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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디베이트는 자료와 정보를 지식과 지혜로 바꾸는 연금술사

등록 2012-04-30 17:27

디베이트 대회에서 논제 선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진은 2007년에 열렸던 세계고등학교 토론대회에서 학생들이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토론하는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디베이트 대회에서 논제 선정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진은 2007년에 열렸던 세계고등학교 토론대회에서 학생들이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토론하는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⑭ 디베이트 논제 제시 방법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는 존치돼야 한다’라는 논제로 실시했던 디베이트 학습의 반대 측 베스트 디베이터는 A4 용지 20장이 넘는 자료를 준비해서 핵심적인 의견을 활발하게 발표하고 상대측의 의견을 경청한 박우헌입니다. 축하합니다.” 2011년 9월28일에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베이트 수업에서 판정인이 발표한 내용이다. 박군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을까? 디베이트 학습의 논제가 2주일 전에 제시돼 찬반 의견과 뒷받침할 자료를 조사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베이트 수업의 방향타는 논제다. 많은 정보와 자료가 필요한 논제는 디베이트 학습을 실시하기 1주일 전이나 열흘 또는 2주일 전에 제시해야 즐겁고 유익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하면 디베이트 학습을 준비하는 과정이 프로젝트 학습의 형태가 된다. 이때 학생은 자신이 주장하고 싶은 의견과 자료를 철저하게 조사해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다. 학급 전체 학생이 토론 주체로 참가하는 디베이트 학습에선 찬반 쪽 학생들이 최소한 10명 이상으로 이뤄지므로 팀별로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 같은 팀 구성원과 전략을 짜고 의견을 나눌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팀원은 매우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협력하며 널려 있는 ‘자료’를 ‘정보’로 바꾼다. 그러나 지도교사는 학생들에게 ‘정보’의 수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정보를 잘 분석하고 종합해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단계인 ‘지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디베이트 학습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디베이트 수업을 거듭할수록 평소에는 그다지 학습활동에 열정을 보이지 않았던 학생들이 베스트 디베이터로 변신한 사례를 많이 본다. 자료를 찾으면서 학습한 내용에 흡족해하고 주변 친구들과 교사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감은 다른 과목으로 옮아가 교과 전반에 걸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데 기반이 된다.

정책이나 사실 논제를 다룰 경우에는 최소 1주일 전에 논제를 제시해야 한다. 수업을 실시하기 10분 전에 디베이트 논제를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 자료를 많이 조사하지 않아도 되는 논제라면 매우 흥미 있고 활발하게 디베이트 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생각을 서로 확인하는 가치 논제는 수업 시작과 함께 논제를 제시해도 무방하다. “부모님의 잔소리는 학생들의 생활에 도움이 된다” 또는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하다”,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이다”와 같은 가치 논제가 적합한 예이다.

디베이트 수업을 수차례 하다 보면 학생들은 수업의 흐름과 방법을 알게 된다. 학생들의 디베이트 학습 수준이 높아져서 충분한 소양이 쌓이고, 훈련이 됐다는 확신이 있다면 수업 시작 10분 전에 논제를 제시해도 수업은 나름대로 흥미 있게 전개된다.

가정에서도 다양한 논제를 즉석에서 제시하거나 1주일 전에 논제를 서로 확인하고 식사시간이나 여행을 가는 차 안에서 디베이트를 해도 좋다. 물론 사전에 사회자와 판정인, 찬성 쪽과 반대 쪽이 미리 정해져 있어야 한다. 외국의 디베이트 수업이나 대회를 살펴보면 두루마리에 미리 논제를 적어 놓고, 그 수업이나 대회에서 비중 있는 사람이 직접 논제를 뽑아 즉석에서 제시한다. 이런 경우에는 학생들의 생생한 배경지식과 핵심지식의 수준, 비판적 사고력, 자신감에 찬 설득력 등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1985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던 한국 학생 중 44%가 중도에 귀국했다고 한다.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했지만, 미국 대학에서 이뤄지는 토론 중심의 학습 형태에 적응을 못한 점이 이유로 꼽혔다. 미국 대학에선 학생들이 폭이 넓고 깊이 있는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하는데 객관적인 정보 조사와 함께 관점이 있는 내용을 구성해서 활발하게 디베이트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초·중·고 학교에서도 수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디베이트 학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디베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몇년 지나면 미국 대학교로 유학 가는 아이들의 중도 탈락률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종류에 따라 다양한 논제를 적절한 시기에 제시하고, 각 팀원의 의견과 자료를 구성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디베이트 학습을 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단계인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우리 인간과 생태계 구성원 모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펼쳐지는 종단적인 개념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횡단적 개념으로서의 지식인 ‘지혜’를 쌓아가게 된다. 사실 인류사회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은 이러한 지혜를 찾아내고 실천했던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디베이트 수업은 자료와 정보를 지식, 더 나아가 지혜로 만들어 주는 마법과 같은 구실을 톡톡히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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