한 교과군으로 구분해 교과목 수를 줄이고 과목별 내용도 학년 구분을 없애고 특정 학기에 집중해서 수업한다는 교과목 집중이수제. 취지에 맞는 좋은 사례가 생겨나는 반면, 각종 폐해도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에서 교육분야 연구를 맡고 있는 김현국 소장과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찬반 논란의 쟁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집중이수제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종전에는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 수가 11~13개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과다해 과제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져 결국 학습 결손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이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담당해야 하는 학생이 과다해 학생 개개인을 관찰하고 파악하기 어렵고, 내실 있는 수행평가 등의 적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수업은 단순 반복형으로 이어지게 되어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저해하고, 소규모 학교의 경우에는 교사 수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집중이수제를 도입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집중이수제에 대해 “단순히 이수 교과(목)를 축소해 학습의 부담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2시간 연속 운영(블록타임) 등과 같은 수업 운영을 통해 교과 수업의 실질적 개선을 통한 학습의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집중이수제로 교과의 수업시간 운영방식을 개선해 토론, 작품활동, 실험실습 등과 같이 다양하고 깊이 있으며 재미있는 수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미술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여 작품을 완성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집중이수제를 통해 연속수업을 진행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한편, 효과적인 수업 진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 교과부가 보낸 자료를 보면 서울 거원중의 경우 학교 인근 문화체육센터를 활용해 한 학기 동안 수영의 모든 종목을 배워 이론 중심의 수업에서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수업으로 변화했다. 또한 전남 화순제일중은 중국어를 학년 집중이수로 편성해 1주일에 4시간씩 단기간에 어학능력 상승효과를 보였다고 나와 있다.
집중이수제로 전입 학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도 얘기했다. 그는 “교육과정 미이수 교과목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지원청별로 거점학교를 지정해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지역 및 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보충학습 과정을 통해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기 이수단위를 8과목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는 “교육목적상의 근접성, 학문 탐구대상 또는 방법상의 인접성, 실제 생활양식에서의 상호 연관성 등을 고려해 광역군 개념으로 나눈 것”이라며 “집중이수제는 수업시수가 적은 교과만이 아니라 모든 교과에 적용될 수 있으며, 수업의 다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단위학교가 인성 및 학생의 발달단계 특성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주당 1~2시간씩 하는 수업은 피상식 맛보기 수업이 될 우려가 많았으나, 집중이수제 운영을 통해 해당 과목의 주당 수업시수가 늘어 학생들의 체험활동, 창작활동 등이 강화되고, 발표나 토론수업 등이 가능하게 되어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현국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 소장 김현국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 소장은 집중이수제에 대해 “지나치게 편중된 수업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교과목의 바람직한 학습 기회를 위태롭게 만든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학생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학생에게는 독이 되는 교육과정이다. 이런 교육과정을 교과부가 모든 학교에 강제한 것은 모든 학생의 진로와 행복을 생각할 때 상당히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집중이수제로 국·영·수 이외의 교과 학습 기회가 현저하게 부실화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도덕, 사회, 역사, 한문, 음악, 미술 과목을 중학교 3년 중 한 학년에서만 배우는 학교가 많다”며 “기술 가정은 2학기 정도 수업이 아예 없고 체육 수업이 전혀 없는 학기가 있는 중학교도 1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학교 현장의 어려움도 심각한 수준이며, 2011년 4월 서울교육청의 조사 결과 학부모(1만7891명 응답)는 절반이 넘는 57.8%가, 교원(3742명 응답)은 무려 81.7%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교과부에서는 집중이수제 발표 당시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될 거라고 말했지만 김 소장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집중이수제 같은 규제가 많을수록 학교의 자율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학교의 자율성이 커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8과목 제한’이라는 획일적 규제를 따르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교원들이 많아졌다. 학교별 학생 구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국·영·수 시간 감소, 학생이 선택하는 교과목 확대, 이를 위한 교원 증원이 필요하다.” 보통 정규 교과과정을 만들 때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지는데, 특정 과목을 한 학기나 학년에 몰아서 교육해도 괜찮은 걸까.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중학생들은 학년마다 발달과정에 맞는 학습 기회를 가지도록 해주어야 한다. 같은 과목이라도 초등학교 졸업 직후에 배울 내용과 고교 진학 직전에 배울 내용이 같지 않다”며 “획일적인 내용을 학교에 따라 누구는 1학년 1학기에 배우고, 누구는 3학년 2학기에 배우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 전공조차도 1학년은 개론이나 입문을 배우고, 4학년은 세미나, 논문작성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교과목 집중이수제는 성과보다는 폐단이 크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째, 일부 인기있는 대학 진학생을 위한 국·영·수 편중을 모든 학생에게 강제하는 부적절한 제도다. 둘째,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흥미, 다양한 진로탐색을 어렵게 하여 학생들의 스트레스, 부적응을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 셋째, 획일적인 규제로 학교의 자율성과 지역적 적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의 신규 교원 임용이 해에 따라 끊기는 현상은 사범대 교육의 파행까지 불러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집중이수제는 가능한 한 빨리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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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국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 소장 김현국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 소장은 집중이수제에 대해 “지나치게 편중된 수업 시간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교과목의 바람직한 학습 기회를 위태롭게 만든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학생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학생에게는 독이 되는 교육과정이다. 이런 교육과정을 교과부가 모든 학교에 강제한 것은 모든 학생의 진로와 행복을 생각할 때 상당히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집중이수제로 국·영·수 이외의 교과 학습 기회가 현저하게 부실화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도덕, 사회, 역사, 한문, 음악, 미술 과목을 중학교 3년 중 한 학년에서만 배우는 학교가 많다”며 “기술 가정은 2학기 정도 수업이 아예 없고 체육 수업이 전혀 없는 학기가 있는 중학교도 1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학교 현장의 어려움도 심각한 수준이며, 2011년 4월 서울교육청의 조사 결과 학부모(1만7891명 응답)는 절반이 넘는 57.8%가, 교원(3742명 응답)은 무려 81.7%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교과부에서는 집중이수제 발표 당시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될 거라고 말했지만 김 소장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집중이수제 같은 규제가 많을수록 학교의 자율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학교의 자율성이 커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8과목 제한’이라는 획일적 규제를 따르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교원들이 많아졌다. 학교별 학생 구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국·영·수 시간 감소, 학생이 선택하는 교과목 확대, 이를 위한 교원 증원이 필요하다.” 보통 정규 교과과정을 만들 때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따라 단계별로 나누어지는데, 특정 과목을 한 학기나 학년에 몰아서 교육해도 괜찮은 걸까.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중학생들은 학년마다 발달과정에 맞는 학습 기회를 가지도록 해주어야 한다. 같은 과목이라도 초등학교 졸업 직후에 배울 내용과 고교 진학 직전에 배울 내용이 같지 않다”며 “획일적인 내용을 학교에 따라 누구는 1학년 1학기에 배우고, 누구는 3학년 2학기에 배우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 전공조차도 1학년은 개론이나 입문을 배우고, 4학년은 세미나, 논문작성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교과목 집중이수제는 성과보다는 폐단이 크다며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째, 일부 인기있는 대학 진학생을 위한 국·영·수 편중을 모든 학생에게 강제하는 부적절한 제도다. 둘째,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흥미, 다양한 진로탐색을 어렵게 하여 학생들의 스트레스, 부적응을 증가시킬 우려가 크다. 셋째, 획일적인 규제로 학교의 자율성과 지역적 적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국·영·수를 제외한 과목의 신규 교원 임용이 해에 따라 끊기는 현상은 사범대 교육의 파행까지 불러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집중이수제는 가능한 한 빨리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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