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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은 사실보다는 견해가 많다

등록 2012-04-23 10:59

[진명선 기자의 기사 쉽게 쓰기]
④ 신문과 사설 비교하기
흥미 있는 사설 읽으면서 구체적 사실 확인해 봐야

신문은 사실(fact)에 입각해 정보를 전달하는 글인 기사로 빼곡한 매체다. 하지만 신문에는 이런 기사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주장하는 글’도 실린다. 대체로 신문 제일 뒤 페이지에 실리는 사설이 그것이다. 사설은 그날 가장 주목할 만한 기사와 관련한 언론사의 관점이 드러나는 글이다. 신문사에는 편집국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문화부 등 다양한 취재부서와 함께 논설위원실이라는 별도의 부서가 있는데 이곳에 있는 기자들이 사설을 쓴다. 해당 언론사의 견해와 입장을 대변하는 논설위원들은 대개 다양한 취재 경력을 지닌 고참 기자들로 선임된다.

대개의 사설은 사실보다는 견해가 압도적인 글로 기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사설은 이미 앞서 사실에 입각해 보도한 기사를 전제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설과 기사는 어떻게 다를까?

최근 ‘나는 꼼수다’ 멤버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용민씨와 관련한 4월16일치 동아일보 사설 ‘‘국민 욕쟁이’ 자처한 김용민, 국민 모독 말라’를 보자. 저질 본색, 유권자를 속이는 쇼, 수준 이하의 저질 막말을 입에 달고 사는 김씨, 막말 포르노, 버릇없는 저질 욕쟁이, 위선적이고 저열한 행태 등 김용민씨에 대한 이 논설위원의 평가는 기사에는 등장할 수 없는 주관적인 표현들이다.

같은 날 동아일보 5면에 실린, ‘김용민 “근심” 하루만에 “국민욕쟁이로 영업 재개”’라는 기사를 보면 김씨가 직접 한 말 말고 기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드러난 부분이 없다.

또 이 사설에는 ‘총선 막바지에 표의 이탈을 막아보려고~ 사과했다’, ‘문재인 상임고문 등도 총선 때 나꼼수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김씨를 감쌌다’는 등 자의적인 해석도 여럿 보인다. 기사도 이런 해석을 담을 수는 있지만 그때는 반드시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을 갖춘다.

흔히 학생들이 논술이나 면접을 대비하면서 언론사의 사설을 활용하는 일이 많은데, 이러한 사설의 한계를 모른 채 사설로만 공부를 하다 보면 주장에 주장을 되풀이하는 설득력 없는 글 또는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견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설의 한계는 장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립하기 힘든 학생들에게 사설이 길잡이 노릇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내가 읽는 사설의 관점이나 견해가 보편타당한 것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 또는 해당 논설위원의 주장일 뿐이라는 또다른 한계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래저래 접근하기 까다로운 사설, 오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흥미 있는 사설을 하나 골라 사설의 주요 논지와 논지 전개 방식을 해체해 본다. 4월16일치 한겨레 사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 경계해야’는 △인종차별주의나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 현상)는 안 된다 △개인의 범죄를 집단으로 모는 것은 위험하다 △이주노동자들이 강력범죄의 온상이라거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외국인 혐오의 주된 이유들은 근거가 없다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사회적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순서로 논지를 이어가고 있다. 논지 전개를 확인하는 이 과정에서 해당 사설이 타당한 주장을 하는지가 검증된다. 사설이 주장하는 글인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사설은 적절한 사실과 근거를 갖추고 있어 설득력이 높다.

다음으로는 해당 사설을 쓴 계기가 되는 사건을 다룬 기사를 찾아 사실(팩트)을 확인한다. 같은 날 한겨레 11면에 실린 ‘다문화 사회 적응 못하는 한국인’ 기사를 보면 △중국동포 운영 상점 불매운동이나 중국동포 추방하자는 청원운동이 포털에서 전개 △2008년 개설된 다문화 반대 카페 회원수가 8500여명 △외국인 범죄율이 2007년 대비 131% 증가 △임금을 못 받은 중국동포가 직업소개소장을 살인한 사건 등 사설에 나온 견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실이 등장한다. 사설의 주장에 이런 사실이 근거로 제시된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진명선 <한겨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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