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도 변론을 한다. 디베이트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평소 생각과 다른 입장을 취해서 주장을 펼치는 모습과 닮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13. 디베이트 주체 나누기
13. 디베이트 주체 나누기
상대방의 입장 이해하는 데 최선 다해야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 이해시켜야 디베이트를 할 때 주체는 어떻게 정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디베이트의 주체는 사회자, 찬성과 반대 측 그리고 판정인이다. “도시 생활이 촌락 생활보다 더 행복하다”라는 논제로 디베이트를 하기로 했다.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에서 디베이트를 하고 싶나요?”라고 도엽이에게 물었다. 도엽이는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고 학력도 뛰어난 학생이다. “선생님, 저는 잠시 후 찬성과 반대 측을 정할 때 양측 친구들의 수준이 잘 안 맞을 경우 다소 힘이 약한 쪽으로 정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축구 경기를 해 보면 양측의 수준이 차이 날 때 경기가 흥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찬성과 반대 측을 정할 때 학급 임원이나 친구들이 인정하고 있는 학생이 나서서 입장을 정하면 디베이트 학습 수준이 높아지고 활기도 띤다. 디베이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민주적이다. 생각이 서로 다를지라도 상대에게 새로운 생각을 열어주고, 넓혀가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은 합의를 위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승리에 집착하지 않는다. 가치논제를 다룰 땐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입장을 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1999년 3월 말쯤에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잘 펼친 것이다”라는 논제를 가지고 디베이트 수업을 첫 번째로 실시했다. 그런데 찬성과 반대 측 학생 수가 균형이 맞지 않아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는 디베이트 수업 연구를 시작한 초창기였다. 가치논제로 디베이트를 할 땐 학생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은 채로 진행했다. 그 당시 6학년 5반 학생들이 총 33명이었고 사회자는 교사가 보기로 했으며, 판정인은 3명, 찬성 측 6명, 반대 측 24명의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디베이트 수업을 했다.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교실에 배열된 책상의 구조부터 균형이 맞지 않았으며 발표하는 내용 또한 찬성 측이 현저하게 열세를 보였다. 반대 측은 너무나 많은 학생이 배정되었기 때문에 발표 기회가 적어서 지루해하는 학생들도 꽤 많았다. 수업 내내 긴장된 시간을 보냈고, 조화롭지 못한 상태로 수업이 진행되어 ‘디베이트 수업을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되었다. 디베이트라는 새로운 학습방법을 시도하다가 암초를 만났던 것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 초등교육 분야에서는 디베이트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고, 필요성도 절실하게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뉴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실의와 좌절에 빠져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을 때, 형사재판에서 피의자의 변호인, 민사재판에서 원고 또는 피고를 변호하는 변호사들이 떠올랐다. 변호인이나 변호사들은 그들이 직접 범죄를 저질렀거나 민사사건의 당사자들이 아닌데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변론을 한다. 그렇다. 디베이트 수업의 주체들인 찬성과 반대 측의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주어진 논제에 따라 정해진 ‘입장’에서 합당한 자료와 증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의견을 펼쳐서 상대측을 설득함으로써 균형 있고 조화로우며 완벽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더니 학생들이 마음 깊이 받아들였다. 그 뒤로 디베이트 주체를 나눌 때 큰 어려움이 없었다. 각종 토론대회에서는 1차로 미리 발표한 논제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 측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중요한 의견과 근거들을 제시한 입론서를 제출하게 한 뒤, 양측의 입장에 필수적인 논점과 근거를 담아 논리적으로 서술한 학생들을 선발한다. 본선 대회장에서는 자기 측이 찬성과 반대 측 중 어느 쪽의 입장에서 의견을 주장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양측의 의견을 모두 알고 있어야 반론을 펼칠 때 자신 있게 공격하고 방어할 수 있다. 판정인들과 사회자는 어떻게 정할까? 학생들은 판정인은 법정의 판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판정기준표를 기준으로 판정하는 요령만 익히면 누구나 판정인 구실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학력이 높지 않은 학생들일지라도 판정하는 방법만 알려주면 훌륭하게 판정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회자는 디베이트 학습의 초반부인 3회 정도까지는 교사가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그다음부터는 학생들이 매회 돌아가면서 모두 사회자 역할을 경험하면 된다. 디베이트의 주체 정하기는 기준과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면 누구나 그 입장에서 자신 있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왜냐하면 디베이트는 양쪽의 입장에서 생각해 봄으로써 균형 잡힌 지혜를 터득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이기 때문이다. 난이도 수준 초등 고학년~중1 황연성 서울 예일초등학교 교사, 건국대 교육대학원 강사, 교육학박사,<신나는 디베이트>, <초등 6학년>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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